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딸의 여중생 친구를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어금니 아빠'가 자신을 둘러싼 모든 혐의를 인정했지만 여중생 살해 동기와 이씨의 지적장애 여부, 부인의 투신자살 사건과의 연관성 등은 여전히 의문점으로 남아 있다. 11일 오전 서울 중랑구 망우동 자택에서 실시되는 살인 현장조사에서 의문점이 해소될 지 주목된다.
◆불분명한 여중생 살해동기= 피의자 이모(35)씨는 10일 경찰이 진행한 3차 피의자 조사에서 피해자 김모(14)양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 모두를 인정했다.
이씨는 범행동기에 대해서만큼은 입을 열지 않았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말 못할 게 있는지 범행동기에 대해 진술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중요한 사안이라 추가 조사 전까지 이 이상 말씀드릴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씨는 당초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등을 이용해 무작위로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는 일부 보도와는 달리 사망한 부인이 생전 좋아했다는 이유로 김양에게 접촉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양은 과거 이씨 집에 여러 차례 놀러온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추행이나 성폭행 등 성적 학대를 위해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현재로서는 증거가 없는 상태다. 성적 학대 가능성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아직까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경찰은 이씨가 범인 일체를 시인한 만큼 남은 기간 범행동기와 살해방법을 규명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이씨는 지적장애인인가= 이씨는 부인의 투신자살 후 영정사진을 끌어안고 노래를 부르거나 염을 하는 영상을 시청하는 등 이상 행동을 보여왔다.
이씨가 지적·정신장애 2급 복지카드를 지니고 있다는 언론보도도 나왔다. 이 카드는 2015년 12월 보건복지부에서 발급(최초등록일은 2011년 3월)된 것으로 유효기간은 2024년 7월까지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씨를 직접 조사한 경찰은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며 "장애등급을 받았다고 해도 증세가 호전될 수도 악화될 수도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씨의 지적·정신장애 여부가 향후 법원 판단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부인 투신자살과의 연관성= 이씨의 부인 최모(32)씨는 지난달 5일 자택에서 투신해 목숨을 끊었다. 이씨의 의붓아버지에게 지난 2009년부터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지난달 1일 경찰에 신고한지 닷새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경찰은 이씨의 여중생 살해·유기사건과 부인 최씨의 죽음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지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강원 영원경찰서와 함께 10일부터 이번 사건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경찰은 이씨가 최씨의 죽음을 방관했거나 폭행을 했는지 여부를 내사를 진행한 바 있다. 최씨의 시신에서는 상처가 발견되기도 했다.
또한 성폭행 증거 확보를 위해 이씨가 최씨에게 시아버지와의 성관계를 강요했다는 것도 석연치 않은 점으로 꼽힌다.
◆현장조사, 범행동기 규명 가능할까= 중랑경찰서는 여중생 살해 사건의 현장검증을 이씨 부녀가 거주했던 서울 중랑구 망우동 자택에서 11일 오전 9시 30분에 진행한다고 밝혔다.
3차에 걸친 경찰 조사에서도 밝혀내지 못한 범행동기 ·살해방법을 현장검증으로 규명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날 현장검증에는 이씨만 참여해 당시 범행 상황을 재연할 예정이다.
경찰은 현장검증 후 수사에 속력을 낼 방침이다. 이후 유기장소에서 발견된 김양의 사체가 나체였던 점, 이씨가 범행 대상으로 김양을 지목한 점 등을 추가 조사할 계획이다.
정준영 기자 labr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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