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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차이나 리포트]베트남, 빅배스 시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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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까지 은행구조조정 돌입…대규모 부실 털어내기 시작한 베트남

[인도차이나 리포트]베트남, 빅배스 시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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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하노이)=구채은 기자] 베트남 노이바이 국제공항에서 남쪽으로 15km를 달려 홍강(紅河)을 건너면 베트남 금융중심지 팜흥스트리트(Pham Hung street)가 위용을 드러낸다. 신시가지로 불리는 이곳에 베트남 최대의 '마천루' 경남랜드마크 72(347m)가 들어서있다. 신한ㆍ기업ㆍ우리은행 등 포함해 주요 외국계 은행들이 입주해 있는 이곳은 베트남 금융중심지다. 인접한 바딘 광장에는 베트남 전통의상 아오자이를 형상화한 65층 규모의 롯데센터 하노이(272m)가 솟아 있다. 도심 곳곳에 삼성전자, 효성, 현대차, 신한은행 등 한국 기업 광고판이 즐비한 베트남은 한국의 외국인직접투자(FDI)가 가장 많은(8억5100만달러ㆍ25.4%) 신남방정책의 '요충지'기도 하다. 베트남에 진출한 글로벌 금융사도 35개로 중국(64개)과 미국(55개) 다음으로 많다.

◆은행 구조조정 '격변기'
지난달 말, '박항서 신드롬'으로 뜨거운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를 찾았다. 베트남 중앙은행(SBV) 주도로 이뤄지는 '빅배스(Big Bath)'와 구조조정이 팜흥스트리트 금융가의 최대 화두였다. 베트남은 2020년까지 은행을 35개에서 15개로 줄이고, 대규모 부실을 털어내는 '제2의 금융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었다. 이해송 금융감독원 하노이사무소장은 "한국이 IMF 외환위기 당시 외국계인 론스타와 칼라일 등에 시장 문호를 열고 자본을 유치했던 때와 똑같은 변혁기가 베트남에선 지금"이라고 표현했다.


베트남은 1986년 도이머이정책을 시작으로 1988년 금융개혁, 1990년 은행법 시행, 1991년 민간상업은행 설립, 1992년 외국계 지점 개설 허용 등을 거치면서 강도 높은 개혁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현재 베트남 금융당국이 주목하는 것 민간은행을 중심으로 축적된 부실을 솎아내는 작업이다. 베트남 로컬은행들은 부동산 난개발과 은행들의 상호출자 구조, 임대업에 편중된 여신구조 등으로 인해 부실채권(NPL) 비율이 치솟고 있어 구조조정이 절박한 상황이다.

베트남중앙은행에 따르면 NPL 전환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 대출 비율은 지난해 11월말 기준 7.9%로 높은 수준이다. 2016년말엔 10%를 넘었다. 2014년 자본금 2400만달러를 들여 베트남 자산관리공사(VAMC)를 설립했지만 시스템 미비와 자본력 부족으로 부실채권 해소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맹선배 IBK기업은행 베트남 하노이지점장은 "나무로 치면 썩은 나뭇가지를 골라내는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본여력도 취약하다. 지난해 8월말 기준 베트남 금융사의 자본적정성비율(CAR)은 12.37%로 외국계은행(32.17%)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다. 2020년부터 국제결제은행(BIS)의 자본규제인 바젤Ⅱ 도입도 예정돼 있어 주요 상업은행들이 상장을 통해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다.


[인도차이나 리포트]베트남, 빅배스 시작하다



◆외국계銀 인수 타당성검토
이 때문에 베트남 금융당국은 외국계 은행들에 M&A에 기대를 걸고 있다. 외국계은행에 대한 추가 인가는 제한하는 대신 현지 민간은행을 인수해 부실도 정리하고 은행권 구조조정도 진행해주길 바라는 것. 이를 위해 베트남 은행의 경우 애초 외국인이 지분을 최대 30%까지만 보유할 수 있었지만, 최근 법 개정에 따라 부실 은행은 정부 승인을 받아 지분 100%를 인수할 수 있게 열어줬다. 브엉 딘 후에 베트남 경제부총리는 외국계 은행들에게 "추가 인가는 제한하는 대신 현지 은행들을 인수를 유도하겠다"고 여러차례 밝혔다.


문제는 인수매물의 부실규모가 산출이 어렵다는 점이다. 국영기업 소유의 4대은행(AgribankㆍBIDVㆍVietinbankㆍVietcombank)이 70%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해, 이를 제외하고는 난립한 민간은행들은 대부분 부실률이 높고 로컬 리테일 기반도 약한 편이다. 우리나라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현지 로컬 기업 인수 타당성 검토에 들어갔지만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1000억원대의 불법대출 스캔들이 터졌던 '오션뱅크' 비리 사건 등 현지 금융시스템의 불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높다. 예금자보호금액 한도가 최대 5000만동(약 240만원)에 불과하고 대출 증가율을 은행별로 15% 내외로 할당하는 여신규제를 하는 등 규제체계가 미흡하고 선진화 돼 있지 않은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글로벌 시장 확장을 목적으로 진출해 있는 외국계은행들의 전략에도 변화가 필요해졌다. 베트남 외국계은행 1위(전체 순위 15위)인 신한은행이 최근 주목하고 있는것은 미즈오, SNBC 등 일본계은행들이다. 한호성 신한베트남은행 부법인장은 "일본계 은행들은 리테일에 강한 로컬은행들의 출자 지분을 늘리는 방식으로 새로운 전략을 세우고 있다"면서 "미얀마,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주요 로컬은행에 출자를 하고 있는데 이는 주목할 만한 변화"라고 언급했다.


[인도차이나 리포트]베트남, 빅배스 시작하다


[인도차이나 리포트]베트남, 빅배스 시작하다


◆베트남의 기회요인은?
현지 금융사들은 이같은 변화 속에서도 베트남 시장의 '기회요인'이 여전하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히는 것은 저임 노동력과 코리안 프리미엄이다. 2016년말 기준 베트남의 총인구 대비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중은 70%로 인도네시아(67%), 인도(65%), 필리핀(63%)과 견줘서도 월등히 높다. 생산가능인구 중 경제활동인구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로 2016년말 5557만명에서 지난해말 약 5636만명으로 증가한것으로 추정된다. 2020년경 1억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는 '인구대국'이라는 점도 강점이다. 특히 이 중 구매력이 큰 25~54세 인구가 약 431만명에 달해 총 고용인구의 45.6%를 차지한다. 역동적이고 변화가 빠른 젊은 인구가 소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뜻이다. 베트남이 세계의 '공장'이자 잠재력이 큰 '소비시장'이기도 한 이유다.한국 기업들이 최저임금과 주52시간제 등의 여파로 인건비가 뛰자 베트남에 공장을 옮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베트남 진출 한국 기업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통계에 따르면 3800개, 비공식적으론 6300개로 매년 증가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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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진식 KEB하나은행 하노이지점장은 "수력발전 다음에 바로 태양광 발전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발전단계를 '숏컷'으로 가져가는 것이 베트남의 특징"이라면서 "은행 계좌 보급률이 아직 낮지만 스마트폰 보급률은 높아 마치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듯한 나라가 베트남이다"고 설명했다. 한 부법인장은 "젊은 소비인구를 중심으로 모바일금융 접근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외국계 은행 입장에선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면서 "여전히 베트남 시장 확대의 기회요인은 많다"고 말했다.


베트남 금융당국이 외환위기를 겪으며 은행을 대거 구조조정 했던 노하우를 배우고 싶어하는 기류가 강해 민ㆍ간의 물밑접촉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 때문에 금융감독원 하노이 사무소와 베트남 금융당국의 유·무형적 접촉도 늘고 있다. 이해송 소장은 "베트남에선 '코리안 프리미엄'이 통한다는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면서 "한국의 금융제도를 배우고 싶어하는 우호적인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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