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교육청, 해당 학교 재단에 통보...소명 기회 부족 등 '징계 절차' 위반 판단, 재징계 절차 밟을 듯
18일 해당 학교와 참교육학부모회 인천지부 등에 따르면, 인천시교육청은 이날 해당 학교 재단 측에 해당 교사에 대한 징계가 사립학교법 제65조 제1항, 즉 징계위원회 개최에 앞서 사전 조사 및 두 차례 이상 서면 출석을 통보해야 한다는 규정을 위반했다며 징계 무효를 통보했다. 시교육청은 또 재단 측에 원점에서 다시 이 교사에 대한 징계 절차를 밟으라고 요구했다.
앞서 지난 7월 중순 인천의 한 여고에서 이 모 교사가 구지가, 춘향가 등 고전 문학 수업을 하면서 성희롱을 했다는 학부모 민원이 제기됐다. 이에 학교 측은 지난달 20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이 교사를 파면시켰다. 이 교사가 구지가의 거북 머리를 남성의 성기에 비유하고, 춘향전의 한 대목을 설명하면서 원전에 나오지 않은 춘향의 다리 등을 언급한 것이 여학생들의 수치심을 준 성희롱에 해당된다는 판단이었다. 일부 학생들은 또 이 교사가 평상시에도 성적인 발언을 많이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인천여성연대가 학생들에 대한 지지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교사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강력 반박하는 등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글에서 "수업의 전체적인 맥락을 배제한 채 성희롱을 했다고 한다"면서 "학교는 사안을 조사하는 성희롱고충심의위원회에 조사 보고서를 내기 전 양측 의견을 충분히 들어야 하지만 그런 과정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학 수업 관련 성희롱 징계의 부당함을 알리고자 하는 분노심에 어리석은 생각도 했다. 너무 고통스럽고 수치스럽기만 하다"며 "끝까지 싸우자 하면서도 힘들다는 두려움에 별 생각을 한다"고 호소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교사들은 "문학적 상징과 비유를 설명하는 수업의 특성상 학생들의 반응이 과도한 것 같다"며 성희롱 주장은 '억지 미투'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가 가르친 여성 제자들이 SNS를 통해 릴레이응원글을 펼치기도 했다.
참교육학부모 인천지부 등도 학교 측의 징계가 문제가 있다며 시교육청에 감사를 요구했었다. 노현경 지부장은 이날 SNS에 글을 올려 "학교의 부적절한 징계절차 및 부당한 징계의결(파면) 관련해, 인천시교육청에 이 학교에 대한 감사를 요구하는 등 문제를 바로 잡고자 노력하며 지난 두 달간 대응해 왔다'며 "(징계 무효는) 사필귀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당 학교 측 관계자는 "이 교사가 몇가지 복합적인 사유로 징계위에 회부돼 파면 결정이 내려졌었다"며 "두 차례에 걸쳐 서면 통보를 했지만 지난달 20일 열린 징계위에 출석하지 않았다. 시교육청은 불참했을 경우 한 번 더 날짜를 바꿔 징계위를 열라는 뜻으로 징계 무효화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안다. 다시 한 번 징계 절차를 처음부터 밟아야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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