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원다라 기자] 미국·영국 외신들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판정에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6일 "세탁기 전쟁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패기를 시험할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ITC 판정대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가 발동될 경우 미국 소비자들, 삼성전자·LG전자가 고용하게 될 미국인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월풀은 삼성전자, LG전자의 세탁기를 대상으로 이전에 두 번에 걸친 반덤핑 제소를 성공적으로 한 바 있다"면서 "이번 케이스는 삼성전자, LG전자의 불법 행위와 관련없이 트럼프 대통령이 광범위한 권한으로 세이프 가동여부를 결정하게 된다"고 언급했다.
이어 "평소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세이프가드를 발동하게 될 경우 미국 소비자들이 갖고 싶어하는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을 단지 외국 기업이라는 이유에서 처벌하게 되는 것"이라며 "결국 미국 소비자들은 더 비싼 가격에 제품을 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삼성전자, LG전자는 미국 내 가전 공장을 통해 미국인들을 고용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도 "미국의 무역 규칙이 트럼프 손에 달렸다"는 기사를 통해 "이번 ITC의 판정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메리칸 퍼스트' 확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ITC는 5일(현지시간) 세이프가드 조사 발표를 통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에 세탁기를 수출해 자국 가전업체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판정했다. 세이프가드는 덤핑과 같은 불공정 무역행위가 아니더라도 자국 산업이 피해를 볼 경우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다.
이번 조사는 ITC가 월풀의 세이프가드 청원 적정성을 평가하기 위해 개최됐다. 월풀은 지난 6월 삼성전자, LG전자세탁기의 미국 내 수입량이 급증해 피해를 입었다고 ITC에 세이프가드 조사를 청원했다.
이번 ITC의 판정으로 당장 수입 제한 조치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업계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해온 만큼 ITC의 판정이 실제 수입 제한 조치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1월~2월께 이번 ITC 판정결과, 구제 조치 공청회·투표 등을 보고 받은 후 삼성전자, LG전자의 세탁기 수입 제한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삼성전자, LG전자는 우선 19일 진행될 ITC 공청회에서 각 사의 입장을 적극 소명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세이프가드가 발동될 경우 미국 내 소비자들이 좋은 제품을 선택할 제품을 제한 받으며 더 비싼 가격에 세탁기를 구입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전자도 "이번 판정은 미국 소비자들을 외면하는 행위"라며 "월풀이 피해를 입지 않았음을 적극 소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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