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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남방을가다]120조원 태국 유통시장, 가짜 한국産 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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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의 땅 '新남방'을 가다 <17> 태국(下)-아세안 허브에 부는 한류

[신남방을가다]120조원 태국 유통시장, 가짜 한국産 활개 태국 방콕 시암스퀘어 내 위치한 아르코바(Arcovaㆍ아캔아기) 매장. 간판에 '아캔아기'라고 한글로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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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태국)=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이거 한국 제품인가요?" 방콕 시암에 위치한 한 쇼핑몰 내 종합생활용품점에서 태극기가 엉성하게 그려진 화장품을 꺼내 들고 묻자 곧바로 "Yes"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한국산 유명 핸드워시의 모양을 그대로 베낀 제품에는 '거품 새수크림'이라는 엉성한 한국어가 적혀 있다. 인기 상품으로 점원이 추천한 팩 제품은 같은 건물에 입점해 있는 한국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의 대표 제품과 꼭 닮았다. 태국 생활 10년 차라는 교민 구은진(여ㆍ가명)씨는 "처음에는 한류 열풍의 한 형태니 재밌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한국 상품과 기업들은 피해만 입는 것 같아 씁쓸하고 불편하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주목받는 아세안 소비시장 태국, 상품 한류 현주소는= 한류 열풍에 힘입은 한국 상품의 인기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허브이자 대표 소비시장을 자처하는 태국에서도 뜨겁다. K팝과 드라마 등을 중심으로 한류 열풍이 거세지고 최근 2~3년간 종합생활용품점이 급증하면서 유통길이 한층 넓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지 1위 홈쇼핑 업체인 GCJ(CJ오쇼핑)의 성낙제 법인장은 "한국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많이 높아졌다"며 "태국은 소비시장으로서의 접근이 가능한 아세안 대표 국가"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한류 열풍에 기댄 현지 진출은 말처럼 쉽지 않다. 한국 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공급자 위주인 현지 특성상 시장 진입 자체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안경 등 독점시장의 경우 장벽 자체가 높다. 겨우 매장에 입점하더라도 저렴한 가격에 한국 상품을 모방한 현지 업체들의 공세에 밀리기 십상이라고 관계자들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수쿰윗 지역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교민은 "한류만 믿고 무작정 왔다가 현지에서 가짜 상품에 당하는 장사꾼들도 한둘이 아니다"고 말했다.

[신남방을가다]120조원 태국 유통시장, 가짜 한국産 활개 주력 상품으로 판매 중인 알로에 로션과 보습 클렌저가 진열된 선반에는 태극기 그림과 함께 'made in Korea' 표기가 붙어 있다.

대놓고 한국 브랜드인 양 속여 인기를 끄는 짝퉁 브랜드들도 줄줄이 등장하고 있다. 베트남, 필리핀 등에서 한국 기업처럼 홍보 중인 중국계 무무소(Mumusoㆍ무궁생활), 코리안 라이프스타일 매장이라고 소개하는 아르코바(Arcovaㆍ아캔아기) 등이 대표적이다. 매장 내 한글 간판과 소개글이 여기저기 붙어 있는 데다 제품에도 엉성한 한국어 설명서와 서울 주소 등이 표기돼 있어 현지인 다수는 한국 제품이라고 속을 수밖에 없다. 모방 제품 판매가 늘면서 오히려 국내 업체의 피해만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시암 지역 아캔아기 매장에서 만난 직장인 손크린 파덩빤(23ㆍ여)씨는 "한국 제품들은 세련되고 예쁜 제품들이 많아 친구들에게도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산이 아니라는 말에 진열장에 붙은 'MADE IN KOREA' 표기와 태극기를 가리키며 "점원도 한국 제품이라고 했다"고 오히려 반박했다. 베트남에 이어 지난해 태국에 상륙한 무무소의 경우 올해 들어 아유타야 등 방콕 인근 지역에도 개점하며 확장 속도를 높여가는 모습이다.


이른바 '코리아 킹' 사건은 그간 태국에서 인기가 높던 한국산 프라이팬시장 자체를 사라지게 한 아픈 기억이 됐다. 지난해 태국 현지 수입 업체가 한국산 프라이팬의 가격을 과도하게 부풀려 판매한 후 폭탄 세일이라고 거짓말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작 수입 업체와 상관없는 한국 기업들만 대거 불똥을 맞았다. 한국산 주방기기시장 자체가 쪼그라들며 현지 판매량 1위였던 주방용품 전문 기업 해피콜은 결국 지난 6월 말 태국 법인의 문을 닫아야만 했다. 한국이라는 국가 이미지에 타격을 준 것은 물론이다.


법무법인 중정 동남아 전문가 그룹의 김철웅 방콕 수석변호사는 "해외 진출 전 상표권 등록을 통해 모조품 판매를 금지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상표권 등록만으로 모조품 판매를 전부 막을 순 없지만, 태국의 경우 법원의 집행력이 강하고 공권력이 엄격해 상표권자가 강하게 보호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코트라 역시 "법적 조치와 함께 온라인 마케팅 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남방을가다]120조원 태국 유통시장, 가짜 한국産 활개 방콕 시내의 아르코바(Arcovaㆍ아캔아기) 매장 내 벽면에 '더 많은 물을 마셔!'라는 한글이 적힌 포스터가 부착돼 있다.



◆가격 의존도 높고 브랜드 영향 미미…로컬 셀럽ㆍ하이소 활용해야=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태국 유통시장은 2017년 기준으로 전년 대비 3.1% 확대된 3조5512억바트(약 12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다른 아세안 국가 대비 낮은 성장률에도 유통 등 소비시장 성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여기에 최근 5년간 유통산업 성장률은 23%에 달한다. 향후 온라인시장의 잠재력은 물론 아세안 통합 소비시장 중심지로서의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현지 전문가들은 태국시장 진출에 앞서 현지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인당 1회 평균구매단가는 한국의 50% 수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브랜드보다 가격에 민감한 특성도 있다. 진출 기업으로선 패키지 사이즈를 축소하는 등 제조원가를 최소화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상품 판매가 현지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기억할 대목이다. 특히 소비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최상류층 하이소(high society의 약어)와 손잡거나 이들을 겨냥한 이른바 셀러브리티 마케팅도 전문가들의 추천 방안 중 하나로 꼽힌다. 국내 쇼핑몰로 시작해 로레알그룹에 인수된 '스타일난다'가 대표적 예다.


일각에서는 대표 소비시장으로 꼽히는 태국을 아세안 생산기지로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지리적 위치나 인프라도 강점이지만, 아세안시장 통합 시 'MADE IN THAILAND'가 더욱 부각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성 법인장은 "아세안시장 통합을 감안하면 태국 내 생산기지가 유리하다"며 "다만 유치 혜택은 인근 국가들에 비해 다소 적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향후 유망 진출 산업으로는 건강식품, 화장품, 제약산업 등이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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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내 법인 설립 절차는 베트남, 미얀마 등 인근 국가에 비해 까다롭지 않다. 3인의 발기인이 회사 설립을 준비해 상공부(DBD)에 신청서를 제출한 후 절차에 따라 법인계좌를 설립하고 자본금을 납입하는 수순이다. 외국 기업이 유통업을 할 경우에는 최소 3억원의 자본금을 갖고 태국투자청(BOI)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김 수석변호사는 "태국에서는 대부분의 내수산업 분야가 외국인에게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영업허가(Foreign Business License) 발급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코트라 측은 "유통 부문에서는 생활용품 자체브랜드(PB)를 소유한 대형 리테일 업체가 거의 없다"며 "현지 업체와 합작 시 시장 진출에 유리하다. 한국 이미지가 브랜드 신뢰성 구축에 효과가 있다"고 제언했다.




방콕(태국)=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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