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 아닌 일반 객실료도 80%까지 올라
7만원 이상 고가 케이크도 연말마다 선봬
직장인 김정연(32)씨는 올해 크리스마스 이브를 기념하기 위해 남자친구와 함께 호텔 예약을 알아보던 중 황당한 사실을 발견했다. 아무런 혜택이 제공되지 않는 기본 객실 가격이 무려 두 배 가까이 올라 예산을 훌쩍 초과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향초, 와인 등의 혜택이 담긴 호텔 연말 패키지가 비싸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아무런 추가혜택이 없는 일반 객실마저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를 줄 상상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특급호텔들이 크리스마스 등 연말 특수를 겨냥해 바가지 마케팅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호텔 업계에서 각종 기념일을 타깃으로 식음료, 즐길거리 등이 포함된 고가 패키지를 내놓는 것은 관행처럼 알려져있지만 혜택이 추가되지 않은 일반 객실료마저 슬그머니 올리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소비자들의 반발이 일고 있는 것.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4성급 부티크 호텔인 신세계 레스케이프의 기본 객실인 '미니'의 평일 숙박료는 22만원(홈페이지 기준)이다. 다음달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객실료는 40만4800원으로 무려 18만4800원(84%) 비싸다. 다음달 31일 객실료 또한 크리스마스 시즌 객실료와 같다. 다음 단계 객실인 '아무르'는 평일 25만3000원에서 크리스마스와 연말 44만원으로 18만7000원(74%) 오른다. 객실료가 528만원에 달하는 '로얄스위트', 616만원짜리 '프레지덴셜', 880만원짜리 '레스케이프 스위트' 등의 가격만 변동이 없다.
서울신라호텔의 기본 객실인 '디럭스' 객실료는 평일 25만원(홈페이지 기준)에서 크리스마스와 다음달 31일 45만원으로 20만원(80%) 비싸진다. 평일 30만원짜리 '비즈니스 디럭스' 역시 50만원으로 20만원(67%)을 더 줘야 묵을 수 있다. 롯데호텔서울의 '슈페리어 더블'의 평일 가격은 20만7000원이지만 크리스마스ㆍ연말에 34만8000원으로 14만1000원(48%) 오른다. 시그니엘 서울의 '그랜드 디럭스 더블'은 평일 41만원에서 56만원으로 15만원(37%) 비싸진다.
수 년째 연말에 한정해 출시되는 고가의 크리스마스 케이크 역시 등장했다. 워커힐 고메샵 '더 델리'에서는 7만원짜리 '산타의 캐빈 케이크'를 2015년부터 올해까지 4년째 출시했다. 워커힐 관계자는 "보통 특급호텔들의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4만원대에 팔리고 있지만 이 케이크는 호텔 로비에 세워진 상징물을 본뜬 시그니처 제품으로, 만드는 데만 4시간 정도 소요돼 가격이 높게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가격이 비싼 데다 한정 판매돼 연평균 20개 정도 팔려나가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1층에 위치한 그랜드 델리에서는 다음달 3일부터 '샤를로트 오 프레즈'와 '블루베리 브레통' 등 총 8종의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출시한다. 가격은 5만8000원부터 시작한다. 1인용 '욜로(YOLO) 크리스마스 케이크' 등 3종케이크는 4만원에 달한다. 롯데호텔서울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 서울신라호텔 베이커리 패스트리부티크 등에서도 해마다 7~8만원선의 고가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선보여왔다.
업계 관계자는 "크리스마스와 12월31일은 업계 최대 성수기"라며 "이때 만큼은 객실 예약률이 50~100%까지 껑충 뛰어오르는 만큼 연말 특수를 기대하는 상품을 잇따라 내놓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신혜 기자 ss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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