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시론] 눈송이처럼 흩어지는 '시간'에 대한 묵상

시계아이콘01분 27초 소요
언어변환 뉴스듣기

[시론] 눈송이처럼 흩어지는 '시간'에 대한 묵상
AD

흐르는 강물, 달리는 파발마, 나는 화살! 이들은 가고 오는 세월에 대한 보편적인 은유(隱喩ㆍmetaphor)다. 세모(歲暮)로 향하는 길목에서 아직도 못 다한 일들이 많기에 괜스레 마음이 들뜨고 조급해진다. 젊은 산업 전사들은 최소한의 잠잘 시간과 휴식 시간도 얻지 못하고서 연애할 시간 그리고 사랑할 시간마저 빼앗긴 채 정신없이 살아간다. 중ㆍ장년들도 시간에 내몰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 저렇게 부대끼며 살아간다. 노년들도 그저 '그날이 그날인' 나날들 속에서 거친 일들을 해내느라 힘에 부친다. 아니면 하릴없이 '시간 때우기'나 '시간 죽이기'를 한다. 더욱이 대부분의 직장인은 연말의 빠듯한 일상 속에서 '하고 싶은 일들'은 모두 뒤로 미루면서, 당장 '해야 할 일들'에만 빠져 '시간 관리'에 부산하다.


그러나 세월이 교차하는 이 시점에서 한 번쯤은 저 무심히 다가오고 지나가는 진정한 '시간의 정체'에 대해 숙고해봐야 하지 않을까? 시간을 모르고서야 시간 안으로 들어왔다가 시간을 거쳐 시간 밖으로 퇴장해야 하는 인생을 어찌 알겠는가! 시간의 무상함과 세월의 불가역성(不可逆性)과 존재의 유한성! 저 흘러가고 붙잡을 수 없는 시간의 불인(不仁)한 침묵 앞에서 우선ㆍ대개 우리는 일상적 시간들의 안전 궤도 안으로 도피하곤 한다.

영원과 시간의 철학자 아우구스티누스(St. Augustinus)마저 자신은 시간을 알지만, 누가 시간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답하기 어렵다고 실토했다. 그는 "시간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위대한 역사적인 '시간론'을 완성할 수 있었다. 시간은 과연 있는지? 시간이 있다면 어디에 있는지? 우리가 시간이라고 알고 있는 양화(量化)된 시간이 참된 시간의 모습인지? 시간성은 유독 인간에게만 있는 것인지?


일반적으로 그리스어 '크로노스(chronos)'는 과거에서부터 시작해 현재를 거쳐 미래로 진행되는 연장적 시간이다. 그러나 '카이로스(kairos)'는 미래로부터 현재로 다가오는 시간이다. 크로노스의 시간은 흘러가는 연대기적ㆍ계량적 시간이므로 새로운 것이 없다. 하지만 카이로스의 시간은 새롭게 임하는 창조적인 시간이다. 그것은 마음의 결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시간이다. 저렇게 흘러가는 시간은 그 시간의 진가를 알아보는 사람이 사 가도록 장터에 진열된 상품과 같다. 따라서 시간의 장터에서 나만의 시간을 사서 기회의 시간, 즉 삶의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어야 한다. 말하자면 하루 24시간의 크로노스 중에서 내가 값을 치르고 사는 시간만이 '나의 시간', 즉 카이로스의 시간이 되는 것이다.


AD

지금 눈송이처럼 흩어지고 사라지는 시간들을 바라보면서 잠시 묵상에 잠긴다. 과거의 시간으로부터 오는 후회가 있고, 다가올 미래의 시간에 대한 불안이 있다. 지금 현재 느끼는 시간은 나의 마음을 흔들어놓고 동요하게 한다. 그러면 이 흩어지는 시간 앞에 굴복해 "시간 이기는 장사 없다"고 위로하면서 시간에 끌려가는 수밖에 없을까? 내가 스스로 맞이하고 영접하는 시간들로 인해 나의 삶은 새로운 한 편의 이야기(서사ㆍnarrative)가 된다. 모름지기 나의 정체성은 내가 순간순간 써가는 이야기다. 이 계절에 파편화되고 사라지는 시간들을 한데 모아 의미 있는 시간으로 엮어 '나만의 고유한 이야기'를 써나가 보면 어떨까!


강학순 안양대 명예교수




.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607:30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한국인의 장례식이 최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가운데, 우리 정부도 해당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매체 등에서 우크라이나 측 국제의용군에 참여한 한국인이 존재하고 사망자도 발생했다는 보도가 그간 이어져 왔지만,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2.0309:48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조응천 전 국회의원(12월 1일) 소종섭 : 오늘은 조응천 전 국회의원 모시고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솔직 토크 진행하겠습니다. 조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조응천 : 지금 기득권 양당들이 매일매일 벌이는 저 기행들을 보면 무척 힘들어요. 지켜보는 것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