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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타게 찾던 형님은 가셨고 형수와 조카를 만나게 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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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대부분 고령·사망 …北배다른 형제·형수 조카 대신 만나

"애타게 찾던 형님은 가셨고 형수와 조카를 만나게 됐네요" 7월 25일 오전 판문점에서 남(왼쪽)과 북의 연락관이 8월20~26일 금강산 지역에서 진행될 8.15 계기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생사확인 회보서를 주고받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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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취재단·아시아경제 이설 기자] "어머니는 돌아가실 때까지 둘째형을 보고 죽어야 된다고 말씀하셨어요. 둘째형 밥이라며 한 그릇 솥에 떠놓기도 했고요."

제21차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측 방문단 중 한 명인 고호준(77)씨는 생전 어머니가 애타게 찾던 형님이 이미 44세 나이에 사망했다는 통지를 받았다. 고씨는 그런 형님을 가리켜 전쟁통에 죽지 않고 오래 살아 다행이라고 했다.


작은 아들을 그리워하던 어머니도 15년 전 88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그는 대신 북측에 살아있는 형수와 조카를 만나 형님과 어머니 얘기를 나누기로 했다.

고씨는 한국전쟁 당시 스무 살이었던 형님을 인민군이 데려갔다고 회상했다. "당시 나는 초등학교 1~2학년이었습니다. 인민군이 북한에 가면 공부도 시켜주고 잘살게 해준다고 꼬시면서 의용군으로 데려갔어요. 부모님이 말리셨던 걸로 기억이 되는데 가난하다보니 끝까지 말리진 못했습니다."


고씨는 어머니가 항상 애처롭게 아들을 찾았던 걸 보면서 자랐기 때문에 이산가족 상봉소식을 듣고 바로 신청을 했다고 한다. 상봉자로 선정되기 며칠 전에는 어머니의 간절한 마음이 전해진 것인지, 어머니가 꿈에 나오기도 했다. "며칠 전에 꿈에 나오셔서 손가락에 금반지를 끼워주셨어요. 그 꿈을 꾸고 기분이 좋았는데 그러고 나서 이산가족 상봉에 선정됐다고 전화가 왔어요."


그는 이번에 형수와 조카를 생전 처음 보게 되지만 고마운 마음뿐이라고 했다. "형수님한테 굉장히 고마워요. 청춘에 혼자서 조카들을 키워주시고…."


6.25전쟁으로 한반도가 분단된 지 벌써 68년이 흘러 이산가족들은 대부분 사망하거나 고령이다.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이산가족 등록자는 총 13만2603명이지만 이 중 5만6862명 만이 생존해 있다. 생존자 중에는 80대가 41.2%, 90세 이상이 21.4%를 차지한다. 고씨처럼 보고 싶었던 부모님, 형제 대신 배다른 형제, 조카를 만나는 경우가 많다.


김영자(74·여)씨도 북쪽에 있는 아버지가 2002년 6월에 사망했다는 통지를 받았다. 북한에 배다른 동생(63)과 조카(33)의 생존만 확인 돼 그들을 만나러 가지만 북쪽에서 어느 지역에 살았는지는 알 수 없다고 한다.


경상남도 남해군 창선면에서 아버지와 헤어진 김씨는 아버지가 일본에서 새엄마를 만나 딸 6명, 아들 1명을 낳았다고 기억한다. 이후 일본에서 북송선을 타고 북쪽으로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소식이 끊겼다.


그는 아버지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지만 그리움은 크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 부모가 없어서 지금 나이가 이렇게 들어도 부모 생각이 많이 납니다. 내가 부모 나이가 되면 안 그럴 줄 알았는데…." 박씨는 아버지를 만나면 큰소리로 '아버지!'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생전에 이룰 수 없는 꿈이 됐다.


박홍서(88)씨도 보고 싶었던 형님 대신 생전 한번도 보지 못한 조카를 만난다. 조카들을 알아볼 수 있을지 걱정되는 마음도 앞서지만 생전 형님에 대한 추억을 갖고 있을 거란 기대감도 있다.


경상북도 영주 출신인 박씨는 어릴 때 황해도 평산군 남천읍에 살았고 결혼한 큰 형님은 북한 원산에서 병원을 개원해 운영하고 있었다. 박씨는 의사였던 형님이 어릴 적 수영선수를 했고 그림에도 소질이 많아 화가 수준이었던 '재주꾼'으로 기억하고 있다.


부모님과 둘째형, 셋째형을 비롯한 박씨 가족들과 형제들은 1946년 해방되자마자 북쪽이 공산주의 사회가 된다는 소식을 듣고 남쪽으로 넘어왔는데 원산에 있던 형님은 내려오지 못했다고 한다. 박씨와 함께 남측으로 내려온 아버지, 어머니와 둘째형, 셋째형은 모두 큰 형을 보지 못한 채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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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는 내려올 때 남자 조카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지만 조카의 얼굴은 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생전 처음 보는 조카들이지만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다. "조카들 만나면 어떻게 살았는지, 형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어떤 말씀을 하셨는지, 통일이 되면 찾아올 의향이 있는지 묻고 싶어요."


한편 이번 21차 이산가족상봉 행사는 20일부터 2박 3일간 남측 이산가족이 북측 가족을 만나는 1차 상봉, 24일부터 같은 기간 북측 이산가족이 남측 가족을 만나는 2차 상봉으로 이뤄진다.




이설 기자 sse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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