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전원합의체, 다수의견(9명)으로 징계취소 취지 판결..."헌법소원 냈다고 징계 못해"
[아시아경제 장용진 기자] 국방부의 ‘불온도서’ 지정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가 징계를 받고 강제전역 당했던 군 법무관이 10년만에 징계취소 소송에서 승소, 명예를 회복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조재연)는 전 육군 법무관 지모(48)씨가 국방부 장관과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낸 전역처분 등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대법관 13명 가운데 9명 다수의견으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뒤집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 전원합의체는 “재판청구권 행사가 지시불복종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없고, 헌법소원 청구 전에 군내부 사전건의 절차를 거쳐야할 의무가 있다고 볼 법령상 근거도 없다”면서 이 같이 판결했다.
지난 2008년 국방부 장관은 ‘군내 불온도서 차단대책 강구지시’를 내리고 불온도서로 23종을 지정했다. 불온도서 가운데에는 ‘나쁜 사마리아인’(장하준) ‘삼성왕국의 게릴라들’(프레시안) ‘세계화의 덫’(한스 피터마르딘 등) ‘우리들의 하느님’(권정생) 등이 포함됐다.
지씨는 별다른 문제를 찾을 수 없는 교양도서들까지 ‘불온도서’로 지정돼 그 자체로 문제가 있고, 불온도서 지정의 근거가 되는 군인사법 제27조의2가 위헌으로 현역군인들의 정당한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그러자 국방부는 지휘계통을 거치지 않고 헌법소원을 내 군기강을 문란케 했다면서 지씨를 비롯해 함께 소송에 참가한 박모씨 등을 징계에 넘겨 파면하며 곧바로 전역처분을 내렸다.
현행 군인사법에 따르면 군법무관이 정해진 복무기간을 마치지 못한 채 전역하게 되면 변호사로 개업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이에 지씨는 법원에 파면처분 취소소송을 내 승소하고 복직했으나, 국방부는 다시 정직 1개월을 징계를 내린 뒤 현역부적합자로 분류해 다시 전역시켰고, 지씨는 또다시 전역 및 징계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하지만 1,2심 법원은 ‘지휘계통을 통해 건의하는 등 내부절차를 거친 뒤에야 헌법소원 등을 제기할 수 있는데도 그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면서 징계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여러 사람이 함께 소송을 낸 것은 군인에게 금지된 집단행위에 해당한다는 판단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은 재판청구권을 행사하는데 군내 건의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해서 의무위반이라고 볼 수 없으며 명령불복종과 재판청구권 행사는 당연히 구분되야 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헌법소원을 청구한 것은 위헌적인 상관의 명령을 시정하려는 것으로 정당한 기본권행사에 해당하며 함께 헌법소원을 청구했다고 집단행위라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한편 고영한, 조희대, 박상옥, 이기택 대법관은 다수의견에 반대해 징계가 정당하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장용진 기자 ohngbear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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