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스페인으로부터 분리독립을 추진해온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독립 절차를 잠정중단하고 중앙정부와의 협상에 나서기로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카를레스 푸이그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은 10일(현지시간) 저녁 자치의회 연설에서 "지난 1일 실시한 투표에 따라 독립선언 요건이 충족됐다"고 발표했다. 분리독립 주민투표는 90.18%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가결됐다.
다만 푸이그데몬 수반은 스페인 정부측과의 갈등 해소 및 관계 재정립의 필요성이 있다며 의회에 독립 선언절차를 잠정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그는 "몇 주간 독립 절차를 중단하고 일정기간 대화에 나서자"며 "모든 이들이 책임감 있게 행동한다면 (중앙정부와의) 갈등이 조용하고 합의된 방식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는 범죄자가 아니다, 우리는 쿠데타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투표를 원했을 뿐"이라며 "상호합의된 방식으로 진행하고, 필요한 대화에 참여할 준비가 돼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갈등 해소를 위해 국제사회의 중재를 받아들일 의향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는 분리독립을 강하게 반대해 온 스페인 중앙정부를 상대로 협상력을 높이려는 카탈루냐 측의 의도로 풀이된다.
자치정부 내부에서도 국제사회의 우려, 스페인 정부의 강경한 대응 등을 들어 분리독립 선언에 대한 부담을 인식해왔다고 주요 외신은 전했다. 협상을 통해 자치권, 예산지원 등을 확대하는 방안으로 합의안이 도출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간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지방정부에 대해 중앙정부가 '필요한 모든 수단을 쓸 수 있다'고 규정한 헌법 155조를 발동하겠다고 시사해왔다. 더욱이 분리독립을 우려한 은행ㆍ대기업들이 카탈루냐에 있는 본사와 지점을 이전하기로 하는 등 '엑소더스(대탈출)' 선언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8일에는 카탈루냐 지역의 최대 도시인 바르셀로나에서 수십만 명이 분리독립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카탈루냐 국기를 들고 바르셀로나에서 이날 연설을 지켜본 마리아 미로는 "실망스럽다"며 "많은 사람들이 독립을 원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한편 스페인 정부는 이와 관련해 11일 대응책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소라야 사엔스 데 산타마리아 스페인 부총리는 "카탈루냐가 협상을 원한다면 법 안으로 들어와야 할 것"이라고 독립선언을 인정할 수 없음을 시사했다. 스페인 정부의 한 관리는 AP통신에 "불법적인 주민투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카탈루냐의 암묵적인 독립선언도 수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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