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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승우 "영화와 다른 희열, 이 맛 보러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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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저리로 첫 연극무대 데뷔

배우 김승우 "영화와 다른 희열, 이 맛 보러 왔어요" 연극 미저리에서 폴 역을 맡은 김승우(왼쪽)와 애니 역을 맡은 이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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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형님, 오늘 공연에 이 부분 대사가 좀…."

연극 대본은 이미 너덜너덜하다. 손때가 묻었다. 7년여를 함께 한 매니저는 놀랐다. 밥을 먹거나 심지어 화장실을 갈 때도 대본을 손에 놓지 않는 모습은 처음 보니까. 연극은 영화 같은 "다시 갈게요"가 없다. 매니저는 모든 공연을 직접 보고 아쉬운 부분을 조언했다. 생애 첫 연극 무대에 도전한 29년차 배우 김승우(49)를 만났다.


김승우가 선택한 작품은 국내 초연작인 '미저리'. 황인뢰가 연출했다. 두 사람은 김승우의 첫 드라마 '연애의 기초'(1995)에서 함께 한 인연이 있다. 김승우는 자동차 사고를 당해 몸을 못 가누는 유명 소설가 폴 역을 맡았다. 원작은 스티븐 킹이 1987년에 발표한 동명 소설이다. 스릴러의 고전으로 줄거리는 원작과 비슷하다. 폴 소설의 광적인 팬 애니가 그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보살피면서 벌어지는 '집착어린 사랑'에 대한 얘기다.

국내에는 롭 라이너가 1990년에 만든 영화로 소개됐다. 그래서 작품은 익숙하지만 무대는 낯설다. 배우 세 명이 110분을 쉼 없이 끌고 가야 한다. 조연인 보안관 버스터 역을 빼면 남녀 주인공만 남는다. 쉽지 않은 도전이다.


배우 김승우 "영화와 다른 희열, 이 맛 보러 왔어요"


"관객이 체감하는 리얼타임(실시간)은 110분이지만, 극 중에서는 책을 한편 완성해가는 시간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그 안에서 변해가는 인물을 표현한다는 게 오롯이 배우의 몫이라서, 대사 톤이나 감정표현에 있어 훨씬 더 세밀하게 표현해야 합니다."


김승우는 1990년 영화 '장군의 아들'에서 조연인 쌍칼 역으로 데뷔했다. 이후 '돈을 갖고 튀어라'(1995), '꽃을 든 남자'(1997), '호텔리어'(2001), '라이터를 켜라'(2002), '해변의 여인'(2006), '아이리스'(2009), '아이리스2'(2013), '심야식당'(2015), '두 번째 스물'(2016) 등 영화와 드라마에서 주로 활동했다. 2012~2013년에는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중견배우로 입지를 굳힌 그는 왜 연극에 도전했을까. 김승우는 '연극의 희열'을 느끼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연극을) 연습하면서, 안 쓰던 근육을 쓰는 느낌이랄까. 발성이나 표현방식이 지금까지 카메라 앞에서 하던 것과 많이 달라 힘들었다"면서도 "최고조의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하고자 하는 것들을 보여줬을 때,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며 느끼는 희열이 정말 좋았다"고 했다.


배우 김승우 "영화와 다른 희열, 이 맛 보러 왔어요"


연극 미저리는 무대를 적극 활용한다. 집의 내부와 외부를 모두 입체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만든 360도 회전 무대가 돋보인다. 김승우는 "다른 배우(김상중과 이건명)가 연기할 때 인상적으로 본 장면인데, 폴이 탈출을 시도하면서 무대가 전환되는 장면이 좋았다. 관객 중 한 분이 쓴 후기에도 '3D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라고 했더라"라고 설명했다.


상대 배역인 애니 역에는 길해연, 이지하, 고수희가 캐스팅됐다. 김승우는 "애니의 광기가 극에 달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을 연기할 때마다 식은땀이 절로 흐른다"고 했다. 그는 "실제로 나에게 그런 일이 생긴다면 너무 끔찍해서 상상도 하기 싫다"며 웃었다.


"애니 같은 열성팬은 만나 보지 못했지만 그 마음이 어느 정도 이해는 가네요. 고립된 생활 속에서 의지했던 가상의 인물 '미저리'를 만든 작가와 단 둘이 있게 된다면 병적으로 집착하게 될 수도 있겠다 싶어요."


김승우는 다음에 출연할 작품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다고 한다. 그는 "얼마 전 황인뢰 연출과 선배들이 모인 술자리에서 다음에 연극을 하면 어떤 작품 해볼까 얘기를 해봤다. 제가 20대 때 본 '아메리칸 버펄로'도 나왔고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나 '열두 명의 성난 사람들'이라는 작품도 나왔는데 결론은 '남은 공연에 집중하자'로 마무리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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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우는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언제나 최선을 다하면서 살았던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연기하면서 남들보다 덜 자고 더 고민하면서 열심히 해왔다는 자부심은 있다. 나의 모자람을 무모한 열정으로 채워나갔다"면서 "동료들과 술자리에서도 가끔은 거창하게 '나 죽고 나면 내 필모그래피(목록)에 남겨질 이 작품 열심히 하자'고 파이팅을 외치기도 한다"며 웃었다.


김승우의 첫 연극 미저리는 4월 15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올려진다.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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