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준식과 서로 영상 찍으며 훈련…베이징 동계올림픽 동반 출전이 꿈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스키 스노보드 국가대표 이민식(17·청명고)의 휴대전화 뒷번호 네 자리 숫자는 '2018'이다. 이민식은 "올림픽에 나가고 싶어 2013년에 바꿨다"고 했다. 그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텔레비전으로 보고 올림픽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2012년 스노보드에 입문했다.
이민식은 크리스마스에 "동생과 함께 스노보드를 타고 동영상을 찍었다"고 했다. 동생 이준식(15·단월중)도 스노보드 선수다. 둘은 함께 연습할 때 서로 영상을 찍어주며 실력을 가다듬는다. 같이 보드를 타고 도약한 뒤 민식이 몸을 비틀며 공중에서 연기를 하면 준식은 같이 날아오르며 형의 동작을 카메라에 담는다. 준식이 연습할 때는 민식이 카메라를 잡는다. 이민식은 "동생이 저보다 해외 유명 선수들을 더 많이 안다. 보드 영상을 잘 찍어서 유명 선수들이 영상을 찍어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많아 해외로 자주 나간다"고 했다.
동생의 보드 실력도 수준급이다. 지난해 US오픈 스노보드 챔피언십 주니어부에서 우승했다. US오픈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스노보드 대회다. 이민식은 "스노보드는 음악의 힙합처럼 대회 종류가 엄청 많다. 월드컵이나 올림픽은 출전선수 숫자가 국가별로 제한돼 있지만 US오픈은 실력 좋은 선수들이 모두 다 참가한다. 상금도 있다. 스폰서의 눈에 띄려면 US오픈 같은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고 했다. 이민식은 "동생도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실력이 있다. 동생과 함께 올림픽에 나가고 싶다"고 했다.
이민식 [이미지 출처= 연합뉴스]
이민식은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 대회에서 스노보드 '빅에어'와 '슬로프스타일' 두 종목에 출전한다. 빅에어는 대형 점프대에서 도약해 점프, 회전, 착지, 비거리 등을 겨루는 종목이다. 슬로프 스타일은 보드를 타고 눈 위에서 하는 체조라고 할 수 있다. 레일, 테이블, 박스, 월 등의 기물과 점프대를 활용해 도약하며 화려한 연기를 보여주는 종목이다.
이민식은 지난 11일(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쿠퍼마운틴 리조트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빅에어 월드컵 2차 대회에서 57위에 그쳤다. 1차 시기에서 '백사이드 트리플콕 1440' 기술을 시도하다 실패했다. 회전을 계획보다 많이 하는 바람에 크게 다칠 뻔 했다. 넘어지면서 헬멧이 깨졌지만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다.
그는 "입상한 선수들이 모두 시도한 어려운 기술이다. 올림픽에서 결선에 가려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콕이란 뒤로 도는 동작(플립)과 옆으로 도는 동작(스핀)을 섞어 대각선으로 도는 기술이다. 1차 시기에서 다쳐 2차 시기는 해보지도 못했다. 이민식은 "기술의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두려움도 생긴다. 하지만 그 순간의 스트레스만 견디면 또 다른 재미가 있다. 스노보드 기술의 한계는 없다. 계속해서 발전시킬 수 있다"고 했다.
이민식(왼쪽), 이준식 형제 [사진=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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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올림픽에서는 결선 진출이 1차 목표다. 그는 "스노보드는 공중에서 어려운 동작을 하는 종목이어서 이변이 많이 일어난다. 결선에만 진출하면 어떤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빅에어 월드컵은 끝났고 슬로프스타일 월드컵만 남았다. 1차 월드컵은 내달 11일 미국 콜로라도주 스노우매스에서, 2차는 18일 스위스 락스에서 열린다. 이민식은 "연말연시 연휴에도 동생과 영상을 찍으며 훈련한 뒤 2일 미국으로 간다. 월드컵 대회에 두 번 참가하는데 스위스 대회를 마친 뒤 미국에서 계속 훈련하고 올림픽 직전에 귀국할 예정"이라고 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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