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Encounter]알퐁스 도데의 소설 '별'이 아닌 '별들'인 이유

시계아이콘02분 09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번역계의 새로운 목소리' 이대식 새움출판사 대표

[Encounter]알퐁스 도데의 소설 '별'이 아닌 '별들'인 이유
AD


[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독자들은 대부분 해외 문학 작품을 번역된 책으로 읽는다. 번역의 결과에 따라 원작은 전혀 다른 작품이 되어 독자의 기억에 남을 수 있다. 서울 종로구 평창길에 있는 새움출판사(새움)는 이 번역 작업에 노력을 아끼지 않는 곳이다.

새움은 지난달 5일 프랑스 작가 알퐁스 도데의 소설 '별들'을 다시 번역해 내놓았다. 한국의 도데 독자들이 대부분 제목을 '별'로 알고 있는 작품이다. 제목이 왜 바뀌었는지 알기 위해 이대식(54) 새움 대표를 지난 2일 인터뷰했다. 그는 곧 출간할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마무리 번역하고 있었다. 초벌 번역한 원고(A4 용지 수십 장)가 책상 위에 수북했다. 그는 인터뷰를 하면서도 빨간펜을 놓지 않았다.


좋아하지 않는다는 인터뷰를 두 시간 넘게 하면서, 그는 간간히 창 밖을 내다보거나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 일을 하면서 아주 힘든 일을 겪었다. 어찌 보면 단기필마로 겁없이 전장에 뛰어든 대가이기도 했다. 4년 전, 이대식 대표는 고립무원이었다. 어느 누구도 이 대표의 의견을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았다. 경쟁자인 출판사들은 물론이고 적지 않은 언론이 등을 돌렸다.

이대식 대표는 2014년 '이정서'란 필명으로 알베르 까뮈의 '이방인' 번역본을 출간하며 기존 번역의 '오류'를 지적했다. 주인공 뫼르소가 태양빛 때문에 사람을 죽였다는 기존 번역을 소설의 개연성을 무시한 오역이라며 비판했다. 그는 이 부분을 "상대가 들고 있는 칼날에 비친 햇빛이 위협적이어서 정당방위로 죽였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과감한 주장은 출판ㆍ독서계를 발칵 뒤집었다.


이 대표는 "내가 책을 한권 더 팔려고 이방인 번역의 '정설'이라는 김화영 고려대 명예교수를 물고 늘어졌다는 식의 악의적인 주장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당시 이 대표는 김화영 교수에게 공개질의서를 보냈다. 답은 없었다. 그래도 소득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언어의 차이가 있으니 의역을 할 수밖에 없다는 통념은 직역이 기본이라는 그의 공격에 크게 흔들렸다.


김종면 서울여대 국문과 겸임교수는 지난해 11월 한 일간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새움출판사의 취지는 맞다. 오역이 의역이라는 이름으로 용인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대식 대표는 "직역을 통해 앞 뒤 맥락을 보면 어떤 단어도 오해할 이유가 없다. 번역은 답이 하나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등을 번역하면서도 비판적 태도를 지켰다.


[Encounter]알퐁스 도데의 소설 '별'이 아닌 '별들'인 이유 [사진=노태영 기자]


이 대표는 번역 중인 노인과 바다의 한 부분(Stay at my house if you like, bird," he said. "I am sorry I cannot hoist the sail and take you in with the small breeze that is rising. But I am with a friend.)을 예로 들었다. 대개 다음과 같이 번역한다. '"새야, 네가 좋다면 우리 집에 머물러도 좋아. 지금 미풍이 불고 있는데 돛을 올리고 너를 뭍까지 데려다주지 못해 미안해. 하지만 나는 지금 친구와 함께 있단다." 노인이 말했다.'


새움은 다르다. '"네가 좋다면 내 집에 머물렴, 새야." 그는 말했다. "유감스럽게도 나는 돛을 올리고 지금 일고 있는 산들바람으로 너를 데리고 갈 수 없구나. (왜냐하면) 나는 친구와 함께 있거든."' 이 대표는 "헤밍웨이는 'and'와 'but'를 자주 사용한다. 여기에서 but은 '왜냐하면'(because)"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노인이 낚시에 걸린 물고기와 그 줄 위에 앉은 새를 대하는 태도를 설명하고 있다. 노인의 '캐릭터'"라고 했다.


그의 집요함은 제목도 간과하지 않는다. 이 대표는 "단편소설로 알려진 별은 도데가 1869년에 쓴 연작소설 '내 풍차 방앗간 편지들'의 한 부분이다. 도데가 붙인 제목(Les etoiles)은 정관사까지 분명한 복수형이며 본문에서 다뤄지는 다양한 별들과 별자리들에 대한 설명과 묘사를 생각할 때 단수형은 용납해서는 안 되는 오역"이라고 단언했다.


AD

이 대표는 '제대로 된' 번역가들이 번역서를 내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지난 2월 새움출판사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새 번역자를 모집했다. 노인과 바다에 등장하는 소년(boy)의 나이를 정확하게 설명하면 원하는 세계 고전 문학 작품을 번역 출판할 기회를 준다는 조건이다. 이 대표는 "맞힌 지원자는 없었고 모두 의역에 길들어 있었다. 그래도 가장 가깝게 번역한 사람과 계약을 했다"고 귀띔했다.


그에게 꿈을 물으니 "번역은 다른 훌륭한 분들에게 맡기고 내 소설을 쓰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이정서라는 이름으로 여러 소설을 썼다. 지난 2월에 낸 '85학번 영수를 아시나요'가 가장 최근에 낸 소설이다.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2.2508:00
    음악 넘어 문학·음식으로 영토 넓혔다…150만 빅데이터가 증명한 한류의 진화
    음악 넘어 문학·음식으로 영토 넓혔다…150만 빅데이터가 증명한 한류의 진화

    K팝에 의존했던 한류 소비 지형이 문학과 영화, 음식으로 다변화했다. 지식재산권(IP)이 한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실질적인 관광 수요와 수출 수익까지 견인하는 핵심 산업 동력으로 진화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정보원은 25일 이 같은 현상을 입증하는 '2025 외신·소셜데이터로 보는 글로벌 한류 트렌드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서른 나라 매체와 누리소통망(SNS) 자료 150만 건을 샅샅이 분석해 한류의 확산 구조

  • 26.02.2508:00
    화면 뚫고 나온 IP…넷플릭스 1위 애니가 실물 경제를 집어삼켰다
    화면 뚫고 나온 IP…넷플릭스 1위 애니가 실물 경제를 집어삼켰다

    영상 콘텐츠의 흥행이 온라인 화면을 뚫고 나와 실물 경제를 견인한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입증한 지식재산권(IP)의 힘이다. 단순한 영상 소비를 넘어 관광, 식음료, 정보통신기술(IT) 등 산업 전반을 집어삼키며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판도를 바꾼다. 이 작품은 시청 수 3억2510만 회를 기록하며 역대 넷플릭스 영화 시청 1위라는 대기록을 썼다. 15주 연속 시청 순위 10위권에 진입하며 영

  • 26.02.2508:00
    '레몬' 대신 '감귤'…치밀한 현지화가 K드라마 장르 한계 깼다
    '레몬' 대신 '감귤'…치밀한 현지화가 K드라마 장르 한계 깼다

    피 튀기는 장르물에 집중했던 한국 드라마의 성공 공식이 진화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다각적 현지화 전략의 실효성을 입증했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이 로맨스물은 자극적인 소재 없이 세계적인 흥행을 달성했다. 비한류권인 멕시코에서조차 9주 연속 넷플릭스 시청 수 10위권에 진입하며 지식재산권(IP)의 장르적 스펙트럼과 소비 영토를 동시에 넓혔다. 압도적 성과의 이면에는 각국의 문화적 맥락을 파고든

  • 26.02.2508:00
    장벽 깬 거대 IP의 명암…'오징어 게임' 평점 6.7점 추락이 남긴 경고
    장벽 깬 거대 IP의 명암…'오징어 게임' 평점 6.7점 추락이 남긴 경고

    한국 영상 콘텐츠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주류로 안착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시리즈가 지식재산권(IP)의 폭발력을 명확히 증명했다. 이 작품은 넷플릭스 역대 비영어권 TV 부문에서 시즌 1, 2, 3이 나란히 시청 수 1, 2, 3위를 싹쓸이하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썼다. 흥행은 화면을 넘어 실물 경제와 문화 산업 전반으로 파급력을 넓혔다. 글로벌 식음료 및 패션 브랜드와의 연이은 협업이 이를 증명한다. KF

  • 26.02.2508:00
    5·18 비극이 홀로코스트 위로했다…세계 상처 어루만진 K문학
    5·18 비극이 홀로코스트 위로했다…세계 상처 어루만진 K문학

    한국 문학이 변방의 언어라는 태생적 굴레를 벗고 세계 문학의 중심부로 진입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결정적 전환점으로 작용했다. 일회성 호기심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의 지적 독서로 번졌다. 한국문화정보원의 빅데이터 분석은 이를 객관적 수치로 입증한다. 노벨문학상 수상 직후 한국 문학 관련 외신 보도 비중은 전 분기 1.2%에서 32.4%로 30%포인트 이상 뛰었다. 유력 매체들은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

  • 26.02.2615:31
    성치훈 "송영길, 계양을 김남준에 양보해야"
    성치훈 "송영길, 계양을 김남준에 양보해야"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성치훈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2월 2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성치훈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과 함께 오늘 생생토

  • 26.02.2514:37
    박원석 "김어준 선 넘어, 이언주 자중해야",이태규 "공취모, 비민주·반민주적"
    박원석 "김어준 선 넘어, 이언주 자중해야",이태규 "공취모, 비민주·반민주적"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박원석 전 의원, 이태규 전 의원(2월 23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은 이태규 전 국민의힘 의원 그리고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 두 분 모시고 핫이슈 생생토크 하겠습니

  • 26.02.2310:59
    정성장 "김여정 VS 김주애 권력투쟁 가능성 희박"
    정성장 "김여정 VS 김주애 권력투쟁 가능성 희박"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 출연 :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2월 20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북한의 9차 당대회가 19일 개막했습니다. 최근 김정은 위원장의 딸 김주애의 세습과 관련해서 9차 당대회에서

  • 26.02.2015:42
    김윤형 "송영길 100% 전대 출마", 하헌기 "전략공천 해야"
    김윤형 "송영길 100% 전대 출마", 하헌기 "전략공천 해야"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은 하헌기 더불어민주당 전 부대변인과 김윤형 전 국민의힘 부대변인 모시고 핫이슈 관련해서 얘기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소종섭 :민주당 얘기 좀 해볼까요? 송영길

  • 26.02.1915:25
    '젊은 서양인들'이 한국에 몰려온다
    '젊은 서양인들'이 한국에 몰려온다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요즘 거리를 다니다 보면 외국인들이 많이 눈에 띈다. 어느 순간 그렇게 됐다. 서울이 뉴욕의 축소판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이 많은 외국인은 어디서 왔을까? 법무부 출입국 외국인정책본부의 통계월보에 따르면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