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폭우·강풍으로 피해 속출…베네치아 75% 침수

지난 28일(현지시간) 시작된 폭우와 강풍으로 이탈리아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한 가운데 이날 북부 우디네 인근 마을의 도로가 폭우로 침수됐다. / 사진=EPA 연합뉴스

이탈리아에서 지난 주말부터 이어진 폭우와 강풍으로 인해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29일 뉴스통신 ANSA에 따르면 시속 100㎞의 강한 바람을 동반한 집중 호우로 인해 북부 롬바르디아, 베네토, 프리울리-베네치아 줄리아, 리구리아, 트렌티노-알토 아디제, 중부 아브루초 등 6개 주에 최고 등급의 경계 경보가 발령됐다. 특히 북동부에 위치한 수상 도시 베네치아는 이날 호우의 직격탄을 맞아 10년 만에 최악의 침수 피해를 입었다.

베네치아는 악천후가 빈번한 매년 늦가을과 초겨울에 조수가 높아지는 이른바 '아쿠아 알타'(높은 물) 현상으로 도심이 정기적으로 침수됐으나, 이번에는 조수가 지난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인 해수면 위 156㎝까지 급상승해 도심 75%가량이 물에 잠겼다.

한때 범람 수위가 160㎝에 도달해 이번 침수가 지난 1979년 이후 40년 만에 최악의 침수로 기록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수위는 이날 오후를 정점으로 점차 낮아지기 시작했다. 홍수에 따른 안전 우려로 주요 교통 수단인 바포레토(수상버스)의 운항이 중단됐으며, 관광객들이 밀집하는 산마르코 광장도 전격 폐쇄됐다.

베네치아는 '아쿠아 알타' 시기에 조수가 해수면 위 100∼120㎝까지 상승할 경우를 상정해 도심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조수 높이가 이 기준을 초과할 경우 피해가 불가피하다.

이에 베네치아가 속한 베네토 주의 루카 자이아 주지사는 "범람 수위가 베네치아와 피렌체에 대홍수를 일으킨 1966년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역대 최악의 홍수 피해를 입은 1966년에는 베네치아의 조수 수위가 해수면 위 194㎝까지 치솟았다.

29일(현지시간) 로마 도심에서 강풍에 쓰러진 나무가 주차된 차량을 덮쳤다. / 사진=EPA 연합뉴스

베네치아 이외에도 이탈리아 곳곳에서 강풍 등으로 인한 피해가 속출했다.

로마 인근에 위치한 도시 프로시노네에서 부러진 나무가 차량을 덮쳐 탑승객 2명이 사망했으며 남부 나폴리에서는 나무에 깔려 20대 청년 1명이 숨졌다. 아드리아해 인근에 위치한 중부 마체라타에서도 차량위로 나무가 쓰러져 40대 여성 운전자가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 남부 칼라브리아 주 칸탄차로에서는 선박이 접안 시설을 들이받으면서 선박에 타고 있던 남성 1명이 실종됐다.

뿐만 아니라, 북부 산간 지역에서 산사태와 홍수 피해가 잇따르고 있으며 이탈리아 북부와 오스트리아를 잇는 '브레너 패스'가 폐쇄돼 한때 열차와 차량 통행이 전면 통제됐다. 이탈리아와 스위스를 연결하는 셈피오네 지역의 도로 역시 차단됐고 북부 볼로냐와 밀라노를 잇는 고속도로 일부 구간 역시 침수 피해를 입었다.

한편, 로마를 비롯한 상당수의 도시는 악천후로 인한 피해를 우려해 학교에 휴교 명령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