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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백년가게]평양북도 선천, 고향을 그리워하며 지은 짓밥 "음식 맛은 간…30여개 장독 직접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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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30년 이상 도ㆍ소매, 음식업을 영위하는 소상인 중 전문성, 제품ㆍ서비스, 마케팅 차별성 등 일정 수준의 혁신성이 있는 기업을 발굴해 '백년가게'로 육성하기로 했다. 대(代)를 이어가며 100년 전통을 자랑할 한국의 백년가게를 소개한다.(편집자주)


[한국의 백년가게]⑧서울 종로구 선천집


[한국의 백년가게]평양북도 선천, 고향을 그리워하며 지은 짓밥 "음식 맛은 간…30여개 장독 직접 관리" 선천집 간판은 서예가이자 시인인 일중 김충현 선생이 직접 썼다. 박영규 사장은 김충현 선생의 문하생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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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향민 박영규 사장 고향 이름
1971년 문 연 한정식 식당

간장 등 30여개 장독 직접 관리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인사동의 매력은 노포(老鋪)와 터줏대감이다. 갓 지은 밥 냄새와 넉넉한 웃음을 가진 안주인들이 있기에 도시인들은 여전히 인사동 거리를 거닐고 얼큰히 취한 밤을 보낸다. 인사동에 터를 잡은 한정식식당 '선천집'은 중기부가 선정한 백년식당 중에서도 가장 업력이 가장 오래된 가게다. 1971년 문을 열어 올해 47년이 됐다. 실향민 박영규 사장(88)이 자신의 고향 지명인 평안북도 선천을 간판으로 걸고 장사를 하고 있다. 박영규 사장은 "자식들 밥 먹이고 키우기 위해 연 식당이 어느새 50년 가까이 됐다"며 "이렇게 길게 장사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우리 식당만의 정성을 알아봐 준 단골 덕분"이라고 밝혔다.

◆열일곱에 이별한 고향땅 이름으로 지은 식당=박 사장은 평안북도 선천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기독교 집안이었다. 공산당 정권의 종교탄압에 못 이겨 1947년에 월남했다. 열 일곱이었던 박 사장은 남한으로 건너오는 배 편에서 무던히 떨었다. 다시 못 돌아갈 수도 있는 고향 땅은 식당의 이름으로 지어 붙여 그리움을 풀었다. 박 사장은 어머니와 고 황혜성 선생에게서 요리를 배웠다. 어머니에게선 황해도 만의 기본 반찬, 황 선생에게선 궁중 요리를 배웠다. 황 선생은 조선왕조 마지막 수라간 상궁이었던 한희순 상궁으로부터 궁중 음식을 전수받았다. 중요무형문화제 38호 조선왕조궁중음식 기능보유자였다. 박 사장은 "음식의 기본을 황 선생님께 배웠다"며 "특히 선생께서 강조했던 것은 음식의 기본이 되는 간이었다. 조미료에 의지하지않고 소금과 재료 본연의 맛으로 음식을 내야한다는 철칙을 세우고 있다"라고 말했다.


◆간장, 된장, 고추장 양념이 내는 집밥의 맛=선천집 메뉴는 간단하다. 한식과 한정식 코스 메뉴와 불고기, 낙지볶음, 파전 등 8가지 일품요리가 전부다. 메뉴를 늘리지 않고 한정식의 기본에 충실했다. 간장ㆍ된장ㆍ고추장 등 우리 전통의 장에 심혈을 기울인다. 박 사장은 지금도 남한산성 부근에 있는 집에 30여 개의 장독 항아리를 직접 관리한다. 평안도의 장맛과 김치맛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박 사장은 "김치는 생새우나 생낙지를 넣어 맛을 내고 감칠맛을 더한다"며 "가정식을 내놓는 집이라면 된장, 김치 등 양념이 되는 음식을 직접 만들고 대접해야 한다"고 말했다. 찌개에도 조미료를 넣지 않는다. 조갯살과 표고버섯, 북어 등으로 국물을 내 시원한 맛을 앞세운다.

[한국의 백년가게]평양북도 선천, 고향을 그리워하며 지은 짓밥 "음식 맛은 간…30여개 장독 직접 관리" 박영규 사장은 매일 손님과 똑같은 차림의 상으로 점심을 먹는다. 매일 간을 점검하고 손님의 입장에서 맛을 보려 한다.



◆정치인ㆍ문인ㆍ직장인…지친 도시인들의 고향 혹은 아지트=선천집은 정치인들과 문인이 찾는 곳이다. 고향을 향한 그리움이 묻어나서일까. 1970~1980년대부터 인사동을 찾은 이들은 선천집으로 몰려갔다. 황석영 작가는 장편소설 '심청'의 발간 기자회견을 선천집에서 열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직후 선천집을 찾아왔다가 빈 자리가 없어 발길을 돌린 적도 있다. 지금도 고건 전 총리와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등이 단골이다. 광화문, 종로를 거쳐간 직장인들도 다시 선천집을 찾아온다. 박영규 사장은 "여전히 한식을 찾는 분들이 우리 집을 찾아준다"며 "아흔이 가까운 내가 힘들어도 장사 그만두기 힘든 이유다. 손님 다수가 일흔 이상인데 일부러 찾는 이들을 위해 그만두기가 힘들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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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 특히 요식업 폐업이 속출하는 지금 박 사장은 이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박 사장은 "식당 열고 손님을 오시도록 설득하는 일이란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면서도 "처음부터 잘될 수는 없고 끈기있게, 진심으로 손님을 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자신에게 당당하면서도 늘 배우려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는 것이 박 사장의 철학이었다. 그는 "우리 식구들이 먹는 음식이라 생각하고 손님을 대하고 끊임없이 물어서 '오늘은, 지금 내놓은 음식은 틀리지 않았나'를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의 백년가게]평양북도 선천, 고향을 그리워하며 지은 짓밥 "음식 맛은 간…30여개 장독 직접 관리" 지난 18일 홍종학 중기부 장관도 선천집을 찾아 점심을 먹었다. 홍 장관은 "정갈하게 차려진 맛있는 한정식"이라고 말했다. 홍종학 장관(오른쪽)과 박영규 사장이 식당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사진=홍종학 장관 페이스북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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