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남대문시장 일대 상품권 매장들, 상품권 거래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
서울 명동의 롯데백화점 앞 매점에서 한 중국인이 상품권을 사는 모습. /이재익 기자 one@
[아시아경제 이재익 기자] "롯데 5만원으로 3장 주세요." "14만6100원이요." "신세계 178장 가져왔어요." (계산기를 두드리며)"이만큼 드릴 수 있습니다."
4일 오후 서울 명동에 위치한 상품권 판매소. 추석 명절을 앞두고 상품권을 할인 거래(상품권깡)하려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들어왔다. 판매소 한쪽 벽 면에는 거래 가능한 상품권의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직원은 깡을 하러 온 고객에게 백화점마다 다른 상품권 가격을 빠르게 불러줬다. 10만~20만원어치부터 1000만원 가까이 거래하는 사람까지 이날 거래된 액수도 천차만별이었다.
명절 선물 용도로 백화점상품권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상품권 시장은 그야말로 전쟁 중이다. 백화점에서 상품권을 구입할 경우 정가에 현금으로만 거래할 수 있어 인근에 형성된 매장에서 '깡'을 하는 것이다. 상품권깡은 서울 도심 대형 백화점 주변 구둣방이나 간이 판매소에서 주로 이뤄진다. 환율처럼 변동 시세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값이 정해진다. 요즘 같은 명절 전에는 비싸게 거래된다. 남대문 인근에서 환전과 함께 상품권 장사를 하고 있는 장옥자(가명ㆍ70)씨는 "추석 앞두고 상품권 찾는 이들이 많아져서 최근 들어 일 평균 100만~200만원 정도 거래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10만원 당 2000원 남기 때문에 많이 버는 편은 아니다"고 토로했다.
음성적으로 소규모 거래하는 곳에서는 상품권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남대문 시장에서 '상품권 거래' 팻말을 붙여놓고 구둣방을 운영하는 김명현(가명ㆍ64)씨는 "사람들이 가져오는 상품권만 사고 팔기 때문에 남아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명동과 남대문시장 상품권 매장 시세는 정가보다 2~3% 정도 저렴했다. 롯데백화점 상품권이 9만7500원~9만8000원으로 가장 비쌌고 현대백화점이 9만6800원으로 가장 쌌다. 신세계의 경우 롯데백화점과 가격이 같거나 약간 싼 정도였다. 인기 상품권이 비싸게 매매되는 것이다. 롯데백화점 인근의 상품권 판매소 관계자는 "롯데상품권이 쓸 수 있는 곳이 가장 많아서 시세도 제일 비싸다"면서 "현대는 백화점만 이용가능해 싼 것"이라고 했다.
인터넷 시세도 오프라인과 비슷했다. 오프라인 매장들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고 거래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차이가 사라졌다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명절이 지나면 선물로 오간 상품권이 시장에 풀려 시세가 떨어진다. 상품권 상인 이지훈씨(가명ㆍ61)는 "명절이 끝나면 선물로 받은 상품권을 다시 현금화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때문에 가격대가 조금 낮아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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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에 위치한 상품권 판매소에는 중국인 큰 손들도 종종 다녀갔다. 이 지역에서 상품권 매장을 운영하는 신명희씨(가명ㆍ59)는 5만원 지폐 다발 1억원어치를 보여주면서 "조금 전 중국인이 거래하고 간 것"이라면서 "중국인들의 경우 대부분 거래금액이 천만원 대 이상"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백화점업체들은 법인들의 대량구매가 '깡시장'에 나가는 것을 줄이기 위해 대량구매에 대한 리베이트를 줄이고 법인들의 검증도 강화하고 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깡시장에 바로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대량구매 신청이 들어오면 실제로 회사 내에서 선물용으로 사용하는 것인지를 검증하기 위해 여러 방법들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익 기자 o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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