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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의 생명이야기]<98> 암 검진이 생명을 지켜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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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의 생명이야기]<98> 암 검진이 생명을 지켜줄까 김재호 한양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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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이 부쩍 많아진 요즘, 늦게 발견되는 바람에 너무 진행되어 손을 쓸 수 없게 되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암은 어느 정도 클 때까지는 대체로 별다른 증상이 없어서 어떤 증상이 나타날 때는 많이 진행되어 있는 경우가 흔하다. 조기발견을 위한 암 검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의료계의 주장이 의료정책에 많이 반영되고 있는데, 암 검진은 우리의 생명을 얼마나 지켜줄 수 있을까?


암 검진은 어떤 증세가 나타나기 전에 암을 찾아내 암을 예방하고 빨리 치료하여 치료 효과를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이 목적을 달성하려면 가능한 한 빠르고 정확하게 암을 찾아내 성공적으로 치료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암 검진과 치료는 둘 다 완벽하지 못하기 때문에 암 검진이 항상 최선은 아니다. 검진의 편익이 검진의 위험과 비용보다 클 때에만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암 검진에는 혈액검사와 소변검사, 영상의학검사 등 여러 방법을 사용하는데, 영상의학검사에 사용되는 이온화 방사선은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1그룹 발암물질로 건강한 사람도 암을 일으킬 위험이 있으므로 방사선 검사를 자주 받는 것은 좋지 않다. 암에 걸려 있을 가능성이 높고, 편익도 큰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받아야 한다.


또한 암 검진의 편익과 위험을 비교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오진 가능성이 있다. 걸리지 않았는데 걸린 것으로 잘못 진단하면 조직검사와 같은 추가검사가 이어지는데, 추가검사는 육체적으로 힘들게 하고, 정신적으로 스트레스와 근심걱정을 주며, 비용도 적지 않다. 오진 때문에 불필요한 검사를 받게 되는 셈인데 특히 위험을 수반한 추가검사는 문제다.

암에 걸렸는데 걸리지 않은 것으로 잘못 진단하는 것도 자주 보는 오진이다. 조기 치료를 못 받는 것도 문제이지만, 한 동안 검진을 받지 않게 되므로 발견이 늦어지는 문제도 있다. 1cm이하의 작은 암을 찾아내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기술적 한계도 있다.


암을 찾아내도 실익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하는 과잉검진도 문제다. 노인들의 유방암이나 전립선암처럼 천천히 자라는 암은 걸린지 모르고 마음 편히 사는 것이 더 좋은 경우가 많은데, 완벽하게 치료하기도 쉽지 않고 치료할 필요도 별로 없는 암을 굳이 찾아내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고, 많은 비용이 드는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암에 걸린 사실이 확인되더라도 마땅한 치료방법이 없거나 말기 신부전증처럼 만성질환의 말기 상태에 있어 기대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환자의 암 검진도 문제다. 치료할 수 없는 치명적인 암에 걸린 사실을 확인하는 검진은 정신적·정서적으로 고통을 주어 삶의 질을 떨어뜨릴 뿐이다. 매우 노약한 사람에게 암 검진을 하는 것이 부적절한 이유다.


몸에 암이 있어도 그다지 해롭거나 위험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우리에게는 여성들의 갑상선암을 열심히 찾아내 무분별하게 절제수술하여 평생 동안 갑상선 호르몬을 먹게 만들던 시절이 있었다. 2000년 2,806명이던 여성 갑상선암 발생자는 2010년 3만 명을 넘었고, 2011년부터 3년간 35,000명 안팎을 유지하다 2015년에야 2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조기 발견하여도 치료 결과가 별로 달라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암에 걸린 사실을 알고 사는 기간만 길어지는데 이를 조기발견 기간 편향(lead-time bias)이라 한다. 조기 검진으로 암을 발견하면 3년 살 수 있고, 1년 뒤 발견하면 2년 살 수 있는 경우에 조기 검진은 암에 걸린 사실을 일찍 알게 되어 불편한 마음으로 사는 기간만 길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암 검진이 조기 치료에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검진이 가진 위험과 한계를 감안할 때 검진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좋은 전략이 못 된다. 암 검진은 그 편익이 위험과 비용보다 클 때 제한적으로 받되, 발암물질에의 노출을 줄이고, ‘암 도우미’의 생활을 버리며, ‘생명 도우미’의 삶을 생활화하여 암을 예방하고 자연치유하는 것이 최선임을 잊지 말자.


김재호 KB자산운용 상근감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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