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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라이트]이 형님 아직도 현역, 한 방을 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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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드 러너 2049' 해리슨 포드

[라임라이트]이 형님 아직도 현역, 한 방을 날리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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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만에 '블레이드…' 데커드 컴백...백발·주름살 사이 넘치는 총명함 여전
2015년 '스타워즈…'서도 타임머신...2020년 '인디아나 존스5' 개봉 목표
진실하고 따뜻한 이미지 미국의 영웅...걸출한 외모·독창적 배역 해석 롱런 비결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자판기 코인에 동전을 넣는 블레이드 러너 K(라이언 고슬링). '원 포 마이 베이비(One for My Baby)'의 전주가 흘러나온다. 정장에 나비넥타이를 한 프랭크 시나트라의 홀로그램과 함께. "3시 15분 전인데, 거기엔 아무도 없네요. 당신과 나만 빼고(It's quarter to three, there's no one in the place. Except you and me)."


속삭이듯 부르는 첫 구절부터 울적하다. K가 들어온 건물 안처럼 썰렁하고 괴괴하다. 그 고요한 어둠 속에서 한 남자가 총구를 겨누고 다가온다. "나도 경찰이었지. 솜씨도 좋았어." 낯이 익은 얼굴인데, 많이 늙었다. 잿빛으로 물든 머리와 깊게 패인 주름. 노익장을 과시하기에 부족함은 없다. 정채로운 눈빛, 탄탄한 근육 등에서 총명한 기운이 흘러나온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1982년)'의 릭 데커드로 돌아온 해리슨 포드(75). 드니 빌뇌브 감독의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에서 데커드의 30년 뒤를 그린다.

[라임라이트]이 형님 아직도 현역, 한 방을 날리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 스틸 컷


블레이드 러너에서 데커드는 리플리컨트(인조인간) 레이첼(숀 영)과 함께 홀연히 사라졌다. 대가는 쓰라리다. 레이첼과 자녀를 잃었고, 도덕적 책임이 따르는 비밀까지 떠안았다. 황폐해진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에서 홀로 고독하게 숨어 지낸다. 그의 은신처인 카지노 건물은 데커드와 많이 닮았다. 더 이상 네온사인이 환하게 빛나지 않지만, 신묘한 아름다움을 유지한다. 붉은 빛에 굴복한 바깥과 달리 고전적인 물건들이 즐비하다. 시나트라의 목소리 같은 짙은 그리움이다. "조용하고 슬픈 음악을 들려줘(make the music easy and sad)."


데커드도 노골적으로 절망을 드러낸다. 눈가의 잔주름만으로도 레이첼을 향한 애정을 표현한다. 포드는 35년 전 그렸던 감정을 잊지 않고 있었다. "지금까지 연기한 영화 배역 가운데 가장 뇌리에 선명하게 박혀 있다"고 했다. "옛날 옷이 기특하게도 잘 맞았어요. 어쩌면 나는 옛날 옷을 입는 데 익숙해진 사람이에요."


[라임라이트]이 형님 아직도 현역, 한 방을 날리다 영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스틸 컷


포드는 2015년에도 익숙한 옷을 입었다. 역대 세 번째로 많은 수입(약 20억6820만달러)을 올린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의 한 솔로. '스타워즈 에피소드 6:제다이의 귀환(1983년)' 이후 32년만이었다. 포드에게는 데커드 못지않게 특별한 배역이다. 엄청난 부와 인기를 넘어 당시 할리우드 인기 남자 배우의 표준으로까지 거론됐다. 그는 "스타워즈 덕에 내 인생이 바뀌었다. 아직도 이야기가 계속되고 있다"며 "스스로 영화인생을 위험하게 한 적도 많지만, 스타워즈는 분명히 행복한 기억"이라고 했다.

포드는 어떻게 스타덤에 오를 수 있었을까. 잘 생긴 얼굴과 185㎝의 큰 키. 독창적인 배역 해석도 빼놓을 수 없겠다. 스타워즈 시리즈 곳곳에 배치된 유머를 인위적으로 다루는 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희망이 담긴 대사까지 냉소적으로 읊으며 배역의 성격을 확고히 했다.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를 연출한 J.J. 에이브럼스 감독은 이런 특색을 놓칠 리 만무했다. 포드가 처음 얼굴을 내미는 신에 쌀쌀한 기운을 불어넣었다.


[라임라이트]이 형님 아직도 현역, 한 방을 날리다 영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스틸 컷


권총을 겨누고 밀레니엄 팔콘호에 오른 솔로는 담담한 말투로 츄바카(피터 메이휴)에게 말한다. "츄이, 드디어 집에 왔어." 그는 숨어있던 레이(데이지 리들리)와 핀(존 보예가)를 발견하고 이들의 정체를 묻지 않는다. 주위를 세심하게 경계하며 "다른 사람은? 조종사는 어디 있어?"라고 한다. "이게 밀레니엄 팔콘호에요? 당신이 한 솔로라고요?" "한때는 잘 나갔지." 솔로는 레이와 핀을 본 둥 만 둥 하며 우쭐거린다. 사랑을 표현할 때도 그랬는데, 오죽하겠는가.


솔로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5:제국의 역습(1980년)'에서 다스 베이더(데이비드 프로우즈)에게 잡혀 탄소로 냉동된다. 레아 공주(캐리 피셔)는 그 모습을 보며 "사랑해"라고 고백한다. 시나리오상 이어질 대사는 "나도 사랑해." 하지만 포드는 비장한 얼굴로 말한다. "알고 있어." 애처로운 고백이 솔로의 성격과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 한 애드리브였다. "나는 소시지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이다. 소시지에 무엇이 들어가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 그걸 제대로 만드는 것이 내 일이다."


[라임라이트]이 형님 아직도 현역, 한 방을 날리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스틸 컷


포드는 이미 맛이 검증된 소시지를 한 번 더 만든다. 그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린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다섯 번째 에피소드가 2020년 개봉을 목표로 준비되고 있다. 메가폰은 포드와 함께 호흡을 맞춰온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잡는다. 포드는 이 시리즈 덕에 한동안 영웅을 조명하는 영화에 자주 출연했다. 필립 노이스 감독의 '패트리어트 게임(1992년)'·'긴급 명령(1994년)', 앤드루 데이비스 감독의 '도망자(1993년)', 볼프강 피터젠 감독의 '에어 포스 원(1997년)', 캐스린 비글로우 감독의 'K-19 위도우메이커(2001년)', 론 쉘톤 감독의 '호미사이드(2003년)', 존 파브로 감독의 '카우보이 & 에이리언(2011년)' 등이다. 모두 존스의 영웅적인 면면에서 파생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라임라이트]이 형님 아직도 현역, 한 방을 날리다 영화 '카우보이 & 에이리언' 스틸 컷


포드는 액션이 빼어난 배우가 아니다. 칼로 덤비는 상대에게 총을 꺼낼 정도. 하지만 컴퓨터그래픽 기술이 미약했던 당시 거의 모든 액션을 직접 연기했다. 동작이 다소 어설프게 표현돼도 관객에게 아슬아슬한 재미를 전해져 흥행을 이끌 수 있었다. 더구나 그의 얼굴은 정복자의 이미지를 희석시킬 만큼 진실하고 따뜻해 보인다. 오스카 후보에 딱 한 번 이름(위트니스)을 올렸을 정도로 상복과도 인연이 없었으나,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강인한 면모로 많은 관객에게 희망을 전했다. 할리우드의 많은 감독들이 포드의 얼굴을 통해 정의를 말하려고 한 이유다.


[라임라이트]이 형님 아직도 현역, 한 방을 날리다 영화 '에어포스 원' 스틸 컷


그는 스스로를 영웅을 꿈꾸는 보통사람이라고 말한다. "영화마다 내 성격이 배어나온다"고 했다. "슈퍼히어로보다 인간적 결함이 있는 배역을 선호해요.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용기 있게 헤쳐 나가는 인물을 연기하면 기분이 좋아지죠." 그 모습을 볼 날은 아직 많이 남은 듯하다. 어느덧 일흔다섯 살이지만, 여전히 작품 출연에 강한 의욕을 보인다. "영화배우를 하면서 좋은 점 중의 하나가 뭔지 아세요? 나이가 들면 나이 든 사람을 연기하면 된다는 거예요. 과학기술로 만든 장기 같은 건 생각해 본 적도 없어요. 언젠가 무릎이나 골반 같은 게 필요한 날이 오겠지만 지금 당장은 괜찮아요. 아무런 문제도 없어요(웃음)."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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