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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잡학사전]'바지사장'이란 말은 대체 어디서 나온 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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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잡학사전]'바지사장'이란 말은 대체 어디서 나온 말일까? 흔히 바지사장과 관련돼 유력한 어원 중 하나로 손꼽히는 것은 '허수아비 바지저고리'란 말에서 왔다는 설이다. 실권없는 군주를 '허수아비 왕'으로 표현하는 것은 상당히 오래 전부터 이어져왔다.(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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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일반 업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흔히 쓰이는 말로 '바지사장'이란 말이 있다. 실권이 없는 허수아비 대표를 상징하는 말로 많이 쓰이지만, 왜 하필 '바지'가 앞에 붙었는지를 두고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바지사장은 어원을 두고 따지면 크게 2가지 의미로 나뉜다. 하나는 아무 실권없는 무늬만 대표인 인물을 상징하는 의미로서 그 의미 자체도 다름아닌 '허수아비'에서 왔다. 줏대없고 능력없는 사람을 일컬어 '바지저고리 입힌 허수아비'라고 불렀다는데, 여기서 바지만 따서 바지사장이란 단어가 나왔다는 설이다. '바지저고리 입힌 허수아비'라는 표현은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에도 등장했다고 한다.


이와는 별개로 막후에서 실질적으로 통치하는 실소유주 대신 무슨 일이 터졌을 때, 책임을 지는 '총알받이'의 의미에서 나왔다는 설도 있다. 예로부터 화살받이, 총알받이라는 말은 많이 쓰던 말이었다. 여기서 비롯돼 실제로는 중간관리자 정도지만 표면상 대표를 맡기 껄끄러운 실소유주를 방어하기 위한 표면상 대표를 상징하는 말이 됐다는 것. 앞선 허수아비 어원과 결과적으로는 비슷해 보여도 미묘하게 뉘앙스가 다르다.

[퇴근길 잡학사전]'바지사장'이란 말은 대체 어디서 나온 말일까? 일본 중세사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알려진 '호켄의 난'을 그린 병풍 모습. 호켄의 난은 왕을 일종의 바지사장으로 앉히고 실권은 상왕이 휘두르던 일본 중세의 '인세이(院政)'란 독특한 정치체제의 모순에서 비롯됐다. 호켄의 난 이후 일왕은 실권을 잃고 막부가 현실정치를 담당하게 됐다.(사진=위키피디아)


역사 속에서 가장 높은 지위를 가졌던 바지사장으로는 이웃나라 일본의 왕이 있다. 중세시대 막부(幕府) 통치가 시작되면서 일본의 왕은 상당히 오랜기간동안 허수아비 역할을 맡았다. 도쿠가와 막부가 들어선 17세기에는 외국의 국서를 전달할 때도 막부의 통치자인 쇼군(將軍)에게 전달됐다. 고대 왕국시대까지는 일왕도 현실 정치의 지도자였지만 왕가와 귀족가문끼리의 내전으로 힘이 약화되면서 무가(武家)가 득세하게 됐다.


일왕이 바지사장격으로 추락한데는 '인세이(院政)'라는 정치 행위가 있었다고 흔히 이야기한다. 인세이는 원래 왕이었던 인물이 상왕으로 물러나 앉아 '인(院)'이란 곳에 기거하면서 다음 왕이 다스리는 조정과 별개로 인 내부에 상왕 조정을 만들고 거기서 실권 통치를 하는 정치체제를 의미한다. 일본에서는 11세기에 유행하던 정치형태로 왕을 바지사장으로 앉히고 상왕이 뒤에서 조종하는 비정상적인 지배체제였다.


대표적인 인세이 정치가로는 11세기 인세이를 통해 일본을 통치했던 시라카와(白河) 일왕이 손꼽힌다. 그는 1086년에 8살인 아들 다루히토(善仁)에게 왕위를 넘기고 자신이 상왕이 되면서 인세이를 시작했다. 뒤이어 그 아들이 죽고 4살밖에 안된 손자가 다시 일왕이 되자 시라카와 상왕은 일왕보다 훨씬 큰 권력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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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을 바지사장을 앉히고 상왕이 통치하던 이 인세이 제도는 상왕과 왕과의 나이차이가 크고 권력차이가 강할 때는 잘 유지됐다. 왕은 표면상 주요 업무를 맡고, 상왕은 왕실의 권력강화와 체제 안정을 위한 주요 조치 등을 취하면서 업무를 분산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정상적인 체제에 따라 비선실세들이 국가를 운영하는 사태가 많아졌고, 상왕의 측근들과 왕의 측근들 사이에 정쟁이 심해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 국가급 바지사장 제도는 왕과 상왕간의 내전이 발생하면서 파국으로 치달았다. '호켄의 난(保元の亂)'이라 불리는 이 내전은 일왕파와 상왕파간의 치열한 전쟁으로 확대, 일왕파가 승리를 거뒀지만 왕실과 조정의 힘과 위엄은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양자 모두 무사계급에 지원을 요청하는 바람에 내전을 통해 무사계급의 힘이 급격히 성장했고 결국 막부통치의 길도 열리고 말았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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