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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 피해女 “난 한낱 고깃덩이 같았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7초

英 BBC, 한국의 몰카 전염병 집중 조명…첨단기술이 되레 몰카 척결 어렵게 만들어

몰카 피해女 “난 한낱 고깃덩이 같았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앞둔 지난달 5일 강원도 강릉 경포해수욕장에 ‘몰카는 범죄’라는 경찰의 홍보물이 등장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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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진수 선임기자] 영국의 보도 프로그램 'BBC 뉴스'가 한국에서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는 '몰래 카메라' 범죄를 최근 심층 취재ㆍ보도했다.

BBC의 서울 특파원 로라 비커 기자는 한국에서 몰카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가 기억난다며 보도를 시작했다.


그는 서울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돼 한강 둔치에서 친구와 자전거를 타다 공중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때 친구가 "화장실에 카메라 같은 게 없는지 확인하라"고 외쳤다. 그는 돌아서서 웃었으나 나중에 알고 보니 친구가 농담한 게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비커 기자는 한국에서 많은 여성이 공중 화장실에 들어갈 때 무엇보다 작은 구멍이나 카메라 같은 게 없는지 확인부터 한다고 전했다.


몰카는 여성 때론 남성의 옷 벗는 모습, 화장실 가는 모습, 옷가게ㆍ헬스클럽ㆍ수영장 탈의실까지 포착한다. 몰래 촬영된 동영상은 포르노 동영상 사이트에 올라간다.


몰카 피해女 “난 한낱 고깃덩이 같았다” 경포해수욕장 개장을 앞둔 지난달 3일 강릉경찰서 경찰관이 경포대 해변 화장실에서 몰카가 설치돼 있는지 점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강원경찰청 제공).



한국에서 이른바 '몰카 포르노' 신고가 접수되는 것은 연간 6000건에 이른다. 피해자 가운데 80%가 여성이다.


그러나 BBC는 쉬쉬하는 피해 여성도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몇몇 가해자는 피해 여성의 남자친구로 밝혀지기도 한다.


BBC는 피해 여성 '김씨'로부터 들은 얘기를 전했다. 김씨는 식당에서 몰카 피해를 당했다. 함께 식사 중이던 남자 지인이 스마트폰으로 김씨의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하다 김씨에게 발각된 것이다. 그의 스마트폰에는 김씨를 몰래 찍은 다른 동영상들도 있었다. 김씨는 채팅방에서 여러 남자들의 입질에 오르내리고 있었다.


김씨는 "채팅 내용을 처음 보고 충격 받아 울고 말았다"고 들려줬다.


김씨는 경찰에 신고하러 갔다 마음의 상처만 더 입고 말았다. 이런 생각이 든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경찰관은 내가 노출이 너무 심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내가 값싸게 보이는 건 아닐까."


김씨는 "모든 남자가 나를 고깃덩이나 성적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 같아 무서웠다"고 토로했다.


한국은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첨단기술이 발달한데다 디지털로 촘촘히 연결돼 있다. 성인 중 90%가 스마트폰을 갖고 있으며 93%는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첨단기술 탓에 몰카 범죄 탐지 및 몰카 범죄자 검거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시민들이 모여 만든 사회단체 '디지털성폭력아웃'을 이끄는 하예나 대표는 "불법 몰카 동영상을 내리는 게 가능하지만 진짜 문제는 같은 동영상이 다시 올라오고 또 올라온다는 점"이라며 "유포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예나 대표는 불법 유포자를 표적으로 삼으려면 국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그는 "디지털 성범죄가 한국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라면서 "다만 한국은 기술적으로 매우 발달해 인터넷 환경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접속하기 쉬운 곳"이라고 말했다.


하예나 대표는 "한국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범죄가 큰 문제로 부각된 것은 그 때문"이라며 "조만간 다른 나라에서도 큰 문제가 될테니 국제 협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진수 선임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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