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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금지법' 시행하니 오히려 용역·도급 증가한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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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금지법' 시행하니 오히려 용역·도급 증가한 역설 16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비정규직 철폐 공동행동 결의대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공동투쟁을 외치며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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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김보경 기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07년 정부가 비정규직 보호법을 시행한 이후 전체 고용규모가 소폭 감소하고, 규제대상이 아닌 비정규직(용역·도급)의 사용이 증가하는 결과가 초래됐다고 밝혔다.

특히 노조가 있는 사업체의 비정규직 근로자가 더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사용자가 '근로조건이 경직적'이라고 인식하고 있어 쉽게 정규직을 늘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남용에 대한 규제와 함께 정규직의 근로조건을 유연화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비정규직 규제하니 용역·도급 늘어 = 박우람, 박윤수 KDI 연구위원은 19일 '비정규직 사용규제가 기업의 고용 결정에 미친 영향'을 주제로 한 보고서를 통해 2007년 비정규직 사용 기간을 2년으로 제한한 비정규직 보호법(기간제법, 파견법)이 기업의 고용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조사했다. 사업체패널조사 1~4차 연도 자료를 사용해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기업의 기간제·파견 근로자 고용이 어떻게 변화됐는지 알아봤다.

이번 조사는 최근 정부가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2007년 비정규직 사용을 제한한 비정규직 보호법의 효과에 대해 논의하고 정책적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추진됐다.


분석 결과, 비정규직법은 ▲기업의 고용규모를 감소시켰고 ▲정규직 비중은 증가시켰으나 ▲사용기간 제한대상이 아닌 비정규직 즉, 용역·도급 등의 비중도 함께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비정규직법 시행 이전에 기간제·파견 근로자 비중이 높은 사업체일수록 법 시행 이후 고용규모가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법 시행 이전의 기간제 · 파견 근로자 비중이 10%포인트 높으면 법 시행 이후 전체 고용규모가 상대적으로 약 3.2% 감소하는 경향이 관찰됐다.


고용 형태별로는 규제대상인 기간제 · 파견 근로자의 비중이 감소하며 정규직 비중이 증가했으나, 사용기간 제한의 영향을 받지 않는 기타 비정규직(용역, 도급 등)도 함께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법 시행 이전의 기간제 · 파견 근로자 비중이 10%포인트 높으면 법 시행 이후 정규직 고용규모가 상대적으로 약 11.5% 증가하는 경향이 드러났다.

'비정규직 금지법' 시행하니 오히려 용역·도급 증가한 역설 16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비정규직 철폐 공동행동 결의대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공동투쟁을 외치며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노조 있으면 비정규직 더 늘어나는 이유는 = 전체 고용은 노조의 유무와 상관없이 소폭 감소했으나, 고용 구성을 보면 상이한 영향이 발견됐다. 유노조 사업장에서는 기타 비정규직의 증가가 상대적으로 크게 관찰된 반면 무노조 사업장에서는 정규직 증가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노조가 있는 사업체일수록 비정규직이 증가하는 경향이 뚜렷했던 셈이다. 이는 사용자들의 인식 때문이다. 두 연구위원이 50인 이상 사업체 1000곳의 최고경영자(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 결과, 지역·업종·규모 등이 동일할 때 '근로조건 변경이 어렵다'고 인식하는 사용자일수록 사용기간이 만료된 기간제 근로자를 무기계약직 또는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사용자가 인식하는 근로조건 변경의 어려움(0~10점)이 1점 증가하면, 기간제 근로자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확률은 2.8%포인트 감소하고, 무기계약직 전환 후 기존 정규직과 동일한 처우를 받을 확률도 2.6%포인트 줄었다. 박우람 연구위원은 "고용형태별 이중구조를 완화하기 위해선 비정규직 남용에 대한 규제와 더불어 정규직의 근로조건을 유연화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KDI는 그동안 비정규직 정책은 주로 비정규직 사용을 얼마나 규제할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법적 규제만으로는 고용의 양과 질을 동시에 추구하기 어렵고, 법의 보호를 받는 집단과 그렇지 못한 집단 간의 격차를 확대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박우람 연구위원은 "전통적인 노동유연성의 개념을 '고용'에서 임금,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으로 확장해 고용안정성과 노동유연성을 균형있게 추구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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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주52시간 근무도 근로조건 경직화 요인" = 이같은 맥락에서 정부가 추진중인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단축근무 역시 크게 보면 근로조건을 경직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박윤수 연구위원은 "큰 틀에서는 그럴 수 있다"며 "하지만 주 52시간은 비정규직이라고 적용되지 않는 건 아니므로 꼭 (경직화 요인에) 해당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정부때도 고용유연화 요구가 계속 불거졌으나 정치적 파워가 있는 정규직보다는 힘이 없는 비정규직 쪽으로 관련 규제가 강화됐다고 진단했다. 박 연구위원은 "비정규직과 정규직은 동전의 양면"이라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서는 정규직의 유연성을 제고하는 부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우람 연구위원도 "법적 규제만으로는 고용의 양과 질을 동시에 추구하기 어렵다"며 "해고·고용을 쉽게 할 수 있는 고용유연성 뿐만 아니라 임금-근로조건 등으로 노동유연성을 확대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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