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로 본 연남동의 속살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지난 10일 금요일 저녁, '연트럴파크'로 불리는 서울 마포구 연남동은 수많은 사람들로 발디딜 틈 조차 없었다. 교복입은 학생부터 양복입은 직장인까지 10~30대 젊은 층들이 대부분이다. TV 요리 프로그램에서 맛집으로 소개된 음식점앞에는 대기하는 줄이 20~30m 늘어서 있을 만큼 호황이다. 큰 길가에는 네온사인을 밝힌 음식점들이 영업중이었고, 뒷편 골목길에는 다세대주택을 중심으로 소규모 상점들이 오픈 준비를 하는 등 활기를 띠고 있었다.
한때 강남역, 명동과 함께 서울의 4대 상권으로 불렸던 신촌, 홍대 상권에서 임대료 상승에 따른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인해 인근의 연남동이 부각되고 있다. 신용카드 사용액을 통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홍대, 신촌에 버금가는 새로운 상권이 연남동에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임대료가 저렴한 구도심이 번성해 상점이 늘고 유동인구가 늘어나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이다. 이같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최근 유동인구가 빠르게 늘어난 성동구 성수동 카페거리 등에서도 볼 수 있다.
◇'청년' 몰리는 연남동 = 13일 신한카드가 빅데이터를 통해 살펴본 '서울의 주요상권별 창업 및 이용현황' 자료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연남동 인근 대중음식 업체수(신한카드 가맹점 기준)가 2013년 55개에서 지난해 169개로 3년 만에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연남동 상권이 3년 만에 규모면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한 것은 홍대, 이대, 신촌 등 인근 대형 상권에서 임대료 상승으로 버티지 못한 지역 상인들이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싼 연남동으로 옮겨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연남동은 2010년 이후 서촌, 성수동, 경리단길 등과 함께 인근 상권에서 넘어온 음식점들이 빠르게 들어서면서 상권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경의선을 지하화하면서 도로를 정비해 만든 '경의선 숲길 공원'이 뉴욕의 센트럴파크에 빗대 '연트럴파크'라는 별칭이 붙게 되면서 유동인구가 급격히 늘었다.
새로운 상권이다 보니 상인들의 연령층도 젊다. 신한카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연남동 청년(39세 이하 신한카드 가맹점주 기준) 사업체 수 비중은 58%에 달한다. 연남동 가맹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청년 상인인 셈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핫플레이스인 연남동이 최근 업체수 증가율이 가장 높은 만큼 청년 사업체 수 비중도 평균 대비 크게 높다"고 설명했다.
◇강남, 여의도, 홍대는 하락세 = 연남동의 성장세는 기존 상권과 비교해볼 때 속도가 빠르다. 연남동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홍대 인근 대중음식 업체수는 2013년 344개에서 지난해 341개로 0.9%가량 감소했다.
강남역은 같은 기간 7.1% 감소했고 직장인이 몰리는 여의도도 5% 줄었다. 주거지인 목동 근처 식당이 17% 늘어난 것을 감안할때 홍대, 강남역, 여의도의 상권이 위축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곳의 상인 역시 연남동 대비 다소 '올드(Old)'하다. 청년 사업체수 비중의 경우 홍대 44%, 여의도 35%, 강남역 34%, 목동 26%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임대료 상승…젠트리피케이션 재연 = 연남동에서는 상점수가 빠르게 늘면서 임대료도 급등했다. 서울연구원이 연남동 업주 설문조사를 한 결과, 임대료 상승률이 최대 300%를 상회한다.
뿐만 아니다. 연남동과 비슷한 성장세인 성수동 카페거리는 올 상반기에만 임대료 상승률이 4.18%에 달했다. 전국 소규모 상가 평균 임대료 상승률(0.1%)과 서울지역 평균(0.3%)보다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임대료가 상승하자 외부에서 이 지역 부동산을 사는 경우도 늘었다. 지난해 서울시가 발표한 젠트리피케이션 데이터 분석결과, 음식점 건물의 외지인 소유 비율은 연남동의 경우 2001년 34%에서 2015년 60%까지 올랐다. 마포구 상수동도 2001년 44%에서 2015년 66%에 달했다. 연남동 자가거주율은 34%에 불과하다. 이는 서울지역 평균 41% 보다 낮은 것이다.
연남동 상권은 떴지만 고객들의 만족도는 높지 않은 편이다. 임대료가 올라가면서 음식값이 다른 지역에 비해 비싸진 탓이다. 신한카드에 따르면 지난해 연평균 연남동 대중음식 업체의 1건당 카드 이용액은 3만280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홍대 인근 식당(1만6800원)보다 두 배 높다. 강남역(2만2100원), 여의도(2만800원), 목동(2만600원)에 비해서도 1만원 이상 차이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단골고객을 만들기도 어려운 환경이다. 신한카드 실적 기준 지난해 1~12월 연평균 연남동을 월 2회 이상 방문한 고객 수는 전체 이용자의 18%에 불과했다. 음식점 수가 두 배 넘는 홍대(23%)와 비교해도 크게 낮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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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카드 관계자는 "건당 이용금액을 볼 때 음식값이 다른 상권에 비해 비싼 만큼 재방문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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