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쇠·철·강-철의 문화사’ 특별전
26일~11월 26일까지 730여점 전시
[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철(鐵)은 양면적이지만 조화롭다. 성질은 강하지만, 영원한 ‘금(金)’과 달리 세월에 쉽게 부식되어 사라진다. 그런가하면 종류에 따라 여러 특성을 지닌다. 다양하게 변신이 가능해 인류에게 널리 사용됐다. 연철은 쉽게 휘어지고, 주철은 딱딱하지만 잘 깨진다. 강철은 적당히 질기고 강하다. 인류에게 이롭지만, 때로는 해롭다. 철로 만든 무기는 정복 전쟁의 중심에서 사람을 죽이기도 살리기도 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인류사에서 철의 역할, 가치와 의미를 재조명하는 특별전 ‘쇠·철·강-철의 문화사’를 오는 26일부터 11월 26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연다. 730여점의 문화재를 통해 철로 이룩해 온 인류 문화를 되짚어 본다.
1부 ‘철, 인류와 만나다’에서는 운철을 시작으로 철을 사용하기 시작하고 만들어 간 여러 지역의 철 문화를 들여다본다. 광물자원으로써 철의 물리적 특성과 인류가 철의 성질을 이용해 도구로 활용한 과정을 면밀히 살핀다.
철을 최초로 이용하기 시작한 것은 서기전 2000년 무렵, 철광석에서 철을 추출하면서부터다. 이는 곧 문명 발달의 바탕이 됐다. 서아시아 아나톨리아 지역의 히타이트왕국이 최초인 것으로 전해진다. ‘철로 된 전차’를 발달시킨 히타이트인들은 전장 곳곳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그들은 바퀴 테와 차축을 철로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강력한 철기문화가 동아시아쪽으로 넘어온 것은 대체로 서기전 5세기 무렵이다. 중국은 발달된 청동 주조기술을 바탕으로 주조 철기를 대량생산했는데 이는 기존의 것보다 더 강하고 유연했다. 진보된 기술은 동아시아 전역에 영향을 끼쳤다.
2부 ‘철, 권력을 낳다’에서는 한반도를 중심으로 철기 사용에 따른 생산력 증가와 이로 인한 국가 권력 등장에 주목한다. 역사 속 전쟁에 등장한 다양한 철제 무기를 전시했다. 철의 소유는 곧 권력을 의미했고, 철제무기의 발달은 군사력의 신장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국가는 ‘성장’과 동시에 ‘파괴’를 감안해야 했다.
먼저 경주 황남대총에서 발견된 다량의 덩이쇠를 볼 수 있다. 이는 철이 가진 권력의 의미를 잘 보여준다. 덩이쇠는 당시 화폐와 같은 가치가 있었다. 무기부터 농·공구에 이르는 다양한 철기들이 발견된 황남대총에는 그 수량만 3200여점에 이른다. 일렬로 늘어놓으면 여의도 63빌딩(약 243m)과 맞먹는다. 또한 권력의 상징이자 지도자의 통솔과 승리를 의미하는 ‘금은입사 사인검’도 볼 수 있다.
특히 고구려 개마무사(갑옷과 투구로 중무장한 말 탄 병사)에서 기원한 다양한 철제갑옷 전시가 인상적이다. 김상민 국립중앙박물관 고고역사부 연구사는 “우리나라에서 확인된 30여점의 갑옷 중 10여점을 한 곳에 모았다. 입체 영상과 함께 마치 전쟁 한가운데 있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꾸몄다. 신라와 가야의 철갑 무사의 면면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보물 제857호 대완구와 함께 비격진천뢰를 전시했다. 대완구로 발사된 비격진천뢰는 무쇠를 주조해 만든 공모양의 포탄이다. 하늘을 진동하는 소리를 낸다해 붙여진 이름이다. 김 연구사는 “왜군을 격파하기 위한 최고의 도구가 대완구와 비격진천뢰였다는 문헌상 기록을 통해 그 역할을 적극적으로 활용·강조했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 조총부대에 대항했던 조선군이 얼마나 노력하였는가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했다.
이외에도 3부, ‘철, 삶 속으로 들어오다’에서는 민중의 삶 속으로 들어온 철에 대해 살핀다. 삼국통일 후 철은 일상 도구, 종교적 상징물 등 생활 전반에 사용되었다. 밥을 짓는 데 사용한 철솥, 단단한 나무를 가공하는 철제 도구 등을 살펴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전(傳) 보원사지 철불은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공개한다. 빛의 방향에 따라 다양하게 느껴지는 불상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한편, ‘쇠·철·강-철의 문화사’ 특별전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이어 오는 12월 19일부터 내년 2월 20일까지 국립전주박물관에서 다시 열린다. 특별전과 연계해 10월 13일과 21일에는 국내외 전문가를 초청한 강연회와 국제학술심포지엄도 마련된다.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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