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봉서원터, 고려시대 영국사 혜거국사비 발견

견주도봉산영국사혜가국사비(왼쪽), 비명(오른쪽) [사진=문화재청 제공]

[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문화재청이 서울 도봉서원 하층 발굴현장에서 그간 탁본의 일부(88자)만 전해지던 영국사 혜거국사비의 비편 실물이 발견됐다고 27일 전했다.

발견된 비편(길이 62㎝, 폭 52㎝, 두께 20㎝)에는 총 281자가 새겨져있는데, 이중 256자의 해독에 성공해 이제까지 학계에서 혼동해왔던 영국사(寧國寺)의 정확한 위치와 건립 시기를 분명히 알아냈다. 동명이인이 있어 헷갈리던 혜거국사의 정확한 법명도 알아냈다.

도봉서원은 선조 6년(1573년) 정암 조광조(1482~1519년)를 추존하기 위해 옛 영국사의 터에 창건되었다고 전해진다. 임진왜란 때 불탔다가 1608년 중건된 후 1871년 서원철폐령으로 헐어내기까지 260여 년간 유지됐던 서원이다. 지금은 서울특별시기념물 제28호로 지정되어 있다.

지난 2011년부터 3년간 진행된 발굴조사 중 도봉서원이 영국사의 일부 건물과 기단을 재활용했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중심 건물지에서 고려시대 국보급 청동 불교용구가 77점 출토되면서 지난 6월부터 다시 발굴에 들어갔다가 이번에 혜거국사비가 발굴된 것이다.

지금까지 88자의 비문만 ‘대동금석서’(1668)에 탁본으로 전해오면서 실물은 확인되지 않던 혜거국사비의 비편을 판독한 결과, 비석에 쓰인 ‘견주도봉산영국사~’글자는 지금까지 영동지륵산영국사로 잘못 알려졌던 혜거국사비의 출처를 정확하게 알게 된 결정적 증거가 됐다.

또 고려시대 하층유구에서 확인되는 통일신라의 기와와 건물지 기단으로 보아 영국사가 통일신라시대에 창건되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영국사 혜거국사가 갈양사 혜거국사(고려 최초의 국사)와 동일인물로 혼용되어 왔으나 동시대를 함께한 동명이인인 것도 확인했다.

혜거국사는 고려 전기 법안종풍을 일으킨 10세기 유학승으로 고려시대 광종(949~975년)이 불교를 개혁하고 선교 양종을 통합하고자 도입했던 법안종을 고려에 처음으로 전파한 승려로 추정된다.

영국사의 중건은 조선왕조실록에도 기록이 전하는데 지난 발굴조사에서 효령대군이 영국사가 중창될 당시 대시주한 사실이 기록된 기와가 확인된 바 있다.

발굴조사 현장(서울 도봉구 도봉산길 90 도봉동 512) 공개는 27일 오전 10시에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