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최근 증권사 보고서에 '락바텀(ROCK BOTTOM)'이라는 문구가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락바텀은 바다 속 깊은 바닥에 있는 돌을 의미하는 단어로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 최저치, 즉 진바닥이라는 의미다. 증권가에선 지수나 주가가 그 이하를 뚫고 내려가기 힘든 최저치에 근접했다고 판단됐을 때 종종 쓰인다. 그 만큼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자신감이 담겨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최근 락바텀으로 추천된 종목들의 주가가 그 이상 떨어지며 해당 애널리스트들을 머쓱하게 만들고 있다.
대신증권은 이달 중순 인터로조에 대해 "확실한 락바텀 중소형주"라며 투자의견 매수, 목표주가 2만4000원을 제시했다. 또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 및 선진국과 신흥국을 아우르는 강한 수출 기반을 보유한 점이 긍정적"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당시 주가는 2만200원대 였다. 올해 초 4만원대를 유지하던 상황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 떨어진 때다. 그러나 보고서가 나온 이후 인터로조 주가는 1만8800원까지 밀렸다.
지난달 말엔 유진투자증권이 SK하이닉스에 대해 "락바텀에 근접한 주가"라며 투자의견 '매수'와 함께 목표주가를 9만3000원을 제시한 보고서를 냈다. 당시 SK하이닉스 주가는 7만~7만2000원대를 오르내리고 있었다. 지난 7월 9만원대까지 찍었던 주가가 7만원 초반까지 밀리니 더 이상 내려가지 않을 것으란 판단에서 리포트에 락바텀이란 문구를 사용했다. 그러나 SK하이닉스 주가는 그 이후 조금씩 더 빠지더니 6만6000원대까지 떨어졌다.
지금 뜨는 뉴스
지난 7월엔 삼성증권이 이마트에 대해 "당분간 실적 모멘텀이 제한적인 상황으로 주가는 20만원대 박스권을 형성 할 것"이라며 "주가의 락바텀은 20만원 초반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당시 이마트의 주가는 24만원대 였다. 이마트 주가는 이후 꾸준히 떨어지기를 반복해 18만원대까지 밀렸고 최근에서야 19만원선으로 조금이나마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한금융투자가 지난 6월 말 락바텀이라며 추천한 세아베스틸은 당시 2만2000원대던 주가가 현재 1만6000원선까지 20% 더 추락했다. 같은 달 현대증권이 같은 표현을 쓰며 추천한 현대글로비스 주가도 당시 13만5000원 선에서 현재 11만원대까지 밀린 상황이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투자전략 보고서에서는 지수가 바닥을 쳤다는 표현을 종종 썼지만, 종목에서 이 표현이 쓰인 것은 그만큼 최저치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요즘 같이 변동성이 심한 장세에서 주가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