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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대남유화노선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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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대남유화노선을 경계해야 한다 조영기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통일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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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 핵심내용은 '국가 핵무력 완성'과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민족공조'를 강조한 것이다. 즉 '핵 있는 상태에서의 민족공조'가 골자다. 북한이 다시 '민족공조'를 꺼내든 까닭은 사면초가의 상태에서 유일한 출구가 한국이었기 때문이다. '민족공조'를 앞세운 북한의 대남유화노선은 주효했다. 물론 한국의 암묵적 협조와 협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들이었지만…. 그래서 호사가들은 김정은의 신년사를 신의 한 수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북한의 2018년 신년사 이후 남북관계는 급반전했다. 남북은 '민족공조'라는 명분을 앞세워 각종 이벤트를 줄지어 개최했다. 남북 고위급회담을 필두로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의 강릉과 서울공연, 김정은 특사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개막식 참석과 남북 정상회담 제안,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의 폐막식 참석, 문재인 대통령 특사단의 방북과 남북 정상회담 개최합의, 한국예술단 평양공연 등의 행사가 대표적 이벤트였다. 지난해의 냉랭했던 분위기와 비교하면 천양지차(天壤之差)다. 이 과정에서 북핵의 심각성은 뒷전이었다.

민족공조를 앞세운 북한의 표변(豹變)은 대남통일전략노선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대남통일전략노선의 최종목표는 국토완정(國土完整), 즉 '하나의 조선' 책략이다. 1948년 김일성이 '국토완정'을 처음 주장한 이후 시대상황에 맞게 북한은 통일전략노선을 수정해 왔다. 1950~60년대에는 북한의 혁명역량을 기초로 '하나의 조선' 혁명을 완수하는 '민주기지 노선'을 추구했고, 1970~90년대에는 한국의 혁명세력이 주체가 돼 남한에서 '민족해방 인민민주주의혁명'을 수행하고 이를 기반으로 '하나의 조선'을 완성하는 '민족해방 인민민주주의혁명 노선'을 추진해 왔다. 그리고 2000년대 이후에는 "외세와의 공조를 배격하고 민족공조로 통일문제를 우리 민족 자체의 힘에 의해 해결하자"는 '민족공조 노선'을 구사하고 있다. '민족공조 노선'은 '인민민주주의혁명'에 기반해서 작동하고 있다.


한편 북한의 대남 인민민주주의 혁명 전략은 대남적화흡수통일의 결정적 상황을 조성하기 위해 전술적 차원에서 강경노선과 유화노선을 적절히 배합해 추진하고 있다. 노선에 따라 합법ㆍ비(非)합법ㆍ반(反)합법투쟁, 폭력ㆍ비폭력, 대화(협상)와 평화공존, 선동, 이미지 각인 등과 같은 다양한 투쟁방법을 병행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북한이 유화노선으로 표변은 대남투쟁방법의 변화이기 때문에 유화노선 자체를 북한의 진정한 변화로 받아들이기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유화노선도 북한의 대남통일전략전술의 일환이며, 민족공조노선이 대남유화노선과 결합할 때 한국의 정신적 자강(自强)능력은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 특사단 일행은 북한노동당사에서 방북 인사 중 처음으로 만찬을 했다. '최초 만찬'이라는 사실을 마냥 즐길 일만은 아닌 것 같다. 북한은 '이미지 정치' 통해 한반도정치의 중심이 '조선노동당'이라는 사실을 부각시키려는 저의가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은 예술(또는 음악)을 정치도구로 활용하면서 총을 들지 않고 상대방을 무장 해제시키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동계올림픽 직전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의 강릉 서울공연도 대남유화노선의 일환이었고, 북한이 대통령 특사단이 방북했을 때 한국예술단의 평양공연 초청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우리 예술단의 평양단독공연에 김정은 위원장의 '깜짝 관람'과 예술단과의 기념촬영에 이은 '올 가을 서울 공연 제안'도 민족공조를 앞세운 유화노선의 일환이다. 또한 다음날 김영철의 취재통제에 대한 사과도 유화노선 견지를 위해 기획된 의도적 발언이었고 행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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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북한의 대남유화노선에 취해 있을수록 북핵 위협의 심각성은 희석될 수밖에 없다. 벌써 우리 예술단의 평양공연이 북핵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또한 우리 스스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한미의 '일괄타결의 방식'이 아니라 북한의 '단계적 타결의 방식'을 수용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이는 북한의 대남유화노선이 일정부분 성과를 내고 있다는 증좌다. 이것이 바로 대남유화노선을 더 경계해야 할 이유다.


조영기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통일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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