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 팬클럽, 400명 초청에 '20만명 온라인 응시'…B급 감성 2030세대 '취향저격'
[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변호사ㆍ공무원보다 되기 어렵다는 '배짱이'에 입학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좋아서 오셨을 테니 즐겁게 놀았으면 좋겠습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지난 6일 서울 송파고 우아한형제들 본사에서 배짱이 3기를 맞았다. 배짱이는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을 짱 좋아하는 이들의 모임'으로 일종의 팬클럽이다. 김 대표가 무대에 등장하자 아이돌 가수 못지않은 함성이 객석에서 터져나왔다. 김 대표는 '배민(배달의민족)스쿨 교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2016년 약 100명으로 시작된 배짱이는 올해 3년 차를 맞았다. 배달의민족이 '국민 배달앱'으로 거듭나면서 배짱이에 입학하고 싶다는 지원자도 크게 늘었다. 올해 3기 배짱이 환영식에 참석하기 위해 약 20만명(중복 응시 가능)이 배달의민족과 관련 퀴즈를 푸는 온라인 시험을 봤다. 최종 합격자는 400명뿐. 경쟁률이 무려 500대 1에 달한 셈이다.
창업자인 김 대표마저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할 정도로 배달의민족을 향한 이들의 열정은 대단하다. 2010년 스마트폰이 본격 보급되던 시기 출범한 배달의민족 앱은 초기 어려운 시절을 거쳐 2016년 첫 흑자를 달성했다. 이에 배짱이 1기는 전국 각지 흙을 한 삽씩 퍼내 일회용 컵에 담아 씨앗을 심고 (길이를 재는) 자를 꽂아 배달의민족 사무실로 보냈다. '흙에 자'를 꽂아 첫 흑자를 축하한 것이다. 또 우아한형제들이 큰 폭 성장을 이루며 지금의 신사옥으로 이사했을 땐 축하난을 보내는 '배짱이의 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강력한 팬덤을 형성하게 된 것은 배달의민족 특유의 감성이 2030세대를 저격한 덕분이다. 배달의민족은 사업적 성과뿐 아니라 스타트업 중에서도 독보적인 브랜딩으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는 위트있는 광고문구로 인지도를 높이고, B급 감성을 저격하는 '배민신춘문예' 이벤트에는 수만 명이 참여할 정도로 입소문을 탔다. 한 배짱이 참가자는 "평소 웃을 일이 별로 없는데 배달의민족 브랜드를 보면 웃음이 나서 좋아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치킨의 맛과 향을 감별하는 '치믈리에' 시험은 지난해 화제몰이를 하며 500명이 참가, 118명이 통과했다.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치믈리에는 올해 민간 자격증으로 인정될 예정이며 현재 '치슐랭 가이드'도 만들고 있다. 이 외에도 배달의민족 전용 폰트와 특유의 키치한 문구가 적힌 '배민문방구' 등이 젊은 세대 사이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이날 국사교실 콘셉트로 배달의민족 브랜딩 강연에 나선 장인성 우아한형제들 마케팅 이사는 "배달은 주로 사회초년생의 몫이라는 점에서 그들이 좋아하는 브랜드가 되고자 노력해왔다"며 "'좋은 음식을 먹고 싶은 곳에서'란 사업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인공지능(AI) 배달로봇 등 연구개발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현재 제작 중인 배달로봇 시제품을 연내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매출 1626억원, 영업이익 21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약 2배, 영업이익은 약 9배 성장했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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