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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의 문화 프리즘]제6회 스웨덴 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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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의 문화 프리즘]제6회 스웨덴 영화제 허진석 문화스포츠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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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의 하지 무렵, 나는 스톡홀름에 있었다. 기차를 타고 남쪽으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노르체핑에 다녀온 날 새벽, 스톡홀름 중앙역을 나오면서 마주친 광경을 잊을 수 없다. 백야(白夜)는 절정이었고, 모든 풍경은 실루엣이었다. 체격이 유난히 큰 스칸디나비아 인들은 환영처럼 다가왔다 길 저편으로 사라져갔다.


서울을 떠난 지 두 달. 꿈도 외국어로 꾸었다. 일요일이었으리라. 숙소 침대에 누워 흰 구름이 떠가는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던 오후였으므로. 주인집에서 빌린 라디오에서 골드베르크 변주곡이 흘러나왔다. 글렌 굴드가 중얼거렸다. 고독감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았다. 싸늘한 방안에 무언가를 가두듯 방문을 쾅 닫고 뛰쳐나갔다. 그리고 중앙역으로 달려가 웁살라로 가는 완행열차를 집어탔다.

석양 무렵, 사람 허리까지 자란 덤불 사이로 사슴과 들토끼가 기차를 따라 달렸다. 머릿속에서는 기차의 덜컹거리는 소음에 섞여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아리아가 끊이지 않고 흘렀다. 웁살라 역에 내렸을 때는 푸른빛이 감도는 저녁이었다. 웁살라 교회의 종소리가 저녁 하늘에 먹물처럼 번졌다. 영화감독 잉마르 베리만의 영혼이 배회하는 오래된 골목을 어둡도록 쏘다녔다.


베리만이 찍은 영화는 대부분 스웨덴이 배경이다. 특히 1982년 12월 17일에 개봉, 1983년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받은 '화니와 알렉산더(Fanny och Alexander)'는 베리만의 고향 웁살라에서 찍었다. 1997년에 나온 텔레비전 영화 '어릿광대 앞에서'도 웁살라가 배경이다. 스웨덴의 영화는 생소한 느낌을 주지만 사실은 우리 가까이 있다. 그레타 가르보, 잉그리드 버그만 같은 대배우가 모두 스웨덴 사람이다.

'엘비라 마디간'을 어떻게 빼놓을 수 있겠는가. 귀족 출신의 젊은 장교 식스틴과 서커스단에서 줄타는 소녀 엘비라. 모차르트의 협주곡 선율에 실린 정열적이고 행복한 사랑은 자살로 막을 내린다. 찻 장면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아름답다. 식스틴과 엘비라를 죽음으로 인도하기 위해 허공에 메아리치는 총성은 충만한 황금빛이다. '오베라는 남자'(2016), '렛 미 인'(2015),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2014) 등이 최근에 나온 스웨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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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영화에 관심이 있다면 올해 6회째를 맞은 '스웨덴 영화제'에 가보기를 권한다. 지난 1일 서울의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시작됐다. 3일부터 부산 영화의 전당, 5일부터 광주극장에서 각각 일주일 동안 영화를 상영한다. 주한스웨덴대사관, 스웨덴 대외홍보처, 스웨덴영화진흥원이 주최하는 이번 영화제의 테마는 '다르지만 괜찮아-We are family'다. 다인종과 다민족 공동체, 대안 가족, 확대 가족을 다룬 영화들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미나의 선택'은 밑바닥 생활을 하는 여성이 싱글맘과 또 하나의 가족을 이루는 내용이다. '마사와 니키'는 이민 가정과 입양 가정에서 자란 아프리카계 스웨덴 소녀들이 힙합 댄스 챔피언이 되는 이야기다. '크리스마스 이즈 커밍 아웃'에는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청년과 동성 결혼을 하려는 아들 때문에 고민하는 부모가 등장한다. '화이트 피플'은 불법 이민자들의 현실을, '내 목숨을 구해준 소녀'는 시리아 난민들의 참상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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