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에서 개최된 ‘2017 크리스마스 캐럴 페스타’ 모습(사진=강남구)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면 도심 곳곳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캐럴(carol)송'. 하지만 아직도 상당수 앱이나 웹페이지에서 캐럴은 '캐롤'이라고 표기된다. 뉴스에서도 캐럴보다 캐롤이라 표기한 것을 흔히 볼 수 있지만 현행 외래어표기법상으론 '캐럴'이 맞다.
국립국어원 외래어표기법을 살펴보면, 외래어 Carol은 캐럴로 표기하며 카럴, 캐롤, 카롤 등으로는 표기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여기서 사전적 의미의 캐럴은 "크리스마스에 부르는 성탄 축하곡으로서 14세기 영국의 종교가곡의 한 형식으로 생겨나 발전하였으며, 나중에는 성탄절을 축하하는 노래만을 이르게 되었다"고 적고 있다. 영국식 발음에 준하여 캐럴로만 표기하는 셈이다.
외래어표기법상으로는 그렇지만, 실제 캐럴은 크리스마스 캐럴만 있는 것도 아니고 종교적 색채만 가지고 있는 노래도 아니었다. 본래는 야외 축제나 민속춤을 출 때 쓰는 음악을 부르던 총칭이었다. 어원은 프랑스어인 '캐롤(Carole)'로 알려져있으며, 원 뜻은 "빙글빙글 돈다"는 의미라고 한다. 축제 때 사람들이 모여 춤을 추며 돌며 가볍게 부르는 노래란 뜻을 담고 있다.
18세기 영국에서 발행된 크리스마스 캐롤집 모습(사진=위키피디아)
이 노래들은 민속에서 전승되는 전통적 선율의 단순한 노래들로 형식에 얽매이던 노래들이 아니었다. 5세기부터 교회 예배나 의식 등에도 쓰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악보에 음정을 기록하는 기보법이 7세기나 돼야 등장하기 때문에 그 전에는 주로 입에서 입을 통해 전해져내려오는 노래들이 대부분이었다. 12세기 이후부터 이 민속음악들이 기적이나 성사를 묘사하는 연극 등에 쓰이면서 종교적 캐럴의 기본이 갖춰졌던 것으로 추정된다.
구전으로 전해지던 캐럴이 악보로 옮겨지기 시작한 것은 14세기 이후였으며, 특히 영국에서 캐럴이 종교 가곡의 한 형식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1521년에는 영국에서 첫 캐럴집이 발간됐고, 이후 캐럴이라 하면 영국의 캐럴집을 떠올리게 됐다고 한다. 당시에도 성탄 캐럴은 25개 정도가 수록돼있었다고 전해진다.
캐럴은 16세기 유럽의 종교개혁 이후 인쇄술에 힘입어 성경이 민간에까지 전해지면서 종교적 목적을 가지고 더욱 많이 만들어졌다. 특히 종교개혁의 아버지라 알려진 마르틴 루터는 독일어 성가를 보급시키면서 공동 찬송을 통해 캐럴를 대중화 시킨 인물로도 알려져있다. 캐럴은 전 유럽에 뒤섞여 불리게 되면서 크리스트교문화를 가진 유럽 국가 주민들 대부분에게 알려지게 됐고, 유럽인들의 일체감 형성에도 영향을 끼쳤다.
당시 영국 신문에 게재됐던 크리스마스 휴전 관련 기사. 크리스마스 캐롤이 만든 기적이라고도 불렸다.(사진=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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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크리스마스 캐럴의 힘을 보여준 사건으로는 '크리스마스 정전(Christmas Truce)' 사건이 있다. 크리스마스 정전은 1914년 12월25일, 1차 세계대전의 최전선 중 하나인 이프르(Ypres) 전선에서 대치하던 독일군과 영국군이 함께 크리스마스 캐럴을 부르며 당일 교전하지 않기로 약조하고 양군 시신을 서로 수습해준 사건이다.
당시 한 독일 병사가 '고요한 밤 거룩한 밤(Silent Night, Holy Night)'을 부르자, 반대편 영국군도 따라부르기 시작했고 각자 크리스마스 트리를 들고 나온 병사들은 아군, 적군을 가리지 않고 악수하고 포옹하며 담소를 나눴으며, 크리스마스 선물 또한 교환했다고 한다. 전쟁의 참혹함을 잠시 멈춰준 이 일은 '크리스마스 캐럴의 기적'이라고도 불린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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