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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의 굴욕]②바비인형의 원조는 "성인 남성용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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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의 모태가 된 성인 남성용 만화캐릭터 '빌트 릴리'
마텔사는 결국 '빌트 릴리' 제조권을 사들여 역사 속으로 지워


[바비의 굴욕]②바비인형의 원조는 "성인 남성용품"? 바비인형의 모티브가 된 '빌트 릴리(Bild Lilli)' 캐릭터(오른쪽)와 인형(왼쪽) 모습. 성인 남성들을 타겟으로 한 만화의 주인공으로 다소 외설적인 모습의 캐릭터라 어린이용 인형으로 만들기엔 부적절한 캐릭터였다.(사진=pinte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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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현재는 경영난에 휩싸였지만, 한때 세상을 풍미했던 바비인형은 전 세계 여자어린이들의 필수 아이템 중 하나였다. 하지만 처음부터 여자어린이용 장난감으로 세상 밖에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바비에게 생명을 준 마텔(Mattel)사의 창업자 루스 핸들러(Ruth Handler)와 엘리엇 핸들러(Elliot Handler) 부부에게 바비인형의 모티브가 된 것은 성인 남성용품으로 나왔던 다소 외설적인 인형이었다.


바비의 탄생에 영감을 준 것은 독일의 '빌트 릴리(Bild Lilli)'라 불리던 패션인형이었다. 핸들러부부는 1956년, 독일로 여행을 떠났는데 그때 이 빌트 릴리를 처음 만나게 됐다. 이 인형은 독일 함부르크의 '라인하트 보이티엔(Reinhard Beuthien)'이란 만화가가 1952년부터 '빌트 차이퉁(Bild Zeitung)'이란 신문에 실었던 만화의 주인공이었다.

당시 독일 영화배우 마를렌 디트리히(Marlene Dietrich)를 닮은 빌트 릴리 인형은 성인 남성독자를 겨냥해 만든, 가벼운 성적농담이 들어간 풍자만화의 주인공이었다. 빌트 릴리는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남자들에게 돈을 뜯어내는 소위 '꽃뱀' 캐릭터였기 때문에 아동용 인형으로 삼기에는 매우 부적합한 캐릭터였다. 이 인형은 1955년부터 담배 가판대에서 성인 남성용으로 팔렸다.


[바비의 굴욕]②바비인형의 원조는 "성인 남성용품"? 1959년 출시된 최초의 바비인형 모습. 빌트 릴리 인형의 외형에서 상당부분 차용해왔다. 여자어린이용 인형에 성인 여성체형의 인형이 등장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사진=위키피디아)


그렇지만 핸들러 부부는 이 빌트 릴리를 통해 큰 영감을 얻는다. 평소 딸 바바라가 성인 여성의 옷과 각종 악세사리에 관심이 많은 것을 유심히 봤던 부부는 이 인형을 여성 아동용으로 개조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당시까지 여자어린이들을 위한 장난감이라곤 3세이하 어린 아기를 닮은 인형이 전부였고, 이걸로는 소꿉놀이 정도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여자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자신이 원하던 옷을 입히고 꾸미고, 가꿀 수 있는 성인체형을 가진 여성형 인형이었다.


여기에 착안한 핸들러부부는 1959년, 뉴욕의 세계 장난감 박람회에 딸의 이름을 따서 붙인 바비라는 인형을 선보였다. 눈을 살짝 내리깔고, 8등신 몸매에 노출이 심한 수영복을 입은 성인 여성모습의 바비는 그야말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부모들은 처음에 상당히 저속해보인다며 불편해했지만, 아이들이 워낙 졸라대는 탓에 바비는 출시 첫 해에만 30만개가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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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인형의 가장 큰 특징은 옷을 갈아입힐 수 있다는 점이었다. 바비인형 몸체는 3달러 정도였지만 바비인형용 옷은 1~5달러를 넘나들었다. 바비의 옷은 파리에서 선보인 최신 유행 패션을 따라 만들었으며 이에따라 여자아이들에겐 선망의 대상이 됐다. 바비인형을 이용한 스토리텔링, 각종 캐릭터 인형, 바비의 집, 남자친구 인형, 애완동물 인형까지 함께 만들어지면서 바비는 단순한 인형에서 여자아이들이 선망하는 삶이 투영된 매개체로 성장하며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마텔사는 엄청난 상업적 성공을 거두자, 어두운 흑역사를 지우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바로 성인용 인형인 빌트 릴리인형의 제조권을 사들이는 일이었다. 그때까지도 엄청난 인기에도 학부모들의 곱지않은 시선에 부담을 느꼈던 마텔사는 1964년, 바비의 원조인 빌트 릴리 인형의 제조권을 사들인 후 다시는 제조하지 못하게 했다. 바비의 탄생에 영감을 줬던 빌트 릴리 인형은 이로 인해 역사의 뒤안길로 묻혀지게 됐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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