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지하철역마다 볼 수 있는 꽃집 간판, '츠베뜨이'라고 읽는다고 한다 [사진=김형민 기자]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역마다 눈에 자주 띄는 곳이 있다. 바로 꽃 편의점이다. 간판에는 러시아어로 '츠베뜨이(цBETы)'로 쓰여 있다. 우리말로 '꽃', 영어로 '더 플라워즈'라는 의미라고 한다.
꽃 편의점은 24시간 운영하는 곳들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는 낮에 문을 닫고 장사를 하지 않았다. 이 가게들은 해가 지고 나서 어두워지면 밝게 불을 밝히고 꽃을 판다. 해가 뜬 시간이 긴 백야를 이용해 낮에는 꽃이 햇볕을 받고 광합성을 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고 물을 뿌려주면서 꽃들이 잘 자라도록 한다. 잘 자란 꽃은 해가 지는 밤 9~10시쯤 퇴근하는 이들의 손에 의해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배달된다고 한다.
꽃 가격도 나쁘지 않다. 보통은 꽃마다 가격이 붙어 있지만 원하는 가격만큼도 살 수 있다. 포장비는 대략 1000루블(약 1만7000원) 정도로 저렴하다.
꽃집 내부 모습 [사진=김형민 기자]
러시아 사람들의 꽃 사랑은 특별하다. 꽃 편의점 외에도 길거리에는 꽃을 파는 할머니들을 쉽게 만날 수 있고 사람들도 꽃다발을 많이 들고 다닌다. 이들은 기념일이나 집들이를 갈 때 꼭 꽃을 사서 선물한다. 러시아 남자는 여자에게 붉은 꽃을 많이 주고 사랑을 표현할 때는 하트 모양의 대형 꽃다발도 준다. 꽃 선물할 때는 규칙도 있다. 꽃은 반드시 홀수로 줘야 한다. 짝수로 주는 것은 죽은 사람들에게 선물한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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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꽃시장은 최근 세계적인 블루칩으로 각광 받고 있다. 국제무역센터(ITC)에 따르면, 러시아내 꽃 판매량은 2005년 9억3800만 송이에서 2014년 17억5000만 송이까지 늘었다. 러시아 꽃시장은 앞으로 10년 간 계속 성장해 400억 달러(약 44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을 예상하고 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는 매년 11월마다 '꽃엑스포'라는 대형 행사도 열린다.
우리 축구대표팀도 러시아에 입성할 때 현지 교민들로부터 꽃다발을 받았다. 어느덧 오는 27일에는 독일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한다. 실낱 같은 가능성이지만, 만약 독일을 이기면 16강으로 가는 길이 열릴 수 있다. 과연 우리 대표팀이 카잔에서 기적을 만들고 꽃다발을 한아름 받으며 축하 받을 수 있을까. 대표팀의 간절한 승부가 곧 시작된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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