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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라이트]담배 피우며 침 뱉기, 연습했더니 잘한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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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쓰백'서 연기 변신 한지민

[라임라이트]담배 피우며 침 뱉기, 연습했더니 잘한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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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론 표독스럽고 불량해보이지만 학대아동 보듬는 따뜻한 마음 표현
실제로 기부·봉사 앞장서는 천사표...파격적 역할 제 인생 오랜 숙원사업

"너 어디 갈 데 없냐." "…" "물어본 내가 시X" "시X" "야!" 아이 앞에서 정색하는 얼굴이 예사롭지 않다. 노랗게 탈색된 머리와 검은 가죽재킷. 빨간 립스틱을 바른 입술 사이로 희뿌연 담배연기가 새어나온다. 흐릿한 기운이 사라지자 칼끝처럼 표독스럽게 찢은 눈초리가 드러난다. 살갗마저 철갑처럼 차고 딱딱하게 굳었다. 영화 '미쓰백'에서 한지민(36)이 연기하는 백상아다. 가족도 없는 혈혈단신 외돌토리. 겉보기에 불량하지만, 세상을 등지고 살아갈 뿐이다. 마음은 누구보다 따뜻하다. 추운 겨울날 가정에서 학대당하고 거리로 쫓겨난 소녀 김지은(김시아)을 외면하지 않는다. 산전수전 다 겪어본 여자답게 넓은 마음으로 포용한다.


한지민의 실제 성격이 반영된 듯하다. 그녀는 꾸준한 기부와 봉사로 대중에 '천사표' 배우로 각인됐다.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에서도 주로 활달하고 밝은 얼굴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외형은 확연히 다르다. 욕설을 퍼붓는가 하면, 담배를 피면서 길거리에 침을 뱉는다. 지은의 의붓엄마 주미경(권소현)와 머리끄덩이를 잡아당기며 싸우기도 한다. 한지민은 촬영했던 기억을 한참 떠올리더니 신이 난 아이처럼 박장대소했다. "제작진이 욕설을 잘한다고 해서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담배를 피우거나 욕설하는 모습이 어색하면 영화에 몰입하기 어렵잖아요. 노력한 만큼 나온 듯해서 뿌듯해요."

[라임라이트]담배 피우며 침 뱉기, 연습했더니 잘한대요



-처음 보여주는 얼굴인데, 이질감이 크지 않더군요.
"백상아가 어색하게 등장하면 관객이 불편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했죠. 영화 '밀정'에서 한 흡연 연기가 도움이 됐어요. 연습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더라고요. 생활화가 필요했어요. 예컨대 침을 뱉는 연기도 수없이 뱉어봐야 해요. 그래야 자연스러워져요. 평소 해본 적이 없어서인지 무척 힘들었어요(웃음)."


-과도한 설정은 자칫 스테레오타입으로 비칠 위험이 있어요.
"강한 인상이 아니라서 어느 정도 필요했다고 생각해요. 대신 수차례 테스트 촬영을 통해 이질감을 줄여갔어요. 검은머리에 맨얼굴까지 밀어붙였는데, 백상아의 날선 느낌이 나타나지 않더라고요. 체구는 작지만 조금만 건드려도 폭발할 것 같은 인상을 원했거든요. 아주 세부적인 부분까지요. 가령 머리카락 색깔은 노랗지만, 뿌리 부분은 많이 까매요. 다듬어지지 않은 느낌이 있죠. 눈 화장도 거의 하지 않았어요. 누가 봐도 다가가기 어려운 인상이었죠(웃음)."


-시나리오의 어떤 점에 매료됐나요.
"아무래도 공감이겠죠. 읽으면서 욕이 튀어나왔거든요(웃음). 보기와 다르게 과격한 편이에요. 텔레비전에서 아동학대 관련 뉴스 등을 접하면 'X새끼', '쓰레기'라고 혼잣말을 해요. 법원에서 아동범죄자의 형량이 낮게 나왔다는 소식에 울분을 토한 적도 있어요.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그런 기분이 들었어요. 감성이 섬세해지는 새벽 4시에 책을 펴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버려진 아이의 이야기잖아요. 백상아 또한 비슷한 일을 겪으면서 전과자까지 됐고. 세상의 온갖 상처를 떠안은 여자 같았어요. 그런 그녀가 마음을 여는 과정을 그린다면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백상아를 꼭 안아주고 싶었죠. 김지은도 엄마처럼 꼭 감싸주고 싶었고요."


[라임라이트]담배 피우며 침 뱉기, 연습했더니 잘한대요



-그 마음이 동질감에서 비롯된 연민과 모성애 가운데 어느 쪽에 가깝다고 봤나요.
"전자요. 연대의 의미가 더 컸다고 생각해요. 백상아는 자신과 똑같은 길을 걷게 될 아이를 외면할 수 없었을 거예요. 모성애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백상아는 어머니의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모성애라고 해도 스스로 인지하지 못했을 거예요."


-서울여자대학교에서 사회사업학을 공부했어요. 당시에도 이런 문제에 관심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아주 많이요(웃음). 수업을 들으면서 자주 화가 났어요. 우리나라의 아동학대 실태가 생각보다 심각하거든요. 미쓰백에서의 묘사가 과해 보일 수 있겠지만, 결손가정에서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에요. 부모가 비정상인데도 아이를 그들로부터 보호하기가 쉽지 않죠. 학대가 인정되어도 형량이 낮고요. 사회복지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의 처우도 개선되지 못하고 있어요. 사람을 다루는 일이라서 무척 고되지만 여전히 박봉이에요. 대학에서 함께 공부한 친구들도 하나둘 그만두고 있죠. 슬픈 현실이에요."


[라임라이트]담배 피우며 침 뱉기, 연습했더니 잘한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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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나요.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셨어요. 그래서 할아버지와 할머니 손에 자랐죠. 할머니께서 고등학교 때까지 도시락을 싸주셨어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노인 문제에 관심이 많아진 듯해요. 사실 처음에는 아동학과로 진학하려고 했어요. 아이들과 대화하는 건 언제나 즐겁잖아요. 단순한 질문에 돌아오는 엉뚱하면서도 순수한 답이 마음을 맑게 해줘요. 그래서 유치원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세상사에 너무 일찍 눈을 뜨는 듯해요. 너무 똑똑해서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아요. 순수함을 빨리 잃어버리는 것 같아서 안타까워요."


-밝은 성격 때문에 그동안 영화나 드라마에서 활달하고 생기발랄한 배역을 많이 맡은 듯해요. 그래서 이번 변신이 더욱 파격적으로 전해질 것 같고요.
"나이에 맞게 다채로운 연기를 할 수 있었는데, 너무 고심해온 게 아닌가 싶어요. 그렇다고 결과가 매번 좋았던 것도 아닌데(웃음). 많이 위축됐던 것 같아요. 20대 초반에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많이 혼났거든요. 표현하는 감정이 단조로웠나 봐요. 그래서 빨리 늙고 싶었죠. 하지만 무엇이든 순리를 따라야 하는 듯해요. 이렇게 저에게도 기회가 주어졌잖아요. 많은 분들이 이번 영화의 억세고 거친 이미지를 우려했어요. 연연하지 않았어요. 도전했다고 여기지도 않았고요. 상반된 역할도 해볼만하다는 용기를 가지고 시작했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생각해요. 물론 관객에게 연기가 자연스럽다는 말을 가장 듣고 싶죠. 꼭 그렇게 됐으면 해요."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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