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선, 3층 규모·함포 19대의 공격형 군함"

채연석 교수 연구논문 '함포의 배치를 중심으로 본 이순신 거북선의 구조 연구' 공개

공격 준비를 마친 이순신 거북선[사진=채연석 교수]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이순신 장군의 거북선이 3층 규모에 함포 열아홉 대를 갖췄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20일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채연석 교수의 연구논문 '함포의 배치를 중심으로 본 이순신 거북선의 구조 연구'에 따르면 임진왜란에서 거북선은 노를 저어 적선에 접근한 뒤 함포로 공격했다. 채 교수는 거북선의 형태와 발사물 규격, 발사 준비 구역 면적, 화약 사용량 및 성능을 분석하기 위해 사료를 연구했다. 선조에게 올린 이순신의 장계와 이분(李芬)의 이순신 장군 행록, 선조 25년(1592년) 5월에 기록된 조선왕조실록 속 거북선 설명, 이순신 종가에 소장된 두 장의 거북선 그림, 이충무공전서에 담긴 귀선도 등도 살폈다. 이를 토대로 조선의 대표적인 함포인 천자·지자·현자·황자총통을 성능에 맞게 이상적으로 배치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적절하게 배치된 거북선은 화력이 뛰어난 공격형 군함이었다. 채 교수는 1층 전면 좌우에 천자총통 두 대, 2층 전면 좌우에 지자총통 두 대, 2층 전면 중앙에 현자총통 한 대, 2층 좌우 측면에 황자총통 열두 대, 2층 후면 좌우에 현자총통 두 대 등 열아홉 대의 함포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천자총통은 대장군전을, 지자총통은 장군전을 발사물로 사용한다. 현자총통과 황자총통은 크기와 무게가 다른 소연환을 각각 쓴다. 채 교수는 "전체 길이 131㎝의 대형 포 천자총통만 놓고 보면 큰 발사 충격에 견디며, 좌우 무게 균형을 잡아주고, 거북선 선체의 무게 중심을 낮춰 안정성을 키워주며, 적선에 가능한 가깝게 접근(3.75∼6ｍ)해 발사토록 해 명중률을 높이기 위한 목적 등으로 1층 앞부분에 뒀을 것"이라고 했다.

천자총통 발사 준비 구역 크기와 배치도[사진=채연석 교수]

공격을 앞둔 거북선은 1층 앞부분에 대장군전 두 발이, 2층 전면에 장군전 두 발이 각각 장전한 형태로 예상됐다. 채 교수는 지붕 위와 2층 바닥에는 칼과 송곳이 설치돼 있을 것으로 봤다. 그는 "사용된 포의 종류와 배치 방법, 배치한 포의 수와 발사 방법에 대해 세세히 밝힌 건 이번 논문이 사실상 처음"이라고 했다. 이어 "중앙 부분에는 창고와 병사가 휴식할 수 있는 방이 설치됐을 것"이라며 "좌우에 각각 여덟 개씩 열여섯 개의 노를 둬 1층에만 격군 여든 명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채 교수는 "관련 문헌과 유물이 제한적인 데다 실제로 전통 선박에서 화포를 발사해 본 경험이 없다는 점은 한계"라면서도 "충격을 흡수하는 함포 시스템과 큰 충격에 견딜 수 있는 거북선 선체에 대한 복원, 발사 시험 등을 거쳐야 이순신의 거북선을 제대로 복원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