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녹색 넥타이'에도…한미관계, 외교안보라인, 核 확장 억제력 두고 이견 분출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대통령 선거의 '호적수' 였던 문재인 대통령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5개월 만에 공식 대면 했다. 대통령-여야 4당 대표 회동 성사 단계에서부터 미묘한 분위기를 형성한 문 대통령과 안 대표는 각종 현안·쟁점에도 이견을 보이며 샅바싸움을 이어갔다.
문 대통령과 안 대표는 27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대통령-여야 4당 대표 만찬 회동에 나란히 참석했다. 문 대통령과 안 대표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대면한 것은 지난 5월2일 마지막 대선 TV 토론 이후 처음이다.
◆시작 부터 살얼음판=문 대통령은 회동 성사 단계에서부터 안 대표를 배려했다. 회동 시간 자체를 안 대표의 부산일정 이후인 오후 7시로 정한데 이어, 회동 때는 녹색 넥타이를 매고 여야 대표들을 맞이했다. 녹색은 국민의당의 상징색이다.
이처럼 문 대통령이 안 대표에 대한 배려를 강화한 것은 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표결에서 드러난 국민의당의 위력을 감안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불참을 선언한 상황인 만큼 안 대표는 사실상의 주빈(主賓) 이기도 했다.
◆'核확장 억제 명문화' 둔 시각차=하지만 대선 경쟁자였던 만큼 현안·쟁점을 둔 문 대통령과 안 대표의 샅바싸움은 치열했다. 두 사람은 현재 한미동맹에 대한 평가, 북한의 핵 확장 억제 방안 등에서 이견을 노출했다.
특히 확장 억제를 두고 안 대표는 "미국과 확장 억제 문제를 구체적으로 문서화 하는 방안을 정부가 마련해 달라"며 "(확장 억제와 관련한) 미국의 의무를 명문화 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를 정부가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이미 (핵 확장 억제를 위한) 모든 수단을 쓰도록 규정하고 있어 명문화를 미국에 요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정부가 공식적으로 논의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며 "여야 정치권에서 요구가 있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외교·안보라인 교체 요구에도 샅바싸움=외교안보라인을 둔 이견은 문 대통령과 안 대표의 시각차가 가장 도드라지는 부분이었다. 안 대표는 최근 송영무 국방부장관과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 사이의 입장 차이 등 일련의 사태를 '불협화음'이라고 규정하며 통일된 목소리를 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국 정부 내) 주요 결정권자들의 목소리가 서로 다른 것은 전략적이라고 평가하면서 한국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엇박자라 평가하는 데 대해서는 (적절한 지적인지) 의문"이라고 응수했다. 불협화음이 아닌 '전략적 엇박자'로 볼 필요가 있다는 주문인 셈이다.
안 대표의 외교안보라인 교체 요구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말을 아꼈다. 다만 문 대통령은 "향후에도 계속 혼선이 빚어져 국민이 불안해 한다면 그 때는 조치를 취하겠다"고만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