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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120년 역사를 지닌 여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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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120년 역사를 지닌 여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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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특이한 검색어가 올랐다. 93세 현역 여의사 한원주. 93세의 고령임에도 두 시간이 넘는 거리를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하고, 요양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며 전자의무기록을 작성하고 혼자서 모든 일상생활을 한다. 봉사하며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이 공중파 방송을 타고 알려졌는데, 고령의 동년배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에게도 귀감이 되는 삶이었다.


그는 무조건 시집가서 살림하고 아이를 키우라는 시대에 태어났지만, 다행히 딸에게도 좋은 교육을 시키고자 했던 훌륭한 부모님 덕에 의대를 졸업하고 여의사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여의사의 역사는 19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름 없는 머슴의 딸로 태어났던 김점동(박에스더) 선생님은 당시 선교사였던 로제타 홀의 후원으로 이화학당의 학생이 될 수 있었고, 이어 미국으로 건너가 지금은 존스홉킨스대학이 된 볼티모어 여자의과대학을 졸업해 한국인 최초의 여의사가 됐다. 이는 한국 최초의 의사인 서재필보다 불과 7년이 늦고 미국 최초의 여의사인 엘리자베스 블랙웰보다 51년이 늦은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개화기 역사를 살펴본다면 여의사의 역사는 상대적으로 매우 일찍 시작됐다고 할 수 있는데, 여성의 지위가 낮고 차별의 벽이 심하던 시대에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겪어냈는지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일이다. 이후 일제강점기에 설립된 경성여의전은 당시 신여성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전문직종으로 여겨졌고, 당시 배출된 여의사들은 각지에서 활동하며 사회에 크게 기여했다. 93세의 현역인 한 선생님도 이 중 한 분이다.

해방 이후 지금까지 수많은 의과대학이 설립됐고 여의사의 숫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물론 전체 의사의 숫자도 많아졌지만 의료 분야의 여성 비율 증가는 더욱 눈에 띈다. 최근 발표된 보건복지부 통계를 보면 1990년 여의사의 비율은 14.6%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25.4%로 증가했다. 치과의사는 15.4%에서 27%로, 한의사는 5.9%에서 21%로 지난 30년간 꾸준히 증가해 의료인 4명 중 1명은 여의사인 셈이다. 게다가 현재 의과대학 신입생을 보면 여학생이 29.8%에 달해 앞으로도 의료인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양적인 성장에도 여의사들이 내과, 소아과, 산부인과, 가정의학과 등 4개 전문 과목에만 절반 이상 편중돼 있는 점, 의료계 내부의 보이지 않는 편견과 차별은 시정해야 할 문제점이다. 30여년 전 필자가 의과대학에 입학할 당시만 해도 지금과는 달리 전체 정원 210명 중 30명만이 여학생이었고, 전공과목을 선택할 때도 여의사를 선발하지 않거나 별도의 정해진 인원만 선발하는 등 차별이 존재했다. 이로 인해 아직도 일부 과들은 여성의 비중이 1% 미만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여의사에게 어려운 문제가 '결혼, 출산'과 관련된 것이다. 최근 의료계에도 전공의 특별법에 의해 여성 전공의의 임신ㆍ출산과 관련한 근무 조건에 대한 규정이 생겼지만, 현실적으로 전공의 과정의 힘든 업무와 양립하기 어려워 오히려 여성 전공의 선발을 기피하게 되거나 여성 전공의들이 결혼과 출산 자체를 회피하게 되는 부작용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조금씩 변화는 이뤄지고 있다. 여의사 숫자의 증가에 따라 진료뿐만 아니라 연구와 교육에도 여의사의 진출이 증가하고, 성역처럼 여겨지던 대학병원 내 인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서울대병원의 여교수 비율이 1993년에는 2%에 불과했지만 2013년에는 14%로 크게 늘어난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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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의 힘을 필요로 하는 '마초 전성시대'를 뒤로하고 현대는 지식과 디지털로 무장한 세대로 변화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도 여성의 기여가 의학의 발전에 필수 불가결하게 중요한 시대가 되고 있다. 실력 있는 여의사들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능력을 꽃피울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지속적인 지지와 성원이 필요하다.


이은주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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