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증거 자료 뒷받침 증언 주 이룰 듯…텔레그램, 산부인과 진단서 등 위력 행사 입증에 초점
비서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첫 공판을 받기 위해 2일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정무비서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한 정식 재판 절차가 지난 2일 시작된 가운데 피해자 김지은씨의 신문이 예고돼 있다. 비공개로 진행되는 두번째 공판기일에서 4달여 만에 처음으로 입을 열게 될 김지은씨가 재판부를 상대로 어떤 말을 꺼낼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조병구 부장판사)는 오는 6일 오전과 오후로 나눠 제2차 공판기일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공판기일에서는 지난 2일 첫 재판에서 진행된 모두 절차와 서증 조사, 참고인 진술에 이어 피해자 신문 및 피고인 방어권 행사 등이 예고돼 있다.
이에 따라 김지은씨가 법정에서 어떤 주장을 하게 될지가 큰 관심사다. 지난 3월5일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성폭행 피해 사실을 폭로한 이후 이날 재판이 사실상 김씨가 처음 입을 여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김씨는 변호인단과 자필 입장문 등을 통해서만 자신의 입장을 간간히 전해 왔을 뿐 언론과의 접촉을 극도로 꺼려 왔다. 김씨를 지원해 온 한국성폭력상담소 측에서도 김씨가 받을 2차 피해를 우려해 노출을 최대한 막았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로부터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전 충남도 정무비서 김지은씨. 사진=jtbc 방송 화면 캡쳐
김씨의 발언은 검찰 측이 제시한 증거 자료들을 뒷받침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재판의 쟁점이 안 전 지사와 김씨의 관계에서 위력이 행사됐는지 여부인 탓에 이날 김씨에 대한 신문이 향후 법정 공방의 승패를 좌우할 분수령이 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김씨는 첫 공판기일 당시 안 전 지사 측 발언이 있을 때마다 별도로 챙겨온 메모장에 무언가를 직접 작성하는 등 피해자 신문을 앞두고 꼼꼼하게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그간 성폭력 2차 피해로 인해 전혀 외부 생활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던 김씨가 언론 노출을 감수하면서까지 공개 재판에 모습을 드러낸 것에서 법정 공방을 향한 김씨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검찰은 2차례에 걸쳐 진행된 공판 준비기일과 첫 번째 공판 기일을 통해 안 전 지사와 김씨 사이의 텔레그램 비밀 대화 내용과 김씨가 주변 사람들에게 업무와 관련해 어려움을 토로했던 내용, 김씨에 대한 참고인 진술은 물론 김씨의 산부인과 진단서까지 제출했다. 특히 안 전 지사와의 성관계 이후 비정상적 출혈이 있었다는 올해 2월26일자 산부인과 진단서를 통해 ‘원치 않은 성관계였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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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신문에서 나오게 될 김씨의 발언은 이 같은 검찰의 공소 사실을 뒷받침하는 내용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씨가 자신의 상관인 안 전 지사에게 순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점을 강조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도지사를 위해 늘 준비해야 하는 비품목록과 함께 목욕할 때 휴대폰을 소지하는 방법까지 적시된 ‘안 전 지사 수행비서 업무 매뉴얼’을 증거 자료로 제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한편 재판부는 오는 6일 예정된 김씨의 피해자 신문은 피해자의 사생활 보호 방침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하기로 했다. 또 재판부는 이달 16일까지 총 7번의 집중심리를 거쳐 8월 전에 1심을 선고할 방침이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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