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아시아초대석]차상균 "혁신 속도 너무 느려…전략 판단할 주체가 없다"

시계아이콘02분 37초 소요
언어변환 뉴스듣기

빅데이터·AI 권위자…"리더십 부재가 한단계 성장 걸림돌"
"중국의 혁신속도는 우리를 능가해"

[아시아초대석]차상균 "혁신 속도 너무 느려…전략 판단할 주체가 없다" 차상균 서울대 교수./김현민 기자 kimhyun81@
AD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기획재정부 혁신성장본부가 이달 초 가진 전문가 초청 강연은 의미심장했다. 혁신성장본부는 혁신의 방향을 가늠하고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강연을 개최하는데, 이날 강연은 정부가 늘 강조해오던 '디지털 패권과 4차산업혁명'이 키워드였기 때문이다. 강연자는 인공지능(AI)와 빅데이터 분야의 권위자로 알려진 차상균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였다.

차 교수는 최근 가진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에서 강연자로 초청한 것에 대해 "(정부도) 이제 알려고 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동안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막연하게만 생각했다면 이제는 디지털과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만들기 위해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추진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의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강연을 듣고 실행으로 옮기려면 정치권도 움직여야 하는 등 시간 많이 걸린다"면서 "국회가 (4차 산업혁명으로의 변화가) 과연 표(票)에 얼마나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강연한 혁신이 탁상공론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처럼 보였다.

차 교수가 지적한 우리나라 혁신의 가장 큰 문제는 '속도'다. 그는 주관심분야인 중국의 4차산업 발전 속도를 언급하면서 우리나라의 '거북이 속도'를 지적했다. 그는 기재부 관료들을 상대로 한 프레젠테이션 발표 자료를 꺼내보이며 "중국의 중안보험은 창립 4년만에 100억개의 보험계약을 맺었고 중국 상하이에는 전세계에서 가장 큰 스타벅스 매장이 자리잡고 있다. 알리바바는 인공지능스피커 100만개를 불과 9시간만에 판매했다"고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의 쌀이라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판매전략이 결합한 결과다. 차 교수는 "중안보험 같은 회사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면 과연 우리 보험사들은 얼마나 경쟁력 있게 대응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속도와 관련한 개인적인 사례도 언급했다. 현재 차 교수는 서울대 빅데이터센터 원장을 겸하고 있는데 빅데이터 분야 전문대학원을 만드는데 5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토로했다. "그동안 뛰어다녀서 빅데이터 대학원을 새로 만들면서 전임교수 15명 채용에 대한 예산을 받았다. 이에 대한 예산은 15억원이 안된다. 대학원 설립은 내후년인데, 결과적으로 추진에서 대학원 설립까지 5년이 걸렸다. 이 기간이면 회사 두 개는 만들 수 있을텐데. 미국 주립대학인 UC버클리도 답답하다고 하는데 우리보다는 빠른 것 같다."


또 다른 일화도 소개했다. "한 모임에서 '2000억원짜리 펀드를 만들어 회사에 투자해보자'고 제안하니 '그걸 언제 만드냐'는 얘기만 들었다"면서 "언제 키워 언제 돈 버느냐는 게 대한민국의 속도"라고 자조적으로 말했다.


혁신에 대한 속도가 뒤떨어지는 이유와 관련해 그는 "정부, 국회, 대기업이 과연 우리나라를 바꿔야 하는지에 대해 절박하게 생각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기득권을 가진 집단이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빅데이터 문제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들을 만났을 때 느끼는 한계에 대해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하는 주체가 없다"고 지적했다. 차 교수는 "어떤 분야를 진중하게 밀고 나가기 위해서는 정부 예산이 전략적으로 투입돼야 하는데, 좀비기업이든 뭐든 들어와서 자기 것을 하나씩 받아가야 조용해지니 결국 예산이 다 쪼개져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정작 필요한데 들어갈 돈이 부족해지니 국가가 강력하게 뒷받침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차 교수는 "4차산업혁명 기본이 되는 좋은 소재를 하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모든 분야를 혁신해서 선도국가가 될 가능성이 있지만 거기에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면서 "현재에서 다음으로 넘어가는 기회를 놓친 것 같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는 "결국 일자리는 자동화로 줄고 새로운 일자리는 나오지를 않으니 갈 데가 없는 악순환 고리에 빠져들었다"며 "우리나라는 그 고리에 이제 걸쳐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차 교수는 중국의 혁신을 언급하며 타들어가는 속내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중국을 애써 외면하지만 거대한 바닷물이 우리의 바짓가랑이를 적시고 있는 형국"이라면서 "자율주행차도 그렇고 중국이 AI반도체를 밀고 있지만 우리는 메모리반도체 하나만 붙잡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최근 영국의 CPU기업을 중국 국영펀드가 사들였다는 점을 전하면서 "미국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할 건 다했다. 빅데이터 AI규제가 없으니 속도는 미국보다 더욱 빠르다"고 평가했다.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구호가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 아니겠냐"고 물으니 차 교수는 식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라서 이제는 그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유회사가 전력회사 인수할 수 있나. 이런 규제라면 모를까. 규제를 깨려면 아예 패러다임을 깨는 쪽으로 가야 한다"면서 "우리의 규제혁신의 초점은 너무 지엽적"이라고 지적했다.


차 교수는 대신 규제를 넘어 혁신의 주체인 인재를 키워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그는 "규제만 해결되면 뭐든지 다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잘못된 것"이라면서 "일할 사람이 있어야 하고 혁신할 재료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혁신은 사람이 한다. 옛날 사람을 모아 옛날 식으로 풀어준들 무슨 소용이 있나. 우리는 너무 규제 해소에만 집착하는데, 어떻게 끌어내 시장에서 꽃이 피도록 하느냐는 부분까지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차 교수는 우리나라의 인재 키우기 노력이 너무나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창업시켜 성공하도록 하려면 3~4년 동안 연구비 10배 넣어줘서 성공시켜야 한다. 그 이후 인수합병(M&A)을 하든지, 아니면 대기업이 사들이는 그런 성공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우리가 그런 환경을 만들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AD

인터뷰 마무리에 그는 또다시 중국 얘기를 꺼냈다.


"칭화대 부총장이 이렇게 얘기했다. '우리는 이 때까지 팔로워였다. 하지만 리더가 되길 원한다'고 말이다. 우리나라는 그런 목표를 들어주는데도 없다. 중국은 공산당이지만 평등하지는 않다." 차 교수의 마지막 말이 주는 울림이 컸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1510:17
    "눈에 띄게 달라졌다" 36억 투입해 '자동화·자원화' 확 달라진 도축장⑤
    "눈에 띄게 달라졌다" 36억 투입해 '자동화·자원화' 확 달라진 도축장⑤

    정부가 추진해 온 자유무역협정(FTA) 국내보완대책이 도축·가공 현장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산·경남권의 핵심 거점인 부경양돈협동조합 통합부경축산물공판장과 대전·충남권의 대전충남양돈농협 산하 포크빌축산물공판장은 시설 현대화를 통해 생산성과 위생, 환경 성과를 동시에 끌어올리며 국내 축산물 경쟁력 강화의 실증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수입 축산물과의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공판장의 역할이 단순

  • 25.12.1209:58
    '똥값의 역전'…70억 투입하자 악취 나던 분뇨가 돈이 됐다 ④
    '똥값의 역전'…70억 투입하자 악취 나던 분뇨가 돈이 됐다 ④

    정부가 추진해 온 자유무역협정(FTA) 국내보완대책이 제주 축산 현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제주 한라산바이오는 그 대표적인 사례로, 가축분뇨를 재생에너지와 비료로 전환하며 지역 축산업의 환경 기반을 바꾼 시설로 꼽힌다. 제주에서는 약 55만~60만마리의 돼지가 사육되며 하루 2500t 가까운 분뇨가 발생하는데, 한라산바이오는 이를 안정적으로 처리하고 자원화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분뇨가

  • 25.12.1108:51
    멀쩡한 사과 보더니 "이건 썩은 거예요" 장담…진짜 잘라보니 '휘둥그레' 비결은?③
    멀쩡한 사과 보더니 "이건 썩은 거예요" 장담…진짜 잘라보니 '휘둥그레' 비결은?③

    "자유무역협정(FTA) 국내 보완대책을 통해 설립된 '충주 거점 산지유통센터(APC)'는 단양과 제천, 음성, 괴산 등 충북 북부권에 위치한 농가 650곳에서 생산한 사과를 세척·선별·포장·출하하는 과실 전문 APC입니다. 생산단계부터 관리하고 사과 브랜드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또 저온저장고와 선별기 등을 통해 비용을 줄여 농가엔 더 큰 수익을, 소비자들에겐 품질 좋은 사과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 25.12.1010:18
    고품질 韓 조사료 키워 사료비·수입의존도↓ ②
    고품질 韓 조사료 키워 사료비·수입의존도↓ ②

    59개 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축산농가의 부담을 줄이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의 국내보완대책 가운데 하나가 '조사료생산기반확충 사업'이다. 조사료는 볏짚이나 목초 등 거친 섬유질 위주의 사료로, 이 사업을 통해 국산 조사료의 생산·유통·가공 기반을 갖춘 지역 단위 가공·유통센터가 확충되면서 국산 조사료 품질과 시장 신뢰도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북 김제에 위치한 전주김제

  • 25.12.0909:11
    "1인당 3500만원까지 받는다"…'직접 지원'한다는 FTA국내보완책①
    "1인당 3500만원까지 받는다"…'직접 지원'한다는 FTA국내보완책①

    올해 3분기 기준 한국은 22개의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통해 59개 국가와 FTA를 활용한 무역에 나서고 있다. 한국의 첫 FTA인 한-칠레 FTA가 발효된 2004년 4월 이후 약 21년 5개월 만의 성과다. 정부는 현재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85% 수준인 FTA 네트워크를 글로벌 1위인 90%까지 더 넓고 촘촘하게 확충할 방침이다. FTA 네트워크 확대에 따라 한국의 수출 시장이 넓어진 만큼 수출액도 2004년 2538억달러에서 2024년 6836

  • 25.12.0607:30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한국인의 장례식이 최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가운데, 우리 정부도 해당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매체 등에서 우크라이나 측 국제의용군에 참여한 한국인이 존재하고 사망자도 발생했다는 보도가 그간 이어져 왔지만,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2.0309:48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조응천 전 국회의원(12월 1일) 소종섭 : 오늘은 조응천 전 국회의원 모시고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솔직 토크 진행하겠습니다. 조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조응천 : 지금 기득권 양당들이 매일매일 벌이는 저 기행들을 보면 무척 힘들어요. 지켜보는 것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