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 강화에 약화되는 국가 간 분업체계

[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2000년대 들어 빠르게 확산되던 글로벌 가치사슬(GVC, Global Value Chain)이 2012년 이후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국의 보호무역기조가 강화되면서 국가간 가치사슬 확산이 제한됐기 때문으로 조사됐다.

3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해외경제 포커스'에 따르면 세계GDP에서 글로벌 가치사슬을 통해 창출된 부가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전세계 GVC 참여도는 2008년(14.1%)을 정점으로 2015년 13.2%까지 하락했다.

GVC는 제품의 설계 및 부품과 원재료의 조달, 생산, 유통, 판매에 이르기까지 각 과정이 다수의 국가 및 지역에 걸쳐 형성된 글로벌 분업체계를 뜻한다.

지역별로는 신흥국을 중심으로 GVC가 약화됐으며 GVC 참여유형별로는 국가간 분업 정도가 높은 복합 GVC가 더 약화됐다.

2001~2008년중 선진국 및 신흥국이 각각 4.4%p(포인트), 2.3%p 상승했지만 2012~2015년중에는 각각 0.2%p, 1.5%p 하락했다. 특히 베트남(-8.2%p), 한국(-3.2%p), 중국(-2.5%p) 등 아시아 지역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산업별로 보면 제조업의 후방참여(해외생산 중간재의 국내생산 투입)가 전기·전자를 중심으로 크게 약화된 반면 서비스업의 참여도는 소폭 상승했다.

특히 제조업의 후방참여도는 전기·전자(-3.1%p), 금속제품(-1.6%p), 섬유·가죽(-1.6%p) 등을 중심으로 급락했다.

이와 같은 글로벌 가치사슬 약화는 먼저 최근 전세계적으로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면서 국가간 GVC 네트워크의 원활한 작동이 저해되고 글로벌 가치사슬 분업의 확산이 제약된 데 기인한다.

2012~2017년중 관세 및 비관세 무역제재 건수는 2009~2011년 대비 연평균 219건 증가한 반면 자유무역 조치는 108건 증가에 그쳤다.

수입관세율은 1990년대에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에서, 2000년대에는 신흥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하락했으나 최근 하락세가 크게 둔화되고 있다.

보호무역 기조 확대는 국가간 GVC 네트워크의 원활한 작동을 저해하고 글로벌 가치사슬 분업의 확산을 제약한다.

또한 GVC 확대 과정에서 생산기지 역할을 했던 아시아 주요국이 내수중심 경제구조로 변화하면서 제조업의 글로벌 수직적 분업이 약해진 것도 GVC 약화에 기여했다.

마지막으로 신흥국의 임금 상승, 선진국의 생산공정 자동화 등으로 생산비용 격차가 줄어들면서 다국적 기업들이 글로벌 가치사슬 네트워크에 참여할 유인이 축소된 점도 GVC 약화요인으로 작용했다.

글로벌 가치사슬 약화는 세계경제 성장세 지속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교역 확대가 이전에 비해 제한적일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GVC 약화 배경이 주로 경제구조 변화, 생산비용격차 감소 등 구조적 요인에 기인하고 있어 이전의 확장세를 회복하기는 힘들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글로벌 가치사슬 참여도가 높은 점을 감안해 GVC 변화에 시의적절하게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중국 등 생산기지 역할을 하는 주요국의 경제구조 변화에 따른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에 대비하는 한편, 전문기술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GVC 확산에 적극 참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