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전쟁시 미군 공중지휘통제기 'E-4B' 내부 공개…'최후 심판의 날 항공기'라는 별칭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북한의 핵ㆍ미사일 실험으로 한반도에서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최근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 핵전쟁 발발시 미군의 공중지휘본부로 이용되는 공중지휘통제기 'E-4B' 내부 영상이 올라왔다.
특수 제작된 E-4B는 핵전쟁 발발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어디에 가든 따라간다.
'미국공중작전센터(NAOC)'라는 공식 명칭을 갖고 있는 E-4B는 핵전쟁 발발시 대통령이나 국방장관, 합참의장이 공중지휘본부로 이용한다.
E-4B는 보잉 747-200B를 군용으로 개조한 항공기다. 대당 제작비가 2억5000만달러(약 2820억원), 시간당 운용비는 16만달러에 이른다.
기체는 핵폭발이나 전자기파(EMP) 공격에도 완벽하게 작동하도록 특수 물질로 만들어졌다. 공중에서 급유 받으면 3일 동안 하늘에 떠 있을 수 있다. 핵전쟁시 지상의 통신 시스템이 파괴돼도 수중 핵잠수함, 인공위성 등 세계 전역의 미군과 즉각 연락할 수 있는 지휘통신 시스템을 갖췄다.
기체 꼬리 부분에는 깊은 바닷속 잠수함에 직접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수중 교신용 안테나가 장착됐다. 기체 상단 돔에는 위성통신용 안테나가 내장돼 있다.
E-4B는 미 본토가 핵 공격을 받았을 때 공중에서 핵전쟁 지휘통제본부로 기능한다. E-4B에 '나이트워치(Nightwatch)', '최후 심판의 날 항공기(Doomsday Plane)'라는 별칭이 붙은 것은 이 때문이다.
E-4B는 사이버 공격에 덜 취약하다. 따라서 조종사들은 기존 아날로그식 비행계기도 이용한다.
E-4B의 존재는 기밀이 아니다. 그러나 언론에 노출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미 공군은 E-4B 중 일부에 대해 보유 사실조차 공개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1970년대 이래 운용된 이들 E-4B는 냉전시대 당시 핵전쟁에도 미 대통령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는 최고의 항공기로 간주됐다.
안락함에 초점이 맞춰진 미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과 달리 E-4B는 하늘을 나는 '전시상황실'이다. 핵전쟁 발발 후 며칠 동안 수십명의 군사 분석가, 전략가, 통신 전문가가 동승해 대통령을 보좌한다.
E-4B는 냉전시대 내내 핵전쟁 경보 15분 안에 대통령을 탑승시키기 위해 워싱턴 인근 앤드루공군기지에서 늘 비상대기했다.
오늘날에도 '최후 심판의 날 항공기' 네 대 가운데 한 대는 항상 대통령과 함께 움직이거나 대통령 인근에서 대기한다.
대통령이 미국 내에 있을 때 E-4B 한 대는 전략사령부가 자리잡은 네브래스카주 벨뷰 소재 오펏공군기지에서 대기한다. E-4B의 엔진은 언제든 대통령을 태울 수 있도록 하루 24시간 돌아간다.
지난 2월 2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E-4B로 오산공군기지에 내린 뒤 다음날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과 첫 한미 국방장관회담을 가졌다. 이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해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려는 의도로 분석됐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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