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후 화웨이 CEO, 프랑스 저널과 인터뷰
5G 도입 앞두고 미국, 호주 등에서 불안정한 입지 고려한 듯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중국 통신장비·스마트폰 제조사 화웨이가 미국이 정한 모든 법률을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국제사회의 ZTE 제재를 의식한 발언으로 화웨이는 현재 미국, 호주, 한국 등에서 국가 보안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8일(현지시간) 미국 IT전문매체 폰아레나에 따르면 켄 후 화웨이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프랑스 저널 르 주르날 뒤 디망슈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화웨이에 ZTE와 같은 처벌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화웨이는 미국, 유럽, UN이 정한 모든 법률과 규정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ZTE는 또 다른 중국 통신장비·스마트폰 제조사로 앞서 국제사회의 제재를 어기고 이란과 북한에 통신장비를 불법 수출해 미국 기업과의 거래가 중단되는 제재를 받았다.
그러나 후 CEO의 말과는 달리 화웨이는 이란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지난 4월 미국 법무부의 조사를 받았다고 알려졌다. 당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조사가 표면적으로는 대이란 제재 위반이라는 명목을 갖고 있지만 실제로는 중국 ICT업체의 스파이 행위에 대한 미국 정부의 견제로 볼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만약 화웨이가 미국 정부로부터 제재를 받게 된다면 이는 치명상이 될 수 있다. 화웨이는 미국 기업으로부터 스마트폰 운영체제, 칩셋 등 핵심 소프트웨어·하드웨어를 공급받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화웨이는 5세대 이동통신(5G) 장비 수출을 앞두고 최고 기술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음에도 미국, 호주, 한국 등에서 불안정한 입지를 갖고 있다. 바로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각국 정보기관들은 '모든 조직과 시민들은 법률에 따라 국가 정보 작업을 지원하고 협조하며 협력해야 한다'는 중국 법에 근거해 화웨이 5G 장비 도입이 호주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의 특성상 정부가 화웨이 통신 장비에 대한 감청을 요청할 경우 화웨이가 이를 거부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최근 불거진 국내 이동통신사의 화웨이 5G 장비 도입과 관련한 논란과 같은 맥락이다.
화웨이는 같은 이유로 올해 초 이동통신사 AT&T와 손잡고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하려는 계획을 거둬야 했다. 미국 정부의 반 중국 정서가 강화되면서 결국 자급제 출시로 선회했는데 결과적으로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얼마 뒤 리처드 위 화웨이 CEO가 "화웨이는 미국이 없어도 세계 1등이 될 것"이라며 분노를 표출했지만 이는 역설적이게도 미국 시장의 중요성을 인정한 발언이라고 평가 받았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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