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비행기에도 ‘노키즈존(No Kids Zone)’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비행시간 내내 아이 울음소리를 들어야 해 승객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인데, 이를 두고 ‘아동 혐오’라고 비난도 나오는 상황이다.
장시간 비행은 아이에게 무척 괴로운 일이다. 낯선 환경에 객실에서 나는 냄새와 소음에 아이가 울음을 터트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어른도 괴롭기는 마찬가지. 같은 자세로 꼼짝 못하고 좁은 좌석에 앉아 있는 승객들도 답답함을 호소한다. 여기에 아이 울음소리까지 더해진다면 스트레스는 극에 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비행기에도 노키즈존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합당한 돈을 지불하고, 기내에서 들려오는 아이 울음소리에 잠은커녕 편히 쉬지도 못한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우는 아이도 힘들어 보여 부모나 승무원에게 이의를 제기하기도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때문에 현재 항공사들이 규정하는 ‘생후 7일 이상인 아이’의 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부분 제재가 가능한 어린이부터 탑승을 가능케 해야 한다고 하는데, 대중교통 기준인 만 6세 혹은 청소년 기본법에 따라 9세 이상 등으로 기준 나이를 상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주장이 지나친 이기주의로, '약자인 아동에 대한 혐오'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아이는 배려 받아야 할 존재인데 비행기에 노키즈존을 도입한다면 나중에는 버스, 지하철 등 모든 교통수단에서 제재 대상으로 오르내릴 것이란 지적이다.
노키즈존과 관련한 논쟁은 해외서도 상당히 뜨거운 이슈였다. 영국 항공 예약사이트 레이트딜이 성인남녀 2000여명을 대상으로 차일드프리존(Child Free Zone)에 대해 설문한 결과 70%가 ‘찬성’이라고 답했다. 이 중 35%는 추가비용을 지불할 의향도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몇몇 항공사들은 실제로 ‘노키즈존’을 도입하기도 했다. 말레이시아 항공은 12세 이하의 아이와 동승자를 항공기 아래층 지정된 구역에만 앉게 했고, 에어아시아도 ‘콰이엇 존(quiet zone)’을 설치했다. 조용한 기내 환경을 원하는 이들은 추가비용을 지불하도록 했다.
일부 항공사에서는 우는 아이에 대한 반감을 없애는 이벤트도 나왔다. 지난 2016년 미국의 한 항공사는 아이가 한 번 울 때마다 승객 전체에게 다음 비행편을 25%씩 할인해 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당시 총 4명의 아이가 울음을 터트려 해당 항공편에 탑승한 승객들은 다음 비행키 티켓을 100% 할인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오히려 ‘키즈존’을 도입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일반 승객과 아이를 동승한 승객의 의견을 절충한 것인데, 아이가 울음을 터트려도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아이 전용 좌석을 마련해 아이와 부모 모두 편히 여행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실제로 항공예약사이트 스카이스캐너가 20~59세 한국인 남녀 여행객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91%가 ‘키즈존’ 도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어린아이 입장을 일절 금지하는 ‘노키즈존’ 도입에는 찬성 39%, 반대 51%로 나타나 노키즈존보다 키즈존 도입에 더욱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키즈존’ 도입은 아이와 함께 비행기를 이용하는 부모들이 좌석을 제한하는 것이다. 때문에 부모들은 고객 권리 침해라는 부당함을 호소하는 논쟁의 여지도 있어 전문가들은 키즈존 도입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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