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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골목길]폐철길이 내 마음 속으로…'연남동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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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km 산책로 양쪽 개성 넘치는 가게들
건물 유지한 채 기존공간 활용, 카페로 변신
젠트리피케이션 광풍...보증금 3배까지 폭등
불금 공원 음주·고성방가에 주민들은 고통

[한국의 골목길]폐철길이 내 마음 속으로…'연남동 골목' [일러스트 = 오성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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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는 도심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숲길이 있습니다.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와 닮았다 하여 '연트럴파크'라 불리는 경의선 숲길이 바로 주인공입니다. 한때는 천덕꾸러기로 여기며 흉물처럼 방치됐던 기찻길이었지만, 이제는 시민들의 쉼터가 됐고, 숲길 주변으로는 맛집과 다양한 볼거리들이 가득해 서울을 대표하는 핫플레이스로 이름을 알리고 있습니다.

[한국의 골목길]폐철길이 내 마음 속으로…'연남동 골목' 한국의 골목길 연남동 동진시장-경의선 숲길./김현민 기자 kimhyun81@


◈방치된 철길, 숲길로 변신하며 최고 상권으로 급부상=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3번 출구를 빠져나오면 높은 쇼핑몰과 아파트 사이로 빼곡한 가로수가 눈에 띕니다. 경의선 숲길공원입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이곳은 방치된 철길이었습니다. 경의선이 1900년대 초 일제강점기 시절 건설됐으니 찻길의 역사는 상당히 깁니다. 그 당시만 해도 한반도 동남에서 서북을 종관하는 철도로써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제시대와 6ㆍ25 전쟁 등을 거치면서 구간이 점점 단축ㆍ중단됐고 지난 2000년 6ㆍ15 남북정상회담 이후 복원되면서 2000년대 초반에는 마포와 용산 일대를 아우르는 철도였습니다. 하지만 지상을 다니는 열차가 도시환경을 저해한다는 비난이 일었고, 지금 그 열차는 지하로 자취를 감췄습니다.


그런데 100년이란 시간 동안 지역주민의 애환과 일상을 함께 겪어온 소중한 공간을 흔적도 없이 없애는 것도 못할 노릇입니다. 그래서 서울시는 오랜 역사를 공원에 담아 많은 사람들이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공원을 조성했지요. 그러면서 공원과 맞닿은 주변 골목들에도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사실 과거 연남동은 서울 최대 번화가인 홍대와 가장 가까운 동네임에도 불구하고 번화가는 아니었습니다. 홍대에서 밀려들어온 몇몇 카페만 있었을 뿐, 오래된 주택가가 대부분이었기에 연남동은 주거지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헌데 지금은 연트럴파크와 연남동 대표 재래시장인 동진시장을 중심으로 젊은 아티스트들과 상인들이 특색 있는 상점을 열면서 국내 최고 상권으로 급부상했습니다.


뜨는 동네답게 경의선 숲길을 사이에 두고 양쪽은 모두 카페거리로 변신했습니다. 이 산책로의 길이가 1.2km라고 하니 각종 상점들이 숲길을 품는 듯한 모습입니다. 산책로 샛길로 빠져 동진시장으로 가는 골목에 들어서면 아기자기한 카페와 트렌디한 상점들이 눈에 띕니다. 대형 프랜차이즈 가게보다는 연남동에만 있는 가게들이 대부분이라 후미진 골목골목을 둘러보다 숨은 맛집을 찾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한국의 골목길]폐철길이 내 마음 속으로…'연남동 골목' 한국의 골목길 연남동 동진시장-경의선 숲길./김현민 기자 kimhyun81@



◈상점들, 소규모 재정비로 독특한 분위기 연출= 이곳 상점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요. 본래 주택이었던 외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간판을 내건 겁니다. 서울시의 배려가 돋보이는 점인데요. 재개발이나 재건축 등 뉴타운 개발 대신 기존 주민들의 생활공간을 보전하자는 취지로 기존 공간을 최대한 살려내는 소규모 재정비만 한 덕에 이 골목길이 지켜질 수 있었다고 합니다.


또 눈에 띄는 곳은 연트럴파크 끄트머리에 있는 공방거리입니다. 사실 연남동은 젊은 청년들이 상권 살리기에 일조를 많이 했는데요. 공방거리를 채운 이들도 대부분 젊은이들입니다. 가죽 공방, 향수 공방, 악세서리 공방 등 종류도 다양합니다. 가죽 공방에 들어가 보니 가죽으로 만든 소품들을 판매하는 상점 한편에는 가죽 공예 수업도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주택을 개조한 상점에서 수업을 하고 있는 걸 보고 있자니 어릴 적 가정집에서 운영하던 만들기 학원에 온 듯 향수(鄕愁)도 불러일으킵니다.


미로 같은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임대', '매매'란 글을 써붙인 빈집들과 오픈을 앞두고 리모델링 중인 상점들도 많습니다. 어김없이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이 진행 중임을 보여 줍니다. 유동인구가 많은 홍대 주변이라는 지리적 이점과 연트럴파크란 새로운 랜드마크까지 더해진 탓에 비싼 임대료를 견디지 못해 기존 상인들이 다른 곳으로 내몰리고 있는 거죠. 실제로 경의선 숲길이 조성되기 전인 2014년과 지금의 임대료를 비교해보면 보증금은 3배, 월세는 4배 수준으로 올랐다는 것이 주변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입니다.


이런 현상은 상인뿐 아니라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던 주민들까지 이주를 고민하게 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식료품을 책임졌던 작은 슈퍼마켓, 과일ㆍ채소 가게, 수십 년 연남동을 지켰던 세탁소와 미용실 등이 사라지고 있는 겁니다. 실생활에 필요한 이런 시설들은 유동인구가 많아져도 매출로 이어지지는 않죠. 그런데 임대료는 날로 높아지니 버티기가 버거운 겁니다. 이렇다 보니 원주민들이 이사를 고려하는 건 당연한 거겠지요.

[한국의 골목길]폐철길이 내 마음 속으로…'연남동 골목' 한국의 골목길 연남동 동진시장-경의선 숲길./김현민 기자 kimhyun81@


[한국의 골목길]폐철길이 내 마음 속으로…'연남동 골목' 한국의 골목길 연남동 동진시장-경의선 숲길./김현민 기자 kimhyun81@



◈젠트리피케이션에 오버투어리즘…투자자ㆍ방문객 배려 절실= 최근에는 더 큰 문제도 생겼습니다. 연트럴파크가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유명세를 타면서 오버투어리즘 현상이 생긴 것인데요. 사실 이와 관련해서는 이미 수차례 문제로 제기된 적이 있습니다. 주말을 앞둔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밤마다 이방인들이 나타나 연트럴파크에서 술을 마시는데다 고성방가는 물론 폭행이나 기물파손 등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고 있습니다. 부족한 시민의식 탓에 애꿎은 주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거죠.


실상은 생각보다 심각했습니다. 낮까지만 해도 이곳은 소풍 나온 가족들, 산책하는 부부들, 돗자리를 펴고 과제를 하는 학생들이 넘치는 건전한 공원입니다. 금요일 오후 7께, 해가 질 무렵이 되자 슬슬 '맥주족'들이 등장합니다. 연트럴파크 초입에 '술길 싫어요, 숲길 좋아요'란 푯말이 걸려있지만 무용지물입니다. 거리공연을 준비하는 아티스트들도 속속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오후 8시 이후 버스킹(거리공연)을 삼가 달라' 경고문이 부착돼 있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는 듯 버젓이 그 앞에서 공연을 합니다.

[한국의 골목길]폐철길이 내 마음 속으로…'연남동 골목' 한국의 골목길 연남동 동진시장-경의선 숲길./김현민 기자 kimhyun81@



서울시가 올해 1월부터 연트럴파크를 포함한 경의선 숲길공원 전체와 서울숲공원 등 22개 직영 공원을 음주청정지역으로 선포했지만 직접 가보니 실상은 이를 무색하게 합니다. 음주청정지역에서는 서울시 조례에 따라 음주 후 소음 등 남에게 혐오감을 주는 이에게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단속을 하는 이도 단속을 무서워하는 이도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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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곳 주민들은 '뜨는 동네'에 산다고 부러워할 게 하나도 아니라며 손사래 칩니다. 동진시장 부근에서 만난 연남동 주민 40대 임모 씨는 "옛날엔 조용하고 살기 좋았던 동네"라고 회상합니다. "공원이 생기면서 처음엔 동네 주민들이 정말 좋아했는데, 지금은 그 공원 때문에 이사 간 주민이 한 둘이 아니다"고 말합니다. 게다가 주택가에는 오래 산 노인들이 많은데 이 분들은 평생을 살아온 동네를 벗어날 수도, 달라진 동네에 적응하지도 못한 채 살고 있다며 우려했습니다.


연남동 골목을 찾는 투자자들의 상생(相生)의식, 그리고 이곳을 즐기러 온 이방인들의 시민의식이 필요한 때인 듯합니다. 도심 속 숲길이 쉼터가 되길 기대했던 동네 주민들이 더 이상 한숨 쉴 일이 없도록 말입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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