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목소리 커질수록 판매량 증가"
[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최근 미국에서 잇따른 총기난사 사건으로 총기규제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오히려 총기판매는 늘어나고 있어 논란이다.
CNN 등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5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샌안토니오 인근의 한 교회에 괴한이 난입에 총기를 난사했다. 지난달 58명의 목숨을 앗아간 라스베이거스 총기 참사 발생 불과 한 달여 만에 발생한 이번 참사로 26명이 사망하고 20여명이 부상했다. 그렛 애벗 텍사스 주 지사는 "텍사스 역사상 최악의 참사"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매년 3만5000명 이상이 총기로 인해 사망하는데 이는 교통사고 사망자 수와 맞먹는 수준이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는 3만5000명에 머물렀지만 2015년 3만6000명, 지난해 3만8000명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인들은 총격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면서 총기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CNN이 보도한 갤럽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 50%는 끊임없는 총격사건을 큰 문제로 봤으며 상당한 문제라고 여기는 미국인도 33%였다. 83%가 총격사건을 심각한 문제로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따라 미국인 55%는 총기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총격 사건 발생 빈도가 잦아지고 총기 규제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총기 판매는 오히려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개인 안전에 대한 우려가 총기구매로 이어지고 향후 규제가 강화되면 총기구매가 어려워진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가장 많은 총기가 팔렸던 2013년은 코네티컷주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26명의 사망자를 낸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2012년 12월)한 직후였다. 또 2015년 11월 파리 테러와 샌버나디노 테러 사건 직후인 2015년 12월 총기판매가 62% 급증했고 지난해 플로리다 나이트클럽 사건이 터진 후 3개월 동안 20%가 넘는 매출 신장세를 보였다. 라스베이거스 총격 테러 직후 총기업체들의 주가가 일제히 상승했던 이유도 매출 증대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규제강화 움직임에도 같은 양상을 보이는데 지난 2015년 오바마 전 대통령이 총기 규제법 강화 촉구 발언이 총기 판매에 더욱 불을 붙였다. 당시 총기 판매상점 업주는 파이낸셜타임즈와의 인터뷰를 통해 “대통령이 ‘총기를 더 규제해야 한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총을 더 많이 사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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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총기제조·판매업자들의 목표 고객이 성인에서 미성년 어린이로 확산된 점도 총기판매 증가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총기제조업자들은 미성년자용 라이플(소총)을 내놓으며 총기가 장난감인 마냥 ‘아이들 생일선물로 총을 사줘라’ 는 문구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13년에는 8살 아이가 광고모델이었던 분홍색 미성년용 소총이 7만정이나 팔렸다. 하지만 어린이에게 총기 소유를 권하는 업체들에 대한 비난 여론도 큰 상황이다.
한편 최근에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들로 총기제조업자들에 대한 규제 방안이나 총기쇼와 개인간 거래시에도 신원조회를 실시하는 방안 등 미국 사회에서 총기 관련 규제 강화 논란은 거세질 전망이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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