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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가짜뉴스' 규제 '광장'에 맡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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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가짜뉴스' 규제 '광장'에 맡겨야 김성희 북 칼럼니스트·고려대 미디어학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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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관이다.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가짜뉴스' 규제에 관한 움직임을 보며 드는 생각이다. 지난 23일 더불어민주당 측이 추진하겠다고 밝힌 '허위조작정보 유통방지법'을 보면 '정부기관이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한 정보'를 이른바 가짜뉴스라 정의했다. '가짜' 여부를 정부가 나서서 판단하겠다는 이야기이니 누구의 이익 또는 권리를 보호하려는 건지 뻔하다.


정부가 가짜뉴스 대책을 서두르는 사정이 이해는 간다. 이른바 보수 우파의 1인 유튜브 방송과 그 구독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여기서 '문재인 대통령 건강이상설' 등 확인되지 않거나 허위인 소식이 유포되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런 식의 노골적인 언론 규제는 바람직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

우선 뉴스란 것이 오묘하다. 언론학자들 사이에도 뉴스의 정의에 대해 의견이 갈린다. 심지어 "뉴스란 북(north), 동(east), 서(west), 남(south)의 소식"이란 의견이 있을 정도다. 이와 관련해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아니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란 미국 언론인 찰스 데이나의 말이 거론되지만 요즘은 개가 사람을 문 뉴스가 종종 등장하니 이것도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닌 셈이다.


또한 언론의 일차 소명은 사실(fact)을 전하는 것이란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실의 조각을 모아 진실(truth)을 추구하는 것은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결과일 따름이다. 신문이 처음 등장했을 때 대부분 객관적 사실에 기반한 정론(正論)이 아니라 정파의 이익에 충실한 정론(政論)을 폈고 생존을 위해 선정적 소문,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숱하게 담았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영국 작가 서머싯 몸에 따르면 19세기 유럽에선 여염집 규수들은 (나쁜 물이 들지 않도록) 신문과 소설을 읽지 말라 했다니 오죽했을까. 그렇게 손가락질 받던 당대의 '뉴미디어' 신문은 독자의 심판을 받으며 객관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한 절차를 갖춘 끝에 신뢰받는 정보원으로 자리 잡았던 것이다. 이제 한국 사회에선 드물어졌지만 "신문에서 봤어" 한마디로 논쟁의 승리가 결정됐을 정도로 말이다.
요컨대 무엇이 뉴스인지 나아가 가짜인지 가늠하는 어렵다는 이야기인데 여기서 영국 시인 존 밀턴의 말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17세기 영국에선 각종 팸플릿이 범람해서 정부는 이에 대한 사전검열을 실시했는데 밀턴은 '아레오파지티카'에서 이렇게 물었다.

"모든 주의와 주장을 이 땅 위에 자유로이 활동하도록 내버려두면 진리도 거기에 있을 터인데, 허가를 받게 하고 금령으로 금지함으로써 우리는 진리의 힘을 의심하는 부당한 일을 하고 있다. 진리와 거짓이 서로 다투게 하라. 어느 누구가 자유롭고 개방된 대결에서 진리가 패하리라고 본단 말인가?"


'현대언론사상사(양승목 옮김ㆍ나남)'에서 이를 소개한 허버트 알철은 권력자의 권위를 빌리지 않아도 '사상의 시장'에서 진리가 승리한다는 밀턴의 주장을 '자동조정의 원리(the self-righting principle)'라 했다.


물론 알철은 같은 책에서 밀턴의 주장은 "용감하고 낙관적인 판단"이라면서 그렇게 하려면 사회적 비용(희생)이 든다고 한 20세기 영국 철학자 이사야 벌린의 주장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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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린의 주장도 타당성이 있다. 무분별한 악성 댓글, 무책임한 퍼나르기로 막대한 피해를 보는 이들도 분명히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의지만 있다면 명예훼손죄 등 현행법으로도 대응이 가능한 마당에 이번 규제 구상은 누구를 위한 건지 무엇보다 궁금하다.
'목욕물을 버리다가 아기까지 버린다'는 서양 속담이 있다. 당장의 편익을 위해 언론자유 침해라는 더 큰 비용을 지불할 게 아니라 정부여당이 내세우는 '광장'의 건강성을 믿는 게 어떨까.


김성희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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