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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읽다]"아이 살릴 수 있다면, 폐 전부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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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국내 첫 생체 폐이식 성공

[건강을 읽다]"아이 살릴 수 있다면, 폐 전부도 줄 수 있다" ▲박승일 교수와 오화진 양 가족.[사진제공=서울아산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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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폐의 전부라도 줄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나와 아내의 폐 일부를 딸에게 주는 생체 폐이식을 허락해 주세요."

아버지의 절절한 호소문이 지난 8월 국민신문고를 울렸습니다. 폐 기능을 모두 잃은 스무 살 딸을 살리기 위해 생체 폐 이식이 가능하도록 해 달라는 청원이었습니다. 폐는 현행법상 생체 이식이 불가능합니다. 뇌사자의 폐만 이식이 가능합니다.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폐이식팀은 지난달 21일 말기 폐부전으로 폐의 기능을 모두 잃은 20살 오화진 씨(여)에게 아버지 오승택씨(55)의 오른쪽 폐의 아랫부분과 어머니 김해영 씨(49)의 왼쪽 폐의 아랫부분을 떼어 이식해주는 생체 폐이식을 성공적으로 시행해 건강하게 회복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딸을 살리려는 부모의 간절한 바람과 치료 성공을 위한 의료진의 집념이 만들어낸 성과입니다. 이번 생체 폐이식 성공은 국내에서 뇌사자 폐이식을 기다리는 약 300명의 말기 폐부전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폐는 우측 세 개, 좌측 두 개의 조각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폐암 환자들의 경우 폐의 일부를 절제하고도 정상적 생활이 가능합니다. 생체 폐이식은 기증자 두 명의 폐 일부를 각각 떼어 폐부전 환자에게 이식하는 것으로 기증자와 수혜자 모두 안전한 수술방법입니다.


오화진 씨는 2014년 갑자기 숨이 쉽게 차고 체중이 증가하면서 몸이 붓기 시작했습니다. 특별한 이유 없이 폐동맥의 혈압이 높아져 폐동맥이 두꺼워지고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내보내기 어려워졌습니다. 심장 기능까지 떨어지는 특발성 폐고혈압증으로 진단받았습니다.


이미 한차례 심정지로 심폐소생술까지 받은 응급상황을 겪었고 언제 다시 심장이 멈출지 모르는 상황에서 딸이 수술도 받지 못 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화진 씨의 부모는 일본으로 눈길을 돌렸습니다. 생체 폐이식으로 명성이 높은 교토의대병원의 히로시 다떼(Hiroshi Date) 교수에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해외 원정이식을 위해 연락을 시도했습니다.


국내 장기이식법에 따라 생체 폐이식 진행이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지난 8월 화진 씨의 아버지는 국민 신문고에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폐의 전부라도 줄 수 있는 마음입니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나와 아내의 폐 일부를 딸에게 주는 생체 폐이식을 허락해 주세요"라고 간절한 글을 올렸습니다.


서울아산병원 폐이식팀은 2008년부터 수차례 히로시 다떼 교수를 찾아가 생체 폐이식 수술의 노하우를 전수 받는 등 뇌사자 기증만 기다리다 죽음에 이르는 말기 폐부전 환자들을 위해 준비를 해왔습니다. 때마침 서울아산병원 폐이식팀은 폐이식 대기 중인 딸아이를 살리기 위해 병원을 찾아 온 화진 씨 부모를 만났고 화진 씨 부모의 간절한 요청과 서울아산병원 폐이식팀의 마음이 하나로 뭉쳤습니다.


서울아산병원 폐이식팀은 대안을 찾기 위해 긴급회의를 열었습니다. 현행법상 합법이 아닌데 언제 사망할지 모르는 화진 씨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생체 폐이식 진행에 대해 지난 8월 병원 임상연구심의위원회와 의료윤리위원회를 정식 개최했습니다. 대한흉부외과학회, 대한이식학회에 의료 윤리적 검토를 의뢰해 긍정적 답변을 받았습니다.


또한 정부기관과 국회,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KONOS), 대한이식학회에 보고해 화진 씨를 위한 생체 폐이식 수술의 불가피성을 한 단계씩 설득해 나갔습니다. '암묵적 동의'를 이끌어 냈습니다. 이 같은 설득 작업 끝에 지난달 21일 토요일 오전 8시, 마침내 화진 씨를 가운데 두고 양 옆의 수술실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수술대에 함께 올랐습니다.


수술을 직접 집도한 흉부외과 교수들 외에도 마취과, 호흡기내과, 심장내과, 감염내과 등의 교수진들. 간호사, 심폐기사까지 총 50여 명의 의료진들은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습니다. 드디어 아버지의 우측 아래 폐와 어머니의 좌측 아래 폐가 각각 화진 씨의 오른쪽과 왼쪽 폐로 이식됐습니다.


중환자실 집중치료를 받은 화진 씨는 수술 후 6일 만에 인공호흡기를 떼고 지난 6일 일반병동으로 옮겨지는 등 현재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딸을 위해 폐의 일부를 주저 없이 줬던 화진 씨의 부모도 수술 후 6일 만에 퇴원해 일상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오화진 씨는 "수술 전 숨이 차서 세 걸음조차 걷기 힘든 상황에서 부모님과 의료진들의 헌신적 노력으로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며 "수술 후 6일 만에 처음으로 의식이 돌아온 날이 마침 생일날이었고 다시 태어난 것 같은 감격과 감사한 생각만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화진 씨의 아버지 오승택 씨는 "기약 없는 이식 대기기간 중 심장이 언제 멈출지 몰라 매일이 지옥 같았다"며 "수술 후 천천히 숨 쉬는 연습을 하면서 다시 건강을 찾고 있는 딸의 모습을 보니 꿈만 같고 깜깜했던 우리가족의 앞날이 다시 밝아졌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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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을 집도한 박승일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생체 폐이식을 국내애서 처음으로 성공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뇌사자 폐이식을 기다리다 상태가 악화돼 사망하는 환자들, 특히 소아환자들에게 또 다른 치료방법을 제시한 중요한 수술"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으로 폐도 생체이식이 가능하도록 하는 관련 법 개정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편 국내에서 뇌사자의 폐를 기증받기 위해 대기하는 평균 기간은 1456일(2016년 국립장기이식센터)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아산병원에서만 2014년부터 2017년 7월까지 뇌사자 폐이식 대기자 68명 중 사망한 환자 수가 32명에 이릅니다. 생체 폐이식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 일본은 1년, 3년, 5년 생존율이 각각 93%, 85%, 75%에 달합니다.

[건강을 읽다]"아이 살릴 수 있다면, 폐 전부도 줄 수 있다" ▲박승일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교수가 생체 폐이식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사진제공=서울아산병원]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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