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변호인단 힘 겨루기에 기약 없는 박근혜 선고

박근헤 전 대통령 / 사진=아시아경제 DB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6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단의 힘겨루기가 계속되면서 선고가 해를 넘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 재판은 그동안 총 78회의 공판기일을 열고 방대한 증거조사와 증인신문을 진행했지만 여전히 선고 기일이 불분명하다. 박 전 대통령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10일 "현재까지 일주일에 4번씩 공판을 하며 신속하게 진행했지만 심리를 다 마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 재판의 선고가 늦춰지는 이유는 18가지에 달하는 범죄사실과 10만 쪽이 넘는 증거자료 등 재판부가 심리해야할 규모가 방대하기 때문이다. 특히 박 전 대통령 측이 검찰에서 신청한 증거 대부분에 부동의 의견을 밝힌 것도 심리가 늦춰지는 요인으로 꼽힌다.

재판부는 "수사기록이 방대한 만큼 그에 포함된 진술자도 수백명에 달했다"며 "쉬지 않고 (증인신문을) 해왔지만 검찰 측이 (증거를) 철회하지 않고, 피고인 측도 증거에 동의하지 않아서 아직 증인신문해야 할 원진술자가 300명이 남았다"고 설명했다.

형사 재판의 경우 검찰이 제출한 증거에 피고인 측이 동의하지 않으면 재판부는 진술증거의 원진술자 등을 법정에 소환해 신문한 뒤에야 이를 증거로 채택할 수 있다.

이달 말까지 잡혀있는 증인신문이 끝난 후에도 이 같은 검찰과 변호인단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경우 신문해야할 증인이 계속 늘어날 수 있다. 설령 신문이 끝난다고 해도 결심공판 이후 심리와 판결문 작성에도 수주의 시간이 필요한 것을 고려하면 올해 안에 선고가 나오기 힘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 측에서 문제 삼고 있는 최순실씨의 태블릿PC를 둘러싼 진위 공방도 이어질 수 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전날 '태블릿PC를 최씨가 사용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신혜원씨 진술서 사본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는 '국정농단' 핵심 증거로 꼽히는 이 태블릿PC가 조작됐다고 주장해왔다.

박 전 대통령의 '블랙리스트' 및 삼성뇌물 수수 혐의와 연관된 '청와대 캐비닛 문서'의 진위 공방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전 정권의 문건이 청와대 캐비닛에 존재했다는 게 이례적"이라며 "저희는 도대체 그 문건을 누가 압수했는지와 원본이 어디에 있는지 등을 몰라 증거능력이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다만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선고를 하기 위해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의 구속 기한이 다음달 끝나고, 내년 초에 법원 인사 등이 있는 것을 고려하면 올해 안에 선고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