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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유출 우려"vs"경기침체 가능성"…진퇴양난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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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우려 높아져…한은 최근 기류는 "물가보단 경기봐야"
물가 올랐지만 공급측면이라 고민만 깊어질수도
금리역전 우려도 만만치 않아…신흥국 자금유출, 공포심 자극


"자금유출 우려"vs"경기침체 가능성"…진퇴양난 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2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은행 회의실에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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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 기준금리를 결정짓는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달엔 일단 동력이 유력하다. 하지만 향후 통화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하기엔 상황이 녹록치 않다.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에 발맞춰 인상기조를 시사해야 한다는 의견과 경기침체를 우려해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인상시점을 한발 미루는 신중론이 우세한 분위기다.


◆'경기침체' 우려 강해져…'경기'에 주목하는 한은 ="고용 상황이 좀처럼 개선되지 못해 걱정스럽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공식석상에서 부진한 고용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폭이 석 달 연속 10만명대에 그쳤고, 실업자도 100만명을 웃돈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완연한 경기회복세'를 금리인상의 요건으로 늘 내세워온 이 총재의 발언으로 시장에는 적잖은 여파가 있었다. 이달 들어 급부상한 '7월 인상론'이 당장 힘을 잃었다.

정부가 경기회복론을 고집하고 있는 것과 달리 경기침체론이 우세한 분위기다. 불씨를 당긴건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다. 김 부의장은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을 통해 우리 경제가 회복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는 정부의 입장을 반박하면서 "여러 지표로 봐 경기는 오히려 침체국면의 초입 단계에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민간연구소들은 앞다퉈 김 부의장의 손을 들었다. LG경제연구원은 투자가 3월부터 뚜렷이 둔화하고 있다고 했고, 현대경제연구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기선행지수의 추세가 모두 2개월 이상 꺾였고, 3월 제조업 생산지표가 안 좋은 데다 4월 수출이 감소세로 전환했다고 지적했다.


고용 외에 생산, 투자, 수출 등 실제 경기지표들의 흐름도 일제히 둔화되는 조짐을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산업생산은 2월보다 1.2% 줄며 2016년 1월 이후 2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설비투자도 한 달 만에 7.8% 줄었다. 수출 성장세도 꺾이는 움직임을 보였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월간 수출통계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1년 전보다 10% 늘어나 세계 10대 수출국 중 8위를 차지했다. 이는 주요 무역국 71개국 평균(13.8%)보다 낮은 수준이다.


주목할 것은 한은 금통위의 기류다. 금통위는 최근 들어 금리를 결정짓는 근거로 경기에 무게를 두겠다고 여러차례 밝힌 바 있다. 이 총재가 "기준금리 인상의 고려 요인으로 물가보다 소비·투자·고용 등 실물지표를 더 신경쓰고 있다"고 발언한 데 이어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이같은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다. 금리 동결을 결정한 지난달 금통위의 의사록을 보면 '고용없는 성장'이 등장했다. 한 금통위원은 "성장세의 유지에도 불구하고 고용 증가규모는 축소되고 있다"며 이를 '고용없는 성장'으로 해석할 수 있는 지 질의했다.


물가 측면을 봐도 금리를 빠른 시일내 인상하긴 쉽지않다. 최근의 물가인상 기조가 공급측면에서 비롯되고 있어서다. '저물가'를 우려해온 한은은 그건 소비자물가, 근원물가 상승률 등을 근거로 "수요측면의 물가인상이 미약하다"며 금리를 5개월째 동결했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으로 물가 인상이 수출입물가, 생산물가 등 물가인상을 시사하는 지표가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고용이 침체돼 전반적인 구매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공급측면에서의 물가인상은 오히려 경기침체를 부를 수 있는 요소다. 이 상황에서 유동성을 흡수하는 금리인상을 단행한다면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수 있다.


◆신흥국 자본유출…금리역전 우려도 커지는 상황=반대로 한은이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분명한 근거가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내달 금리인상이 유력한데다 올해 4회까지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펀더멘털이 취약한 일부 신흥국들은 이미 그 여파를 체감하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5대 취약국(fragile 5)'으로 분류한 터키, 아르헨티나, 파키스탄, 이집트, 카타르 등이 대표적이다. 아르헨티나와 터키는 통화가치 급락이 이어지고 있다.


금리역전으로 우리나라의 자금유출을 우려하는 보고서도 속속 나오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미국과의 금리역전에 따른 충격이 한국에서 가장 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연준의 기준금리가 1%포인트 인상되면, 이른바 '신흥국 금융상황지수'(FCI)는 0.7%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했는데, 이 FCI가 1%포인트 상승하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이 향후 2년간 최대 0.6% 가까이 감소할 것으로 봤다. 이는 조사대상인 17개국 중 가장 큰 폭이다. 또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달 들어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 영향 점검'이라는 보고서를 내면서 과거 한미 기준금리가 100bp 역전했을 때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이 월평균 2조7000억원 이탈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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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의 이탈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우려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4월 중 상장주식 2조204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3월에는 1230억원어치를 순매수했으나 지난달 대규모 순매도로 돌아선 것이다. 미국의 금리인상 가속화에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주식시장에서 매도세가 우선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이에 일부에서는 이달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HSBC는 금통위에서 다수 의견은 금리동결을 지지할 것이지만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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