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 순직에 커져가는 공권력 강화 목소리
출처=경찰청(폴인러브) 페이스북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경북의 한 시골마을서 출동한 경찰관이 범인이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경찰의 적극적 총기 사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재차 대두되고 있다. 일선 경찰관들은 '매뉴얼'과 제도의 개선 없이는 언제나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8일 낮 12시49분께 경북 영양의 한 주택가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 2명이 흉기에 피습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목 부위를 다친 김선현(51) 경위는 닥터헬기로 병원에 이송됐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함께 출동한 A(53) 경위는 머리 등을 다쳤지만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타까운 순직 소식에 공권력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특히 정당한 공무집행 중인 경찰관을 위협할 시 '테이저건(전기충격 방식의 총기)' 등 적극적인 무기 사용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거세다. 실제 8∼9일 이틀 동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 같은 청원만 4건이 올라왔다.
테이저건./사진=연합뉴스
하지만 현실적으로 경찰관이 무작정 총기를 사용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현행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르면 경찰관은 자신 또는 다른 사람의 생명ㆍ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경우(형법상 정당방위ㆍ긴급피난), 중범죄를 저지른 피의자가 항거ㆍ도주할 때, 영장집행에 항거ㆍ도주할 때, 무기ㆍ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지니고 3회 이상 물건을 버리라는 명령을 받고도 따르지 않을 때 등에 무기를 쓸 수 있다. 이와 함께 대통령령인 '위해성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은 상황이 급박한 경우와 인질ㆍ간첩ㆍ테러사건을 제외한 경우 총기를 사용할 시 상대방에게 사전 경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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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한 경사급 경찰관은 "2년 전쯤 지구대 근무 당시 테이저건으로 난동을 부리는 취객을 제압한 적이 있는데 이후 경위서 작성부터 상부 보고까지 정신이 없었다"며 "출동한 경찰관은 급박한 상황으로 보고 무기를 사용했음에도 추후 매뉴얼대로 했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하면 징계를 감수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특히 총기 사용시 정말 급박한 상황이었음을 증명하는 것은 경찰관의 몫이다. 자연스레 총기 사용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각종 민ㆍ형사상 소송도 경찰관 개인에게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수도권 한 지역경찰은 "소송을 당하면 정당한 공무집행이라 해도 시시비비를 따지게 되면 입증이 쉽지 않다"면서 "총은 쏘는 것이 아니라 던지는 것이라는 자조 섞인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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