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터넷 기업 '역차별' 이슈 우선과제…잡음 우려도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최근 지역사회와 소비자 관련 정책에 변화를 주면서 주목을 끌고 있는 페이스북이 이번엔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 부회장사로 활동하게 됐다. 인기협은 네이버·카카오 등 사실상 토종 인터넷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다. 페이스북은 경쟁사와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인기협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페이스북의 협회 내 발언권이 강해지면 국내 인터넷 기업들이 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인기협은 1일 이사회를 열고 페이스북코리아의 부회장사 승격 신청을 승인했다. 페이스북코리아는 2014년 인기협에 가입해 일반회원사로 활동해왔다. 페이스북코리아가 부회장사가 되면서 회장사·수석부회장사·부회장사로 구성되는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인기협의 회장사는 네이버이며 수석 부회장사로는 카카오·이베이코리아가 있다. 이밖에 넥슨코리아·엔씨소프트·카카오M·KG이니시스·KTH·SK테크엑스·SK컴즈 등이 부회장사다.
인기협 관계자는 "페이스북이 국내 인터넷산업 생태계 발전과 국내외 역차별 규제를 해소할 수 있도록 협회와 노력하겠다고 했다"며 "페이스북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는 차원에서 부회장사 승격을 승인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코리아 관계자도 "한국 시장에서 협력을 강화하려는 차원에서 부회장사 승격을 신청한 것"이라고 전했다.
페이스북이 인기협 부회장사가 되면서 이사회 내 발언권 확보 등 영향력을 대폭 키울 수 있게 됐다. 네이버를 필두로 국내 인터넷기업들의 입장을 지지해온 인기협 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게 된 것이다. 인기협은 국내외 인터넷기업 간 역차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해왔고, 올해도 이를 최우선 협회 업무로 삼고 있다.
이에 인기협은 페이스북의 진짜 속내가 무엇인지 헷갈려 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인기협 내부에서 일종의 '스파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구심도 느껴진다. 실제 2011년 구글코리아가 인기협 수석부회장사로 활동하면서 이사회에서 불협화음을 냈던 전례가 있다. 페이스북의 승격 신청을 거절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인기협이 국내 기업만을 위한 '폐쇄 조직'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어 신청을 승인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페이스북이 잇따라 사회·이용자를 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데, 이번 부회장사 승격 신청도 이 같은 노력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페이스북은 지난해 12월 국가별로 매출을 신고하고 해당 국가에 세금을 납부하겠다고 밝혔다. 세금 회피를 위한 우회로를 없애라는 각국 정부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지난달 초 케빈 마틴 부사장이 방한해 망사용료 협상에 노력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이밖에도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 CEO는 학대나 증오로부터 커뮤니티를 보호하는 이슈를 올해 최우선 목표로 제시했다. 이후 기업이나 브랜드 게시물보다 가족·친구 콘텐츠를 더 많이 노출하고, 가짜뉴스를 줄이기 위해 이용자들로부터 언론사에 대한 피드백을 받겠다는 대책도 발표한 바 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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