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 일대 전경(사진=아시아경제DB)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TV드라마 속 '재벌집 사모님'들의 거처는 대부분 서울 종로구 '평창동'이다. 특히 1990년대 드라마에선 사모님 역의 여배우가 전화를 받을 때 "네 평창동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일종의 관례였다. 재벌가 저택이 많은 동네라는 이미지가 워낙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창동이 처음부터 부촌의 상징이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평창(平倉)'이란 지명은 조선시대 하층민들의 삶과 연계돼 나온 지명이다. 평창은 조선시대 선혜청(宣惠廳)의 창고인 '상평창(常平倉)'이 있던 곳이라 붙은 이름이다. 선혜청은 가을 추수철에 쌀과 포목, 동전 등을 세금을 거둬 상평창에 보관했다가 물가가 폭등하거나 기근이 발생하면 백성들에게 곡식 등을 나눠줬다. 빈민도 구제하고 물가도 안정시키기 위해 만든 '창고 동네'였던 것.
북악산을 끼고 있는 골짜기 지형에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도 하나뿐인 폐색(閉塞) 지역이다보니 예로부터 큰 마을이 들어서진 못했다. 게다가 바로 남쪽에 조선 왕의 정궁인 경복궁이 있는 관계로 보안상 이유로 사람들의 왕래도 그리 자유롭진 못했다고 한다. 자연촌락으로 구텃굴, 가늘굴, 먹정굴 등 작은 마을들이 있었으며 이중 구텃굴 지역은 평창동과 붙어있는 구기동(舊基洞)이 됐다고 한다.
해방 이후에도 청와대 뒷편에 위치한 보안상 이유로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였지만 1968년에 북한 공작원 김신조 일당이 청와대 습격을 목표로 침투한 '김신조 사건'이 발생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청와대 배후지에 마을이 있어야 공작원이 몰래 침투하기 더 어려울 것이란 판단 하에 일부 구역의 개발제한이 풀렸고 이후 한남동, 성북동과 함께 서울의 대표 부촌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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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 가깝다 보니 정치인이나 기업인 등 유명인들이 많이 산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등 재벌가 인사들을 비롯해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정계 인사들의 자택도 평창동에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근처 구기동에서 5년간 거주한 적이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경기를 거의 타지 않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비록 교통은 불편하지만 도심지 내에서 전원 분위기의 저택에 살고자 하는 부유층 수요가 있고 청와대와 가까운 이점으로 정ㆍ재계에서 고정적인 수요가 발생해 집값이 일정 수준 이하로 잘 떨어지진 않기 때문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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